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수의 시장조사로 본 세상

조사 의뢰처로부터 조사 진행 후 보도 자료 작성, 관련 기자 간담회 참석 요청을 받는 경우가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다. 조사 결과가 언론에 정확히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나아가 리서치가 보건의료산업에서 구성원들 간의 의사소통을 돕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필자는 가능한 한 그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한다.

의뢰처는 기사를 작성하는 측에 제공하는 정보를 최소화하려고 한다. 반대로 기자는 최대한의 정보를 얻고 싶어한다.

때로는 필자에게 보도 자료 외에 보고서 원본을 공유해 줄 수 없냐고 요청하기도 한다. 물론 들어 줄 수 없는 부탁이다.

사실 필자가 작성한 보도자료 그대로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는 드물다.
의뢰처 선에서 가감되기도 하고 기사 작성 과정에서 달라지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는 의뢰처의 의도가 살짝 더해지는 경우가 많고 후자의 경우는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각자의 입장에서 핵심이라고 판단하는 부분이 달라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이해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아닌 경우도 있다. 얼마 전 모 학회에서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학회 임원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간담회는 차질 없이 진행되었는데 간담회 직후 인터넷에 뜬 기사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회원들의 의견을 정리한 조사 결과를 일반국민 대상 조사 결과로 잘 못 인용한 기사가 실린 것이다. ‘국민의 97퍼센트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라는 식의 눈에 띄는 헤드라인 작성에 초점을 두어서였다.

주최측에서 발표자료를 사전에 문서로 공유했으면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기사는 수정이 되어 해프닝은 일단락됐다. 이런 상황이 늘 있는 일이라면? 공들여 조사해서 결과를 내어 놓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싶다.

필자는 앞으로 이해하기 쉽게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힘을 기울일 것이다. 필요하다면 요청 받은 보도자료를 더욱 공들여 작성할 것이다. 그리고 의뢰처에게 보다 명확하고 상세한 자료를 기사를 작성하는 측에 공유하라고 부탁드릴 것이다.

조사 결과를 인용하는 기사에는 조사 의뢰처, 조사 진행 기관, 조사 방법, 조사 대상자, 조사 대상자 수 등은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고 기사를 읽는 독자들도 이 부분을 확인하면서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조사 결과가 언론에 정확히 전달되고 리서치가 보건의료산업에서 구성원들 간의 의사소통을 돕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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