연구자들, '연구내용·기간' 등 열린 과제방식 요구

정부의 바이오 연구 지원이 늘어나는 데도 불구하고 성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연구자 중심의 연구사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 허광래 단장(충남대 신약전문대학원 교수)은 27일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게재된 보고서를 통해 “창의적인 연구 및 첨단 연구를 위해 과제기획은 가능한 연구 분야만 지정하고 연구내용은 연구자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정부지원이 양적으로는 확대되고 있지만, 정부의 연구과제 기획이 글로벌 바이오 업계를 따라가지 못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허 단장은 현재 연구과제 사업의 문제점으로 ▲연구자 주도형과 국가 전략적인 top-down 분야 과제의 혼재 ▲중점 추진과제의 내용에 관한 수준 및 깊이가 상이 ▲각 정부부처의 특정 연구분야 중복 지원 등을 꼽았다.

허 단장은 “상당수 연구자들은 연구자주도형 분야와 국가전략적인 분야의 정부과제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고, 각 부처가 각기 다른 분류체계를 사용함으로서 복잡성도 가중되고 있다”며 “생명과학 분야는 5년 마다 개정되는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으로는 급변하는 성격을 적절히 반영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오 연구를 기초연구부터 국책연구까지 통합해 범국가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바이오 연구의 국가적 통합 운영 시스템을 통해 한정된 연구비의 효율적인 집행을 이루고 연구의 열린 기획 및 연구자 주도형 연구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봤다.

연구과제 내용뿐만 아니라 연구기간도 연구자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이동호 교수(임상약리학과·마취통증의학과)는 지난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열린 '2017 바이오미래포럼'에서 “정부가 정부과제의 기간을 제시하기보다는 연구자가 필요한 기간을 제시하면 이를 인정해주는 식으로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봤다.

이동효 교수는 “정부가 지금 쓰는 예산의 70%만 써도 (효율성을 높이면) 성과는 두 배는 낼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경쟁력과 생산성이란 것을 잊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특히 "지원과제 선정의 탈락사유로 ‘데이터 제시 부족’ 사례가 많았다"면서, "이는 그간의 사업이 허술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데이터 제시 부족으로 과제 신청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그동안 정부가 한 R&D 지원사업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만 해도 연구비를 받아갈 수 있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자는 오픈이노베이션에 힘쓰고 정부는 5년 만에 새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앞 정부가 한 것을 계속해서 밀어주는 폭넓은 육성계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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