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염제품 약가 등재 시기 달라지며 선등재 의약품 약가 인하 가능성
제약사들, 부랴부랴 자진인하 폭 줄여

연 1,500억원대 처방액을 기록하는 만성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의 염 변경 제품 출시에 비상이 걸렸다.

10월 출시 예정 제품 중 약가를 자진인하한 일부 제품의 약가가 한 달 뒤에 등재가의 반값이 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제약사마다 각기 다른 특허 회피 전략으로 인해 같은 염 변경 제품이라도 우선판매허가 시점이 달라졌고, 동일성분제제 등재 시 약가인하 기전이 결합돼 발생한 일이다.

제약사들은 부랴부랴 약가를 다시 신청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향후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일은 비리어드 염변경 제품 중 염을 없앤 무염제품의 우선판매허가권 획득 시점이 달라지며 발생했다.

길리어드의 만성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

비리어드의 물질특허는 오는 11월 9일 만료이고 조성물특허는 2018년 11월 7일에 만료된다.

국내 제약사들은 시장선점을 위해 우선판매허가권이 필요했다. 제약사 중 일부는 물질특허 존속기간 무효 심판을 통해 물질특허를 무효화했고, 조성물특허 역시 염변경 전략을 통해 회피했다.

한미약품, 종근당, 동아ST, 대웅제약, 보령제약, 동국제약, 삼진제약, 삼천당제약, 삼일제약, 한화제약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우선판매허가권을 획득해 8월 26일부터 제품 판매가 가능하다. 약가등재 후 10월 1일자로 출시할 예정이다.

물질특허 존속기간 무효심판이 아닌 회피 전략을 택한 곳도 있다.

휴온스, 마더스제약, 제일약품, 국제약품, 한독, 한국휴텍스제약으로 이들도 우선판매허가권을 획득했다. 다만 시기가 다르다. 이들 제약사는 11월 10일부터 우선판매허가권이 적용된다. 약가등재시기는 11월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무염제품 중 일부가 한 달 늦게 약가등재되면서 선등재 무염제품의 약가가 추가 인하된다는 점이다. 제네릭이 등재되면 약가가 인하되는 것과 같은 기전이다.

10월에 등재 예정인 무염 제품들은 대부분 50~55% 가량 약가를 자진인하했는데, 한 달 뒤에 무염제품이 등재되면 등재가의 절반 가량으로 약가가 뚝 떨어지게 되는 것.

이는 동일성분제제가 등재되면 약가인하되는 기전이 적용된 탓이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뒤늦게 등재된 무염제품보다 약가가 낮아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하게 된다는 게 무염제품을 가진 제약사들의 지적이다.

이같은 사태를 인지한 제약사들은 부랴부랴 약가를 상한 조정해 재등재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염변경 제품은 약가우대정책에 따라 오리지널의 90%까지 약가를 우대받을 수 있지만 일부 제약사는 약가우대정책을 포기하고 약가를 자진인하했다. 종합병원을 꽉 잡고 있는 비리어드와 10% 가량 밖에 차이나지 않는 가격으로는 시장 선점이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가격이 낮은 게 경쟁력이라면 후등재 무염제품으로 인해 낮아진 약가가 유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제약사의 입장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저가 의약품 경쟁으로 재정절감이라고 볼 수 있지만 오히려 제약사들은 초기에 저가로 들어갈 유인책이 사라지는 셈이다. 제약사들은 자진인하를 하지 않거나 인하폭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택하게 될 것이다. 오리지널과 염변경의 약가에 차이가 없다면 오리지널 사용이 줄지 않을 것이고 결국 재정절감 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현재 규정대로 적용된 것이고, 자진인하 역시 제약사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제도 자체에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의 약가인하제도에서 후발주자가 들어오면 53.55%로 인하되는 규정이 적용된 것으로 규정에 따라 적용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제약사가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을 우리가 요청할 수는 없는 일이고, 제약사별로 감내 가능한 수준으로 약가를 결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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