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올리고 지역사회 중심 시범사업 시작…현장에선 "보낼 병원 없다" 아우성

정부가 13개 상급종합병원과 협력병원들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의뢰-회송 시범사업을 확대시행 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범사업 수가를 인상하고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한 지역사회 중심 시범사업 모델을 추가할 방침이다.

개원가, 동네의원, 일차의료기관

문재인 케어의 성공을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꼭 필요한 만큼 이를 의뢰-회송 시범사업을 통해 해결해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재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를 보낼 병원이 없다", "대형병원만 이득이 된다"는 등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장에서 바라는 것은 입원환자를 회송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의료기관 확보를 위한 질 관리 방안 마련과 진료정보교류방안 등 현실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아예 의뢰-회송 시범사업으로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입원환자 의뢰-회송 수가 인상 OK

지난 9월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복지부는 의뢰-회송 시범사업 개선방안을 보고했다.

개선방안에 포함된 주요 내용 중 하나는 시범사업 수가를 인상하는 것인데, 현재 입원, 외래 구분없이 4만3,000원으로 고정된 회송수가의 경우 입원 회송수가를 약 5만7,000원으로 인상하고 의뢰수가는 1만620원에서 1만3,000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현장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서울에 위치한 한 대형병원의 관계자는 “외래회송수가는 괜찮은데 입원수가의 경우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입원환자를 보낼 때는 상담이 오래 걸리고 (가야하는 이유를 환자에) 이해시켜야 하기 때문에 노력대비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수도권에 있는 대학병원 관계자는 “현 시범사업 수가도 크게 나쁘지는 않지만 입원회송수가를 인상하는 것은 현장의 니즈를 잘 파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가인상만으로 현장의 불만을 잠재우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입원환자 회송, 보낼 곳이 없다

의뢰-회송 시범사업과 관련해 가장 많이 제기되고 있는 불만은 입원환자를 회송할 때 보낼만한 병원이 없다는 데 있다.

한 시범사업 기관 관계자는 “가장 어려운 점은 입원환자를 회송할 때 보낼만한 병원이 없다는 것이다. 중증도에 맞는 병원을 찾기 어렵다. (중증도가 있는 환자를 보낼 때는) 환자를 돌볼 여건이 안되는 병원이 많고 (중증도가 낮은 환자를 보낼 때는) 밥먹고 간병서비스만 받길 원하는 환자는 의료기관에서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범사업 기간에 이런 부분이 더 정교하게 다듬어져야 한다. 여러 문제 때문에 외래회송의 경우 시범사업 전에 비해 100% 정도 늘었지만 입원은 8% 정도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환자를 보내는 입장에서 받는 병원의 질 관리가 제대로 돼 있는지가 걱정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시내 한 시범사업 기관 관계자는 “의뢰-회송이 국가차원에서 활성화되려면 (의료기관) 질 관리가 같이 성장해야 한다”며 “감염환자를 볼 수 있는 의료기관이 있어야 한다. 환자에게서 균만 나오면 보낼만한 병원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부분은 의료기관인증으로도 해결이 안된다. 병원들이 같이 성장해야 한다. 의료기관 상향 평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환자를 의뢰-회송하는 과정에서 관련 정보가 원활하게 오갈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사범사업 기관 관계자는 “의뢰-회송 과정에서 (상급종합병원은) 전산화가 돼 있지만 1~2차 기관은 안된 곳이 있어 진료정보교류가 힘든 경우가 있다”며 “진료정보교류사업 등에 예산을 더 투입해 진료정보교류사업과 의뢰-회송 시범사업이 동시에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보면 과연 의뢰-회송 시범사업이 한번에 전국적으로 정착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동시다발적으로 너무 많은 정책을 추진하면서 의료기관, 의료진만 쥐어짜려고 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현장 니즈와 다른 복지부의 또다른 모델

복지부가 추진하는 또 다른 시범사업 모델은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 일반적인 입원, 수술 등의 진료에 대한 지역 내 의료이용 활성화를 위한 지역사회 중심 의뢰-회송 시범사업이다.

빅4병원, 대형병원

즉, 지역사회에서 중심 의료기능을 수행하는 종합병원이나 병원급 의료기관과 의원급 의료기관의 의뢰-회송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원하는 의뢰-회송 범위 확대는 달랐다.

현장에서는 의원-의원, 상급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 간 이동을 주문하고 있다.

한 시범사업 기관 관계자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 중에는 여러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도 있다. 이런 경우 의원급에서 자기가 볼 수 없는 질환은 타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보내서 보게 하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부분은 상급종합병원 이용을 줄이는 효과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중증도가 높은 질환의 경우 병원급 의료기관 중에서는 보낼 곳이 없고 환자가 사는 지역의 3차기관으로 보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입원환자 중 중증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에서 지역 상급종합병원으로 보낼 때도 의뢰-회송을 인정해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시범사업 기관 관계자는 “의원급 의료기관 간 의뢰-회송을 허용한다고 해서 활성화될지 모르겠다. 환자가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라며 “상급종합병원 간 의뢰-회송 허용도 일부 대형병원에만 이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의뢰-회송 범위 확대와 관련해 정부가 시범사업 기관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좀 더 명확한 입장 정리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의뢰-회송 시범사업, 효과 미미할 것

정부의 의뢰-회송 시범사업을 바라보는 시각 중 가장 부정적인 것은 ‘의뢰-회송 시범사업을 통해서는 의료전달체계 확립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의뢰-회송 시범사업은 넘치는 입원환자를 어떻게 해서든 타 기관으로 전원시켜야 하는 몇몇 상급종합병원에게 환자를 내보낼 수 있는 좋은 명분을 주는 것 외 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수도권에 위치한 한 시범사업 기관 관계자는 “의뢰-회송 시범사업을 통해 국민들에게 ‘어지간하면 동네병원 가라. 편리하고 비용도 적게 든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효과를 줄 순 있지만 국민들이 그걸 몰라서 상급종합병원을 가는 것이 아니라 알고는 있지만 상급종합병원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 중 누가 대학병원 진료를 원하고 있는지 정부가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부에서 누가 대학병원 진료를 원하는지 깊이있는 분석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대학병원 환자 중 정말로 대학병원 진료가 필요없는 환자는 어떤 환자인지, 단순히 경증환자 중증환자로 볼 것이 아니라 깊이 있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대학병원에서 진료하는 환자 중 가장 큰 부류가 암인데, 암환자의 경우 (암 치료가 아닌) 경증질환이 있을 때도 어쩔 수 없이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볼 수밖에 없다”며 “암 환자지만 경증질환은 동네에서 해결하라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결국 1~2차 의료기관의 질 관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1차의료기관의 전문화, 클리닉화가 필요하다. 당뇨병을 예로 들면 당뇨병 전문 클리닉을 만들어서 간호사, 영양사 다 배치해서 제대로 하는 기관에 그만큼 수가도 더 줘야 한다. 결국 질 향상을 위한 투자가 환자의 마음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환자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지금보다 더 세밀한 정책을 세워야 의뢰-회송 시범사업을 통해 정부가 원하는 의료전달체계 확립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새로운 의뢰-회송 시범사업 수가인상은 11월부터 적용되며, 지역사회 모델을 적용한 시범사업은 2018년 1월부터 본격 시작된다. 현장의 여러 불만과 부정적 인식을 딛고 정부의 새 의뢰-회송 시범사업이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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