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국회 토론회서 강력히 요구…공단, 급여제한 폐지 불가 입장 고수

5만원 이하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연체한 ‘장기 생계형 건강보험료 체납자’가 145만 세대로 전체 체납자의 35.1%에 달하는 가운데 이들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체납자에 대한 급여제한을 폐지하고 결손처분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형평성을 근거로 급여제한의 전면폐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빈축을 샀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제윤경 의원과 건강세상네트워크는 공동으로 지난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생계형 국민건강 보험체납자의 건강권보장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정숙 활동가는 “(장기 생계형 체납자에 대한) 급여제한 폐지와 결손처분 확대는 의료이용이 중단 돼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을 없애기 위해 꼭 실시돼야 한다”며 “납부능력이 없다고 건강권을 박탈하는 비인권적인 행태는 당장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에 따라 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할 경우 그 가입자 및 피부양자에 대해 보험급여를 제한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장기 체납자의 많은 수가 생계형 체납자인 상황에서 건강권을 보장해야할 당국이 제도적으로 이들의 병원이용을 막는 것은 범죄”라고 지적했다.

김 활동가는 “(급여제한은) 헌법에 보장된 건강권을 위배하는 조항이며 사회보험 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 제도”라며 “반드시 폐지돼야할 악법”이라고 강조했다.

부과한 조세를 징수할 수 없다고 인정될 경우에 납세의무를 소멸시키는 '결손처분'은 체납자에 비해 너무 적게 이뤄지고 있어 체납자 지원·구제라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확대·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김 활동가는 “2005년에는 급여제한 159만 세대 중 약 55%인 88만 세대가 결손처분 됐던 것에 비해 2009년에는 2만6,000건으로 줄어들었다”며 “건강보험체납자가 200만 세대를 넘어선 현 상황에서 지난해 결손처분 승인 세대수가 4만3,198건에 불과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활동가는 “결손처분은 체납자를 위해 운영되고 있는 유일한 지원제도로 이것이 체납자 구제라는 취지에 맞게 활용될 수 있도록 결손 처분 적용 기준을 완화하고 대대적인 결손처분을 즉시 확대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 김선 연구원도 장기 생계형 체납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급여제한 폐지와 더불어 결손처분의 기준 완화를 주문했다.

김 연구원은 “사회보험 보장 방식의 건강보장제도를 운영하는 국가에서 보험료 체납 문제는 필연적인 것으로 대만과 일본에서도 체납 문제가 있지만 이들 나라에는 다양한 보험료 경감 및 지원제도가 있어 보험료 납부가 어려운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대만의 경우 2016년 급여제한을 전면적으로 폐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건강보험의 ‘기여에 따른 보장’이라는 원칙은 근본적으로 사회적약자를 보호하기 힘들다는 한계를 가진다”며 “이런 한계 극복을 위해 급여제한을 폐지하고 결손처분 기준을 완화, 이를 확대해 체납자의 건강권, 생존권, 존엄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빌리은행 백미옥 사무국장도 “공단은 생계형 체납자를 대상으로 대부업체에서 채무자를 추심하는 행태보다 더욱 가혹하게 연체금 부과, 압류 등의 조취를 남발하고 있다”며 “장기 생계형 체납자의 경우 과감한 결손처리를 통해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단은 현재도 장기 생계형 체납자의 보험료 부담 완화를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으며, 급여제한의 폐지 등은 형평성을 근거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합징수실 체납징수부 서경숙 부장은 건보 재정의 안정과 성실 납부자 보호를 위해 보험료 징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합징수실 체납징수부 서경숙 부장은 “당년도 보험료를 100% 징수하지 않는 한 체납보험료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안정적인 건보 운영에 지장이 생긴다”며 “재정의 안정과 성실 납부자 보호를 위해 체납보험료 징수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 부장은 “현재 이미 체납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납부능력을 고려한 차별화된 징수활동을 추진하고 있다”며 “그 외에도 체납기간 3개월 미만, 총 체납액 30만원 미만, 월 5만원 부과 세대는 부동산(예금) 압류를 제외하고 있으며, 150만원 미만 소액 예금도 압류 제외하는 등 그 외에도 소득과 재산이 없는 미성년자 전체의 보험료 납부의무를 면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급여제한 폐지에 대해서는 불가하다고 못을 박았으며, 생계형 체납자에 대한 결손처분도 선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서 부장은 “체납자 급여제한은 진료제한이 목적이 아니라 납부 유도를 위한 것으로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 급여만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험료 성실 납부자와의 형평성을 기하기 위해 유지돼야 한다”며 “현재도 납부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와 같은 체납자에 대해서는 급여대상에서 제외해 수급권을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부장은 이어 “일정 체납기간과 체납 금액의 요건만으로 결손처분을 한다면 보험료 납부의 당위성이 크게 훼손되고 건보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며 “지속가능하고 의료비 걱정 없는 건보 구축을 위해서 결손처분은 납부능력 유무를 고려해 선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결손처분 기준은 내년부터 완화하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다.

서 부장은 “공단에서는 정부정책과 사회여건 등을 감안해 소액 소득·재산 보유 시에도 결손처분이 가능하도록 결손처분 요건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며 “2018년에는 장기체납자 결손처분 기준을 추가로 완화해 납부 가능성이 없는 체납액도 해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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