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임 발의에 앞서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과 통화를 했는데, (차기 의협회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 불신임을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했으나 (추 회장이) 단호하게 거부했다."

지난 16일 열린 대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경상남도의사회 소속 최상림 대의원이 한 얘기다.

추무진 회장 불신임안 표결에 앞서 최 대의원은 “추 회장은 임기동안 회무 처리에 있어 눈치 보기, 기회주의로 일관해 회원들에게 너무 많은 해악을 끼쳤다. 추 회장이 탄핵돼야 하는 이유가 너무나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다”고 한 뒤 불신임안과 추 회장의 차기회장 선거 출마 여부를 거래(?)했다는 뉘앙스의 말을 남겼다.

극단적으로 불신임안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한 거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발언이다. 오해의 여지가 다분한 이 같은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음에도 최 대의원의 발언을 지적하는 대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현 의협 회장 개인에 대한 대의원들의 호불호를 떠나, 회원들을 대신해 의사를 대표하는 단체인 의협 수장의 신임 여부를 묻는 자리였다. ‘회원들에게 끼친 해악이 크다’는 명분을 앞세워 놓고, 불신임안을 차기회장 선거 출마와 거래(?)하는 모습이 바람직한 것이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임총에서 가까스로 재신임을 받은 추 회장의 행보도 아쉽다. 표결 결과 불신임 요건인 참석대의원 3분의 2를 넘기지는 못했지만, 불신임에 찬성한 대의원이 절반 이상이었다. 말 그대로 가까스로 회장직을 지킨 것이다.

추 회장 불신임안은 현 집행부의 문재인 케어와 한방 문제에 대한 회원들의 불만과 불신 때문이다. 추 회장이 지난 13일 단식 농성에 나선 건 이러한 불신을 종식시키고, 정부 정책에 대한 의료계의 의지를 보여주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추 회장은 임총에서 회장직을 유지하고, 문재인 케어와 한방 문제를 함께 다룰 비대위가 구성된 후 곧바로 단식을 풀었다.

단식 중단 선언 후 의료계 내에선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게 추 회장이 단식을 시작한 13일은 불신임안이 임총 안건으로 상정된 날이었고, 단식은 3일로 끝났다. 추 회장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법안 폐기와 성분명 처방의 부당성을 알리겠다고 단식에 나섰지만, 어느 현안 하나 해결된 것이 없는 상황에서 또 한 번 불신만 자초한 꼴이 됐다.

집행부의 책임감 없는 모습도 도마에 올랐다. 앞서 집행부는 ‘급여화 대책 및 적정수가 보장을 위한 비상대책특별위원회 활동 경과’를 보고하겠다고 요청했고, 대의원회는 이를 승인했다. 하지만 시간이 주어지자 정작 발표에 나선 사람은 없었다. 추 회장 불신임안이 부결된 직후 어수선했다는 상황이었다고 해도 보고를 누락한 건 지적받아야 마땅하다.

그저 각자의 계산기만 두드리다가 끝낸 임총, 회원들을 위한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던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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