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준행 교수 “가장 필요한 지표 정해서 집중 관리해야”

의료 질 향상과 관련해 갈수록 늘고 있는 평가지표를 모두 관리하려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모든 지표를 관리하면서 지표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꼭 필요한 지표를 정해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준행 교수는 지난 4일 열린 한국의료질향상학회 2017년도 회원연수교육 ‘병원에서 경영혁신전략 실행-효과와 한계’ 세션에 참석해 이같이 지적했다.

이 교수는 2016년 1월부터 1년여간 삼성서울병원 QPS팀장을 역임하며 질 관리 활동을 한 바 있는데, 혁신을 통한 질 관리에서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혁신과정에서 병원장을 장애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원장 잘못이 아니다. 원장도 잘하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오너가 아닌 원장 입장에서는 정부에서 요구하는 지표 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래서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관리의 대부분을 지표관리에 할애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개인적으로 (내시경실) 환자대기시간 등은 굳이 지표관리를 하지 않아도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알게 된다. 지표상 며칠 변동이 있다고 해서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환경에서 매우 많은 지표가 생기는데, 원장과 중간관리자의 역할은 이 중 핵심 지표를 골라 관리하는 것”이라며 “떨어진 지표마다 모두 의미를 부여하면 금방 망한다”고 강조했다.

세션 후 진행된 토론에서는 의사의 혁신활동 참여가 어려운 이유가 집중 논의됐다.

이 교수는 “병원 내 모든 의사를 동원하기는 어렵다. 기존 업무만 하기에도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결국 일과시간 외(혁신 관련) 일을 하라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못한다”고 말했다.

한림대병원 응급의학과 이태헌 교수는 “(의사로서 혁신활동에 참여하기) 굉장히 힘들다. 의사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많은 부분을 향상시킬 수 있지만 정말 너무 바쁘다”라며 “하루하루 열심히 하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 경영혁신팀 여상근 팀장은 의사의 혁신활동 참여에 가장 큰 걸림돌은 의료환경이라고 주장했다.

여 팀장은 “(의사들의 혁신활동을 막는) 장애물의 근본 원인은 대한민국 의료환경이다. 그 자체가 장애물”이라며 “논문도 써야 하고, 진료도 봐야 하고, 교육도 해야 한다. 교수들에게 혁신활동을 하라고 하는 것은 여러가지로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여 팀장은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2003년 개원부터 젊은 교수들이 혁신에 참여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며 “심지어 의사들의 시간을 뺏지 않고 혁신활동에 참여하게 하는 것도 혁신활동의 한 분야였다. (그럼에도 의사의 혁신활동 참여를) 문화로 정착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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