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면역항암제 오프라벨 처방 못하게 압력 행사”...심평원 “비급여는 처방 내역·병원도 몰라”

"우리에겐 마지막 치료약 면역항암제 오프라벨 처방금지 철회하라."

암 환자와 그 가족 등 30여명이 지난 2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별관 앞에서 심평원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네이버 면역항암카페 회원 30여명이 지난 2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별관 앞에서 면역항암제 오프라벨 처방과 관련한 집회를 열었다.

정부는 면역항암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지난 21일자 처방부터 PD-L1 발현율이 일정수준 이상인 비소세포폐암환자에게 급여 적용키로 했다. 이와 함께 사용 가능 의료기관을 부작용 관리가 가능한 다학제적 구성이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제한하는 기준도 발표했다.

이는 허가 적응증 외 투약, 즉 오프라벨 처방을 받는 환자들도 해당된다. 다만 환자의 치료 중단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원 기간을 올해 말까지로 유예하고, 전원기관에서 치료가 시작되기 전에는 이전 기관에서 약제를 투여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네이버 면역항암카페 회원인 이들은 “심평원이 병원들에게 무언의 압력을 행사해 면역항암제 오프라벨 처방을 막고 있다”며 “전국 600여명의 환자 중 1/3은 이미 치료 시기를 놓쳤고, 앞으로 더 많은 환자가 치료를 중단해야 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의료기관들이 오프라벨 처방은 중단하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심평원의 삭감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환자단체 대표 김 모씨는 “(심평원은) 기존 투약자에게 치료를 계속해도 된다지만 병원에서는 진료 취소 및 환불 통보를 하고 있다”며 “해당 병원에서는 심평원과 통화하고 난 뒤에 압박을 받아 병원 차원에서 오프라벨 투약을 중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존 병원에서 투약이 중단되면 다른 병원을 가야하지만, 아픈 환자가 병원을 찾아다니기도 힘들다. 심평원이 (면역항암제 투약이 가능한) 병원을 직접 연결시켜주던가 아니면 가능한 병원 리스트라도 줘야 한다”고 했다.

특히 “약의 부작용 등을 우려하며 오프라벨 처방을 제한하고 있지만 이 환자들은 더 이상 쓸 약이 없어 병원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다. 이들에게 부작용 때문에 쓰지 말라는 것이 말이 되냐”며 “1회에 300만원에 달하는 약을 누가 오남용한다고 생각하냐. 환자들도 외국 논문을 직접 찾아서 근거를 토대로 투약 받고 있으며, 실제 효과를 본 사례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 시간이 넘도록 집회를 이어가다 심평원 약제관리실을 방문, 투약 중단에 따른 대책 마련과 표준항암과 면역항암제 병용 투여시 전액 비급여 처리에 대한 개선, 조속한 심사 등을 요구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실 이병일 실장(왼쪽에서 두번째)이 환자단체와의 면담 이후 기자와 간담회를 가졌다.

심평원, 비급여 처방 기관 확인 불가...추가 안내·논의 약속

심평원은 그러나 환자들의 주장이 상당수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는 한편, 처방을 중단하는 의료기관이 없도록 안내를 하겠다고 했다.

심평원 약제관리실 이병일 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기존의 치료병원에게 심평원이 압력을 가했다고 하는데 비급여 약제는 청구자체가 안되기 때문에 처방 기관도 몰라 압력을 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심평원에서 삭감을 운운하며 병원을 압박한 사례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만일 그러한 경우가 확인될 시 관련자에게 책임을 묻는 등 조치를 취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심평원은 비급여 처방을 삭감할 수 없다며, 진료를 거부한 사례와 병원 등을 알려주면 즉시 확인해 중단 사유 등을 파악하고 처방이 가능함을 안내하겠다고 했다.

다만 면역항암제 급여기준은 보건복지부 고시에 의한 것으로 임의로 심평원이 조치를 취할 수 없는 만큼, 관련 민원을 30일 예정된 암 분야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논의하고 건의하겠다고 했다.

이병일 실장은 “지난주 금요일과 월요일 등 다학제적위원회가 구성된 의료기관에 오프라벨 처방 등에 대한 안내 공문을 발송해 치료 중단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내했다. 이후에도 처방에 어려움이 있는 기관에게는 별도로 안내를 하겠다”며 “그 외 신규환자의 다학제적위원회 기관 진료의 어려움과 흑색종 등에 대한 처방 허용에 대해서도 자문회의에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면역항암제 뿐만 아니라 다른 암 환자의 경우에도 급여시 다학제적위원회를 통해 진료를 받고 있어 형평성에 맞게 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면서 “무엇보다 심평원이 의사의 진료에 대해 압력을 행할 수는 없다. 기존 병원에서 확신이 없이 해온 처방을 더 이상 안하려고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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