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역할 진단 국회 토론회 열려…복지부 "보험사 반사이익 추계 위해 특별법 제정 필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통한 보장성 강화를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 실손보험을 관리하는 법안을 마련하는 등 정부가 직접적인 통제에 나설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팽창하는 비급여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를 위해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물론 실손보험의 보장범위 등도 동시에 개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정부는 모럴해저드를 야기하는 실손보험 상품 설계를 개선하고, 반사이익을 추계해 보험료 인하 등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과 정무위원회 이학영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문재인 케어 추진에 따른 실손보험의 역할 진단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 아주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허윤정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건강보험은 사회적 보험으로 의무보험이지만 실손보험은 선택형이다보니 가입자가 미가입자 대비 외래일수가 더 길고 비급여 의료 이용도 많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면서 “젊은 사람들도 실손보험에 가입할 의향이 있다고 하는 만큼 실손보험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윤정 교수는 “실손으로 받은 추가진료가 무조건 불필요한 의료라고 볼 수는 없지만 국민들의 전체 의료비 증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허 교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실손보험의 반사이익 만큼 보험료를 인하하고 주기적인 감시와 사후관리 강화 등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을 연계해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건강보험 보장률이 OECD평균 정도였다면 민간보험이 이렇게 많지는 않았겠지만, 이제는 반대로 건보에 민간보험이 영향을 주는 만큼 이를 연계한 제도를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민간보험의 제도화를 통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급여 확대되면 실손 보장은 얼마나?

특히 토론회에서는 실손보험 설계 자체의 문제점이 거론되면서 현재의 실손보험 틀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김종명 의료팀장은 “실손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30%의 국민은 저소득층과 65세 이상 노인, 현재 질병을 갖고 있는 환자들로, 가장 의료비 혜택이 필요한 이들이지만 제외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는 위험손해율이 100%를 넘는 유일한 보험이라며 언론플레이 등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핵심은 보험사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상품을 만들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종명 의료팀장은 “실손보험이 건보의 법정본인부담금과 비급여도 같이 보장하면서 비급여를 과잉 팽창시키는 문제가 발생했고, 정부가 보장성을 강화해도 보장률이 올라가지 않게 만들었다”면서 “문재인 케어에서 예비/선별급여제도를 도입하면 실손보험은 이에 대한 본인부담을 보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급여의 증가를 막기 위한 정부의 강도 높은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민주노총 김경자 부위원장은 “비급여를 계속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결국 제약사와 의료기기 회사의 배불리기가 될 것이며 비급여는 양산될 것이다. 획기적인 보장성 강화와 비급여 통제방안이 있어야 한다”면서 총액예산제 등 비급여 전체 통제 방안과 혼합진료 금지제도 도입 등을 제시했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도 “실손보험에 대한 법적 규제를 하는 마지막 기회"라면서 ”실손은 보험사가 손해보게 설계되지는 않았을 것이며, 그동안 건보 보장성이 확대되는 만큼 실손의 반사이익이 있었을 것인 만큼 이 부분을 환자에게 어떻게 환류해 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 “민간보험 영업방침 개선, 적정수가 보전필요”

의료계는 민간보험과 공보험 연계법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민간보험사의 영업방침 개선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비급여 진료비의 문제는 중증질환이 아닌 영양제, 도수치료 등 환자선택권이 높은 비급여에 대한 팽창이다. 그동안 모든 비급여를 통칭해 쓰면서 혼돈이 있었던 만큼 이를 구분지어야 한다”면서 “문재인 케어의 방향성은 공감하나 예비급여와 선택적 의료에 대한 무리한 급여화는 국민 과수요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이사는 “민간보험과 공보험의 연계법을 통해 사회적 모럴해저드를 막고 민간보험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광고를 줄이고 과도한 보험설계 수당 등 영업방침을 구조적으로 개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병원협회 김필수 법제이사는 비급여 진료를 선호하는 병원계의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비급여를 모두 예비급여로 가져갈 경우 의료산업 발전 저하는 물론 건강보험 재정위기 등의 또다른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필수 법제이사는 “문재인 케어의 핵심은 급여에서 충분히 수가를 보장하는 것이지 예비급여에 포커스를 두는 것이 아니다”라며 “수가를 보전해주지 않으면 또다른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원래 보험의 역할을 생각해 어떻게 재원을 충당할지 고민해야 하며 당연지정제의 탈출구를 통한 의료기술과 제약산업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평원 실손보험 심사위탁 안돼 한목소리

특히 토론회에서는 실손보험 관리를 위한 제도적 방안으로 실손보험 청구·심사의 문제점들도 거론됐다. 수년간 보험업계에서 제기돼 온 실손 심사 심평원 위탁에 대해서는 보험업계를 제외하고는 모두다 반대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모든 비급여를 빠르게 급여로 전환하면 실손의 심사위탁은 아예 필요없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손해보험협회 이재구 상무는 “문재인 케어가 잘되면 실손보험의 효용성이 떨어져 알아서 국민들이 해지할 것이다. 그때에 보험의 자기부담금 등의 구성을 바꾸면 될 일”이라며 “과거 의료산업선진화의원회도 심평원에 실손심사 위탁을 해야한다고 권고했지만 지켜지지 않아 관리가 잘 안됐다. 비급여 관리나 수가관리에 대해 얼마나 노력을 해왔나”라고 반문했다.

이재구 상무는 “3,800개의 비급여가 급여로 될거라며 보험료를 인하하라고 하는데 정확히 얼마나 다운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정확히 계산해서 가격이 떨어지면 보험료를 인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생명보험협회 김홍중 상무도 “문재인 케어의 구체적인 로드맵과 실행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는 상황에서 실손보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심평원의 전문심사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하며, 안되더라도 제3기관 설립을 통한 비급여 편황파악과 관리가 필요하며, 의료기관에서 실손 여부에 따라 진료를 달리하는 것도 잘못된 만큼 이러한 행위를 금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허윤정 교수는 “국가가 비급여를 관리하지 않았다는 보험업계의 주장은 잘못됐다”면서 “비급여를 관리하지 않은 나라는 없으며, 오히려 보험사들은 비급여 조건을 알고도 상품을 만들었는데 이로 인해 손해율이 높아졌다면서 국가가 관리하지 않았다고 하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비해 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현재룡 부원장은 “공단이 비급여 자료를 정밀하게 보고 있으며, 급여화가 되고 나면 남는 것은 조잡한 비급여다. 그것을 심사위탁할 것이 아니라 급여화하면 그에 따른 급여기준과 심사기준이 마련될 것이므로 급여화를 서두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룡 부원장은 “청구서식을 표준화하고 전산화해 이를 보험자와 연계헤 비급여를 모니터링해야 한다”면서 “공단에서도 비급여실태조사를 위한 연구용역은 했는데 추계자료라 민간과 자료연계만 되면 정밀하게 추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복지부 “손해율 관심없다, 반사이익 추계해 국민에게 되돌려주겠다”

이같은 의견들에 대해 정부는 복지부와 금융위가 함께 대안을 모색하고 관리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실손보험의 점검은 물론 통계적 검증과 청구간소화 등도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 보험서비스과 손주형 과장은 “실손 보장에서 본인부담금을 빼는 부분은 국민 입장에서 고려해보겠다”면서도 “실손 끼워팔기는 내년부터 금지하고 철저히 점검할 것이며 보건당국과도 협업을 해서 정책협의체를 조만간 구성하는 한편 법의 디테일을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손주형 과장은 “보험사 반사이익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분석을 통해 보험료 인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하겠다"면서 "손해율의 개념을 둘러싼 논란도 있는 만큼 위험손해율 뿐만 아니라 합산손해율도 공개하고 청구간소화를 통한 낙전효과를 막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보험업계의 손해율에는 관심이 없으며 반사이익에 대한 제대로 된 추계를 할 수 있도록 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예비급여팀 손영래 과장은 “건보에서 환자 본인부담률을 정한 것은 건보에 돈이 없어서 환자와 공동부담하려는 것이 아닌,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라면서 “그러나 실손은 본인부담을 없애 환자에게 아무런 비용을 부담시키지 않았다. 그러한 상품이 많이 팔리면서 건보 보장성 강화에 걸림돌이 된 만큼 합리적으로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정과제에서 반사이익의 문제를 추계해 국민에게 되돌려주겠다고 결정한 만큼 금융위와 제대로 추계해 그만큼 보험료를 인하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되돌려줄 것”이라며 “이 두가지 아젠다를 잘 수행하기 위해 금융위와 복지부가 공동으로 논의해가고 관리할 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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