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호 교수 “의대-한의대 통합 법부터 발의해야”

한의사도 엑스레이(X-ray) 같은 진단용 방사선 장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법안(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면허체계를 무시한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충북대병원 한정호 교수는 12일 본지와 통화에서 “의학과 한의학은 학문적인 근원이 다르고 의사와 한의사는 다른 면허다. 이 문제를 국회의원들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충북대병원 한정호 교수

한 교수는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이용한다는 건 한의학적 음양오행이나 기가 아니라 의학의 해부학 개념을 적용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한의학은 존재할 의미가 없다”며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으로 구분돼 있고 국가시험을 통해 따는 면허도 다르다. 이런 체계를 다 무시하고 한의사에게만 특별하게 적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의대 6년을 다니고 의사국시에 합격해 면허를 취득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권한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한의사들에게 한의대에서도 비슷한 공부를 하니까 권한을 달라고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심리학과에서 배우는 내용이 정신건강의학과와 비슷하니 정신과 전문의 자격증을 달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했다.

한 교수는 “의대가 아닌 한의대에 가서 한의사 면허를 따 놓고 의사들이 쓰고 있는 걸 자기들도 쓰게 해 달라고 떼쓰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마치 국민 건강을 위한 것처럼 포장됐지만 남들이 어렵게 얻은 것을 힘으로 뺏으려 하는 건 전형적인 적폐 논리”라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교육부가 최근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한 이유는 이들이 임용고시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며 “아무리 영어회화를 잘해도 임용고시를 통과해야 중·고등학교 교사가 될 수 있다. 체계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은 갈등만 부추길 뿐이라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의대-한의대 통합이라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국가 면허체계를 무시한 법안은 국민 건강에도 해악이고 세금 낭비”라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의대와 한의대를 통합하고 의사와 한의사 면허를 통폐합하는 것이다. 일본이 이미 그렇게 했고 중국도 그 길로 가고 있다. 우리도 논란거리만 되는 법보다는 면허를 통폐합하는 법을 발의하고 그 방식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의사도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의료일원화는 더 요원해진다”고도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