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연세의대 의료법윤리학과 김소윤 교수 

유전체학 및 유전자 가위 기술, 인공지능 등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게 ‘윤리’에 대한 고민이다. 연구를 연구로만 지켜볼지, 생명윤리적인 측면에서 제동을 걸어야하는지는 과학의 발달과 함께 끊이지 않는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25일부터 연세대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 유일한 홀에서 열리고 있는 제18회 아시아생명윤리학회 학술대회(ABC18)에서도 이러한 고민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는 강릉 원주대 전방욱 교수의 아시아생명윤리학회장 취임 및 한국생명윤리학회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자리로, 'Future of Bioethics and Health Care'(미래 생명윤리와 헬스케어)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다.

특히 한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과학기술 발전 속도는 물론이고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른 국가라는 점에서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도 새로운 이슈를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생명윤리학회 연구이사이자 아시아생명윤리학회 개최 준비위원이었던 연세의대 의료법윤리학과 김소윤 교수를 만나 이번 학술대회 개최 의미와 생명윤리에 대한 논의, 고민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들었다.

연세의대 의료법윤리학과 김소윤 교수

- 올해 아시아생명윤리학회 주제가 미래 생명윤리와 헬스케어다. 포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나 유엔 보고서를 보면 미래에 인간종 자취가 바뀔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미래에 대한 예측불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의료는 예방적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유전자 편집(가위) 기술을 통해 질병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는 세상이다. 미래 사회에서 의료자체가 굉장히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인류학적 고찰이 필요하다. 오히려 미래에는 의료가 질병 발생 후가 아니라 생활 자체에 개입하게 될 수도 있다.

노화나 수명연장 문제를 생각해보라. 의학적으로 25세의 몸으로 살 수 있다고 전제한다면, 과연 그동안 배우자는 어떻게 할지, 자식과 (신체적으로)스무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사회적 현상을 고민하게 되지 않겠는가. 즉, 인류학적 접근이 필요한 거다. 인류자체에 대변혁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그 방향성을 고민해야 한다. 아직 심도 있는 고민을 하기엔 이르지만 아시아생명윤리학회에서는 미래사회에 대한 방향성을 연구자들에게 보여주고 현재 단계에서 어떤 것을 고민하고 있는지를 서로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 전세계가 모두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윤리적 방향성은 같겠지만,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관점이 다르듯이 생명윤리에 대한 관점도 지역마다 조금은 다를 것 같다. 서양에 비해 아시아 문화에서 생명윤리에 대해 특히 두드러지는 게 있나.
크게 보면 아시아와 서양이 다른 점이 있지만 아시아 국가라고 해서 공통된 경향을 보이진 않는다. 아시아에서 중국이 유전자 편집 등과 관련한 과학기술에 굉장히 투자하고 있는데 중국의 윤리학자들은 유물론적 관점을 지니고 있다. 영적인 존재 또는 종교적인 측면에서 존재론적 의미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태어난 순간부터 인간이라고 보니까 공격적인 연구가 가능하다.

유럽의 문화는 가톨릭이 근간인데 가톨릭에서는 수정된 순간부터 인간으로 본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복제양 돌리가 나오지 않았나. 신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냐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결국 태어난 인간을 구원하는 것이 신의 영역이라고 봤다. 물론 인간을 복제해서 군대를 양성한다든가 하는 목적은 당연히 안된다. 하지만 모두 생명에 대해 조심스러워 하기는 마찬가지다.

- 한국은 특히 의료에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이번 학회에서 인공지능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이 있나.
아시아 나라들마다 과학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나 수준이 다르다. 한국은 아무래도 선도적인 입장이다. 이번 학회에서는 가천대 길병원 등 국내에 도입된 인공지능에 대한 소개 정도가 있을 예정이다. 아시아에서는 한국 외에 중국이 굉장히 적극적인데 이번 학회에는 참석하지 않는다. 일본은 다른 노선을 걷고 있는데, 인공지능 의사가 아니라 휴머노이드 형태의 인공지능을 개발 중이다. 휴머노이드 역시 의사고시를 통과해야 의료인의 자격을 주는 식이다. 이런 내용을 아시아 국가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 유전체 가위(편집) 역시 핫한 주제다. 올해 7월에 전방욱 회장과 김진수 단장 간에 설전도 있었는데, 연구까지 막아선 안된다는 입장과 연구를 할 때도 생명윤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뉜 것으로 알고 있다. 아시아 연구자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볼까.
유전체를 다루는 시대다. 이를 두고 잘못됐다, 아니다라는 식으로 논의하진 않는다. 전반적으로 각 나라의 연구동향, 법적 규제 등을 공유하게 된다. 다만, 최근 연구결과는 기술이나 정확성, 안전성 측면에서 이전보다 진일보했다고 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잘못된 개체 역시 생명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치료기술이 안정되면 받아들인다고 했을 때, 과연 다른 나라에서 진행한 연구는 윤리적이었는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해진다. 또한 불로장생을 꿈꾸는 연구가 과연 인류를 위해 좋은 방향인가에 대한 논의도 더 필요하다. 누구든 ‘내가 불로장생을 할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에 어떤 답을 선택할지 왜 그런 답을 선택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도 좋다.

- 최근 발전하고 있는 과학기술을 보면,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에서만 보던 일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질 것 같더라. 그래서 지금 생명윤리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한 것은 아닌가 싶다.
지금은 전 세계가 연구를 하는 시기다. 유엔이 인간복제금지를 선언했지만 유전자 치료는 환자에게 절실하다. 그 자체를 막기는 힘들 것이다. 실제로 유전자 편집기술에서 연구자들이 인간복제는 금지하자고 했지만 영국과 중국이 연구를 진행했다. 미국에서도 오바마 대통령 때 이런 연구를 중단하자고 했지만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논의해야 하지 않겠나.

아시아생명윤리학회와 같은 국제학술대회에서 어떤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다만 각자 고민한 것을 공유하고 현 상황을 직시하는 동시에 자극을 받는다. 그래서 매년 조금씩 발전된 생각이 공유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각 연구자들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한국은 점차 생명윤리에 대한 논의가 불 붙을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는 어떤 고민을 해야 할까.
우리는 사회현상, 의료 등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기술 하나하나에 대한 고민보다는 전체적인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30년 혹은 50년 인류미래를 우리가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는 거다.

또한 한국이 더 이상 따라가는 곳이 아니라 선도하는 국가가 될 시기라고 본다. 미국과 유럽을 거쳐 아시아를 선도할 역할이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점진적인 곳과 급진적인 곳 사이에서 한국이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도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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