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센다 출시 기자간담회서 “인간에게 갑상선암 유발 가능성 없다” 강조

비만치료제 ‘삭센다(Saxenda)’ 출시를 앞둔 한국노보노디스크가 부정확한 정보 제공으로 미국에서 문제가 됐던 마케팅 방식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한국노보노디스크는 삭센다 출시를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열어 효능 등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삭센다는 내년 3월 국내 출시된다.

한국노보노디스크 라나 아즈파 자파(Rana Azfar Zafar) 대표이사·사장은 이 자리에서 삭센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서 비만치료제로 허가 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FDA와 EMA 허가를 통해 비만 치료 효과를 입증한 의약품은 거의 없다. 한국에 비만치료제로 허가된 의약품도 거의 없다”며 “매우 혁신적인 비만치료제를 한국에 제공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문제는 삭센다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삭센다의 성분은 리라글루티드(liraglutide)로, 노보노디스크의 당뇨병치료제 ‘빅토자(Victoza)’와 같다.

미 FDA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사항에는 리라글루티드가 동물실험 결과, 복용량에 따라 쥐에게 갑상선수질암(medullary thyroid carcinoma, MTC)를 포함한 갑상선 C-세포 종양을 유발한다고 돼 있다.

미 FDA는 노보노디스크가 미국에서 빅토자를 출시하기 전 라벨에 동물실험 결과와 갑상선 C-세포 종양 유발 위험이 사람에게도 해당될지 모른다고 기재하라고 지시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삭센다 영문 홈페이지에 'Saxenda®를 복용하는 사람들에게 갑상선 종양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Saxenda®가 갑상선 종양이나 MTC을 일으키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는 주의사항을 명시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노보노디스크 측은 리라글루티드 성분이 사람에게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을 부인했다.

기자간담회에 초청된 벨기에 앤트워프 대학병원 루크 반 갈(Luc Van Gaal)교수는 "갑상선암 유발 논란은 빅토자 초기 개발 단계에서 나왔다”며 “쥐 갑상선에는 GLP-1 receptor가 있고, 이를 자극하면 갑상선암을 유발 할 수 있지만 인간의 갑상선은 이러한 receptor가 없기 때문에 인간에는 같은 현상을 관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루크 반 갈 교수는 “(삭센다의 성분인 리라글루티드가) 인간에게 갑상선암을 유발할 가능성은 없다. 'thyroid cancer is no longer an issue'”라고 견해를 피력했다.

한국노보노디스크 관계자도 “(루크 반 갈 교수의 발언은) 동물실험에 기반을 두었고 우리도 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고 있어서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노보노디스크가 빅토자와 삭센다 성분인 리라글루티드의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법무부로부터 662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 받았다. 그것도 한국노보노디스크가 삭센다 출시 기자간담회를 열기 이틀 전에 있었던 일이다.

미국 법무부(U.S. Department of Justice)는 지난 6일 노보노디스크 영업사원이 의료진에게 빅토자를 홍보하면서 리라글루티드 성분이 인간에게 갑상선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같은 처벌을 내렸다(관련기사: 노보노디스크, 美서 '빅토자' 부작용 정보제공 의무 위반).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빅토자 영업사원은 갑상선수질암(MTC)을 포함한 갑상선 C-세포 종양이 동물실험에서만 나타났고 사람과 동물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인간에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말해 문제가 됐다.

미국 법무부는 노보노디스크의 행동이 FDA의 ‘Federal Food, Drug, and Cosmetic Act’을 위반했다며 벌금을 부과했고, 노보노디스크 북미사업 책임자는 이에 합의는 했지만 혐의는 부인했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지 이틀 뒤 한국에서 열린 삭센다 출시 기자간담회에서도 노보노디스크는 부작용 문제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다.

청년의사가 만든 영자지 <Korea Biomedical Review>가 미 FDA에 빅토자와 삭센다의 성분인 리라글루티드의 부작용에 대해 문의한 결과, 리라글루티드가 사람에게 갑상선 수질암을 유발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FDA는 답변을 통해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리라글루티드는 용량에 따라 갑상선 C-세포 종양을 유발했다. 시판 후에도 리라글루티드를 복용한 환자 중 갑상선 수질암에 걸린 사례가 보고됐다”며 “리라글루티드가 사람에게 갑상선 수질암을 유발하는지 그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확언할 수도 없지만 그 위험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고 했다.

식약처도 삭센다 허가사항에 “(MTC는) 사람에 대한 관련성은 낮을 것으로 보이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기재했다.

그러나 한국노보노디스크 측은 미국에서 일어난 일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또 삭센다 출시 전 부정확한 정보 제공으로 미국에서 벌금을 받은 사건과 관련해 본사로부터 마케팅 등에 있어 주의하라는 지시사항이나 추가 정보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한국노보노디스크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워낙 소송이 많아서 일어난 거 같고, (이게 정말로 위험한 약이었으면) 전 세계로 그렇게 일어나고 업데이트가 있었을 거다. 뜻 깊은 이슈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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