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현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문재인 대통령이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건강보험으로 급여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보장성 강화 대책 핵심은 예비급여제도 도입을 통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신포괄수가제 확대 등을 통한 신규 비급여 발생 차단이다. 기존 비급여 가운데 횟수나 갯수의 제한은 2018년까지 우선 해소하며, MRI나 초음파의 경우 별도 로드맵을 수립해 2020년까지 급여화한다는 것이다. 일부 비용 효과성이 떨어지는 비급여의 경우 본인부담 차등화(50%, 70%, 90%)를 통해 예비적으로 급여화(예비 급여제도)하고, 3~5년 후 평가를 통해 지속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정부 발표에 대해 의료계는 몇 가지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첫째, 건강보험재정 악화 문제다. 전면적 급여화 정책이 건강보험료 인상 없이 진행될 경우 보험재정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보험재정 절감정책 등을 통해 의료공급자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겠냐는 걱정이다.

둘째, 현재 저부담·저수가·저보장 정책 기조에서 보장성 제고에 앞서, 원가를 밑도는 현행 의료수가 개선이 없다면 경영상태가 열악한 1차 의료기관의 줄도산 및 3차 대형병원 쏠림 현상 심화로 의료공급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셋째, 보장성 강화와 함께 신포괄수가제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자칫 비용절감만을 목적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9월 16일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정부의 급여화 정책에 대응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을 압도적 지지로 결의한 바 있다.

이러한 우려와 함께 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핵심인 보장성 강화가 선언적 의미일 뿐 현실적 한계가 노정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지난 참여정부 시절에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의제가 강력히 대두됐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참여정부 보장성 강화 정책의 문제점은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우선 보장률에 관한 수치적 목표에의 집착이다(윤희숙 2007). 국내에서 보장률로 주로 이용되는 ‘건강보험 급여율’은 총 의료비중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비율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형선 교수 등에 따르면, OECD에서 말하는 보장성이란 설비투자 등 자본비용을 포함한 총 국민의료비에서 공적 재원이 부담하는 비율로서, 건강보험 급여율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요컨대 보장성 지표는 다양하며, 보건의료 공공기여가 낮은 국내 현실에서 급여화 정책만으로 보장률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이후로도 꾸준히 보장성 강화 정책이 추진되었지만 보장률은 70% 미만에서 정체되어 있었다. 이는 보장률 확대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참여정부 때 시작된 민영실손보험 문제와 함께 필수의료가 아닌 선택적 의료에 대한 급여화 문제도 ‘문케어’의 한계점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발표한 문재인 케어는 정권 초기 보건의료 관련 국정방향성을 밝히는데 의의가 있겠으나, 역설적으로 현행 건정심 체제의 종말을 앞당기는 측면도 존재한다. 2000년대 이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은 국민건강보험법 제 4조에 의거하여 건강보험정책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로서 기능해왔지만 최근 그 의미가 축소되고 있는 모습이다.

‘비급여의 급여화’ 라는 논제는 건정심에서 다루어져야 할 주요 의제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단독발표에 가려진 형국이다. 지금이라도 건정심 내부에서 비급여의 급여화에 따른 재정추계 및 세부 항목 조율 등의 산적한 과제들을 처리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향후 보건의료 영역에서 현재까지 지속되어온 건정심 체제를 비롯한 국가적 의사 결정 구조가 해체 및 새롭게 재편되는 등의 예기치 못한 변화를 겪게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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