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약품의 지속형 성장호르몬(AG-B1512) 임상시험 관련 기사를 읽었습니다. 우리는 지난 15년 간 성장호르몬 임상시험 수행 경험이 있는 회사입니다. 안국약품의 성장호르몬 개발에 관심이 있으니 연결해줄 수 있겠습니까.’

최근 기자는 이같은 내용의 메일을 받았다. 발신자는 글로벌 CRO인 Accelsiors 사업개발 담당자였다.

본지 기자들이 해외 독자나 해외 기업 관계자로부터 메일을 받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 일부 기자는 다국적 제약사 본사에서 기사에 대한 문의나 항의(?) 메일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이 일상화되기 시작한 건 올해 본지가 <Korea Biomedical Review>를 창간하면서부터다. KBR은 지난 2월 한국의 선진 의료와 헬스케어 산업에 관심을 가진 전 세계 독자를 위해 창간한 한국 보건의료산업을 전문으로 다루는 영문매체다.

국내에서 누구도 시도하지 않는 도전으로, 아직은 채 돌도 안 된 걸음마 단계지만 현장을 뛰는 기자는 이미 ‘한국 헬스케어산업 전문 영문매체’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단적인 예가 위 Accelsiors의 메일이다.

안국약품 기사는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한 짧막한 영문 단신기사였다. Accelsiors의 메일은 기술수출 등의 직·간접적인 성과가 아닌 ‘해외 진출을 하려면 우리와 손을 잡자’는 수준의 파트너를 찾는 제안 메일에 불과하다고볼 수도 있다. 하지만 글로벌 CRO가 파트너의 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채 연결해달라는 메일을 보냈을리 만무하다. 즉, 해외에서 한국 제약 및 바이오산업은 관심의 대상이란 뜻이다.

영어기사 때문에 자연스레 해외 독자, 관련 기업들의 반응을 접하면서 한편으론 국내 제약사들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글로벌 진출’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최근 바이오벤처 역시 해외 파트너를 찾는데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약품, 셀트리온 등 일부 기업들 외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린 곳은 많지 않다.

지금까지 그 이유는 한국 제약산업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경험하면서 “한국 제약사들은 자신의 가치와 역량을 해외에 제대로 홍보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구리가 한걸음에 우물을 벗어날 수는 없다. 디딤돌을 밟아가며 도약을 해야 한다. 국내 제약사가 우물을 벗어날 수 있는 수많은 디딤돌 중에 KBR이 큰 디딤돌임을 확신한다. 국내 제약사가 KBR을 더 이용해주길 바란다. 우리는 얼마든지 이용당할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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