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용 교수, 자체 평가기전 필요성 강조...서울대병원, 회진 예고제·동영상 등 고군분투

5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환자경험평가가 입원뿐만 아니라 외래, 응급실 등으로 확대 시행될 것을 대비해 병원 내 평가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의료질향상학회는 지난 5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017년도 가을회원 연수교육’에 환자경험평가의 국내 대응 전략, 외국의 대응 전략 등을 주제로 한 세션을 마련했다.

이날 서울대 보라매병원 이진용 교수는 ‘환자경험평가 진행 및 개선방향’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환자경험평가를 위해 기존의 병원평가와 연계한 평가기전을 만들어 상시 평가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환자경험평가는 5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1일 이상 입원한 환자본인을 대상으로만 이뤄지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평가대상기관 및 항목 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진용 교수는 “환자경험평가는 상급종병과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시행되지만 병원 전체, 궁극적으로는 의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대응해야 한다”면서 “또 입원만을 평가하고 있지만 외래, 응급실, 검사실, 특수부서 등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점수산출기준도 현재 4점 척도를 기준으로 한 선형방식이지만 Top-box 형식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고 지금부터 대응해야 하며, 병원전체 차원에서 상시적인 자체 평가기전을 마련해 실무에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환자경험평가는 기관단위 진단용 모의고사가 될 것인 만큼 지금부터 병동별 점수를 파악하되, 병동별 비교가 아닌 병동 내 트렌드를 분석해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서울대병원의 경우에도 이미 환자경험에 대비하기 위한 자체 평가도구를 개발하고 회진예고제, 환자대상 홍보 동영상 제작 등 다양한 방법을 도입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CS팀 이숙경 팀장은 “환자경험을 좋게 하기 위해 직원 에너지가 고갈되고 번아웃되기 쉬운데 이를 막기 위해 직원존중이 중요하다”면서 “직원이 존중받지 못하는데 환자가 존중받고 행복할 수 있겠냐. 수평적 관계에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병원 내 환자 경험의 개념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부터 환자경험이 무엇인지, 어떠한 문화를 만들어갈지를 직원들과 함께 동영상을 만들었고 치유글판 등을 병원에 게시하고 있다는 것.

무엇보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부터 환자경험평가에 대비해 ‘SNUH-PEx’라는 서울대병원만의 평가도구를 개발했다. 기존에 환자만족을 목표로 만들었던 평가도구에 심평원 환자경험평가를 반영한 것인데, 입원, 외래, 검사실, 중환자실, 분만실, 인공신실, 건강증진센터, 응급실 등 8종으로 구성됐다. 설문방식도 입원환자는 전화조사를 하고 그 외 환자에게는 서면조사를 해 병원내 취약한 항목 회진, 불만, 환경 등의 요소를 개선하기 위한 회진예고제 시행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숙경 팀장은 “지난해 회진관련 환자들의 의견과 환자중심평가를 반영해 회진예고제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1일 1회진 원칙으로 진료과에 담당자를 배치해 교수 회진시간과 변경시간을 사전에 공지하게 하고, 공지된 내용을 간호사가 병동게시판 및 입원 시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진예고제를 하면 점수가 좋아질 줄 알았는데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환자들에게 인터뷰를 해봤더니, 환자에게는 회진시간과 정확성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교수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었다. 퇴원 후 진행하는 환자경험평가의 회진 개념과는 달라 별다른 대안은 없고 교수들이 환자를 만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병원은 추가로 환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회진 홍보 영상 콘텐츠를 개발하고 쾌유기원 카드를 만들어 환자들에게 회진예고제를 알리고 불편한 점이 있을시 항시 물어볼 수 있도록 창구를 다양화했다.

그 외에도 ‘따뜻한 말한마디 캠페인(따말 캠페인)’을 하고, 향후에는 직원들의 경험향상을 위한 시스템도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숙경 팀장은 “감정노동으로 인한 직원들의 고충을 보호하기 위해 직원권리보장을 규정화하고 자기보호 매뉴얼 제작, 상담 및 치료지원, 법적조치 등 사전·사후 조치를 해 나갈 예정”이라며 “오는 9월부터 이 같은 시스템을 적용하게 되면 직원들의 조직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직무 만족도가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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