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현 교수, 건정심·전문위원회 등 공급자 중심 구조 개선 주장...가입자단체 "찬성"

건강보험 급여와 보험료, 수가, 약가 등을 논의하는 전문평가위원회와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의사, 약사 등 이해당사자인 공급자를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경우 사실상 이들 위원회의 논의결과를 최종 결정하는 기구에 불과한 만큼 위원회를 공급자 대신 가입자와 보험자로만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간호학과 김진현 교수는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 거버넌스 개혁을 위한 토론회’에서 “건강보험의 정책결정구조는 건강보험 이외에도 의료급여, 산재, 보훈 등 재정지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국민 의료비 부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현재의 재정건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구조는 개편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정책 결정 구조를 건강보험료를 부담하는 가입자 및 공익대표 중심으로 하고, 이익단체와 계약당사자는 배제해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현재의 의료행위·한방의료행위·질병군·치료재료·인체조직전문평가위원를 모두 건강보험 급여결정위원회와 전문 자문단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급여결정위원회는 가입자 단체와 공급자 대표로만 구성하고, 치료재료 급여 결정 과정에도 전문의약품과 같이 가격협상제를 도입해야 하며, 약제급여평가위원회도 가입자단체와 공익대표로 개편하고 프랑스, 이탈리아 등처럼 이해관계자, 처방권자, 계약당사자 등을 원칙적으로 배제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공단의 약가협상 대상 의약품을 확대하고 협상 권한을 강화함은 물론, 경제성평가 또한 공단이 담당토록 관련 규정을 국민건강보험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현 교수는 “현재의 전문평가위원회와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위원 구성 등 모든 사항이 복지부장관의 권한으로 쉽게 변경이 가능하고, 이해당사자가 의사결정에 참여해 공정성, 투명성 확보가 미흡한 반면, 가입자단체의 참여가 극도로 제한돼 있다”며 공익 및 보험자 중심 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김 교수의 주장에 참여연대를 비롯한 가입자단체는 적극 찬성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역시 건강보험제도 정책 결정 과정에 공급자의 참여가 너무 많고, 의사결정구조가 비공개라는 점에 대한 문제 지적과 함께, 전문평가위원회 운영에 대한 심평원장의 권한이 과하다고도 했다.

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이홍균 원장은 “심평원이 운영하는 전문평가위원회는 구성부터 운영까지 심평원장이 임의로 결정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운영규정을 개정해 가입자를 완전히 배제할 수도 있게 했다”며 “불투명한 구조고 (심평)원장이 너무 많은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 황의동 개발이사는 “건강보험정책의 의사결정구조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시의적정 하지만 합리적인 규칙에 의해 진행돼야지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된다”며 “관련 단체와의 유기적인 관계 하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특히 건정심이나 전문위원회 등은 관련 단체나 기관, 가입자 등이 다 포함돼 전문적인 논의와 신중한 결정하에 진행되고 있으며, 전문위원회는 의사결정기구가 아닌, 임상적 유효성에 기반한 가치판단을 하는 자문기구인만큼 전문가 위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가입자 등이 참여하는 구조로 돼 있다”고 말했다.

또 공단의 심평원장의 권한에 대해서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규정 개정에 앞서 사전예고 등의 절차를 통한 가입자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이를 배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황 이사는 “우리나라는 민간의료기관 중심 의료공급체계 구조인만큼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약계나 제약사 등 공급자측이 배제된 채 가입자 중심으로 진행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다만 가입자를 별도 전문기구로 구성해 이들의 의견을 더 수렴하는 차원의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보재정 운영 투명화 위한 기금화 논란

이날 토론회에서는 건정심과 재정운영위원회도 보건복지부 중심이 아닌 보험자의 역할을 강화해 가입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과 건강보험 재정을 국회에서 통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대표는 “현재 건강보험 운영 과정에선 보험자 고유 권한이 제한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재정운영위원회의 의사결정구조에 시민참여를 제도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가입자평의회 위원을 포함하거나, 공단 지역본부 주관으로 일반시민 및 지역주민대표를 위원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현재는 사회보험성 기금에서 건강보험만 제외돼 있어 운영의 투명성이 부족하다”며 “국민연금이 5년 주기로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승인, 국회제출, 대통령령에 따른 공시 등의 절차를 밟듯이 건강보험 또한 국회가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홍균 원장은 “건강보험 재정은 기금이 아닌 단기보험으로, 매년 소요될 예상 금액을 당해 지출하는게 원칙이다. 다른 목적으로 절대 사용할 수 없어 기금화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과 정경실 과장은 “건정심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사회적 합의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구조라고 해서 만들어 준 것”이라며 “2002년에 만들어진 구조가 현실에 안맞거나 운영상 투명성과 체계성을 강화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제도를 개선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건보재정 기금화 논란에 대해서는 “기금화로 인한 투명성과 책임성, 민주적 통제 등의 장점은 있지만 신속하게 운영돼야하는 건보 특성상 기금화시 경직될 수 있고, 공급자와 가입자의 계약을 통해 이뤄지는 의사결정이 번복될 수도 있어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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