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보도자료 "여성 참여 강제 제한" 문구, 오해 소지 다분…논문 일부만 인용 탓

“임상시험의 여성 참여율이 남성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는 여성가족부가 지난 20일 배포한 ‘의약품의 안전사용을 위한 임상시험 시 성별균형을 맞춰야’라는 보도자료에 들어있는 내용이다.

여가부는 보도자료에서 ‘2016년 특정 성별영향분석평가 연구보고서’를 인용, ‘2014년 식약처에서 허가된 국내 개발 신약의 초기 임상시험(1상) 여성 참여율을 분석한 결과, 총 28건 문헌의 630명 대상자 가운데 여성 대상자가 참가한 문헌은 3건(43명)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성의 주요 사망원인인 뇌혈관질환 약물 임상시험에서 여성참여율은 31%, 남성은 69%로 성별 격차가 38%p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하지만 여가부의 보도자료 내용을 보고 몇가지 의문이 들었다.

정말로 국내에서 제도적으로 여성의 임상시험 참여를 제한하고 있는지, 여성 참여율은 왜 낮은지, 또 여가부는 1상 임상시험 성별 참여자 비율을 근거로 여성의 참여율이 낮다고 했는데, 이를 전체(1상, 2상, 3상, 시판 후 조사 등) 임상시험 단계에 대입할 수 있는 건지도 의문이었다.

의약품 임상시험은 총 4단계로 임상 1단계에서는 소수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약물의 체내 흡수, 분포, 대사, 배설 등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면서 안전성을 평가하고, 임상 2단계에서는 적정용량의 범위(최적의 투여량 등)와 용법을 평가한다. 임상 3단계에서는 대부분 수백 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최종적으로 검증한다. 임상 4단계에서는 약물 시판 후 부작용을 추적하여 안전성을 재고하고, 추가적 연구를 시행한다.

의약품의 경우 성별, 연령별 편차가 있기 때문에 성별, 연령별 고려가 필수적일 뿐아니라 임상시험 계획서를 작성할 때 이같은 계획이 마련돼 있지 않을 경우 통과가 쉽지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우리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연구를 했던 담당교수에게 확인해야 한다. 현재 해당 교수가 해외에 나가있어 당장 확인이 어렵다”고만 답변했다.

해당 연구는 삼육대 약학대학 김혜린 교수팀이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진행했다. 연구보고서는 현재 비공개 상태로 전문 확인이 불가능했고, 여가부는 해당 보고서 전문을 제공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해당 보고서가 인쇄된 후, 홈페이지 등에 파일 형태로 올릴 예정이라고 했다.

'임상시험 기준'에서 여성 참여를 제한하고 있나

국내 임상시험 관련 고시 등에는 여성 참여에 대해 어떻게 명시하고 있을까.

우선 임상 1상은 신약 후보물질을 처음 투여하는 단계로, 안전성이나 유효성을 장담할 수 없는 단계이기는 하지만 참여자의 성별을 제한하진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제1상 임상시험 수행 시 주요 고려사항 민원인안내서’라는 가이드라인을 살펴봐도 1상에서 특별히 여자를 제한하는 조항은 없다.

오히려 초기 임상시험에 여성이 참여하면 성별에 따른 약물정보를 얻을 수 있고, 후기 임상시험 설계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참여가 필요하다고 돼 있다.

2014년에 식약처가 제정한 ‘의약품 임상시험 시 성별 고려사항 가이드라인’에서도 ‘여성의 임상시험 참여가 제외될 경우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한 제한된 정보만이 제공될 우려가 있다’고 명기하고 있다.

또 ‘중추신경계, 면역계, 심혈관계, 에너지 대사 등에 작용하는 의약품은 성별에 따른 약물동력학적 차이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성별에 따라 이상반응의 중증도 및 발현율에 차이가 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도 적혀 있다.

가이드라인은 이같은 차이를 보완하기 위해 초기 임상시험 단계에서도 성별에 따른 약물동태 및 약물동력의 차이를 분석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또 남녀 모두에게 사용하는 의약품은 성별에 따라 안전성과 유효성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성별에 따른 약물반응의 잠재적 차이도 평가토록 했다. 만약 차이가 발견된다면 약물정보에도 반영하라고도 했다.

이밖에 임상시험에서 임상적으로 유의한 약물반응에 대한 성별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적절한 수의 남녀 시험대상자를 선정하도록 했다.

즉, 여성의 임상시험 참여가 제도적으로 제한되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심지어 가임기 여성도 경우에 따라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

왜 여성의 임상시험 참여율은 저조할까

하지만 실제 임상시험에서 여성의 참여가 남성보다 제한될 수 있는 여지는 있다.

‘의약품 임상시험 시 성별 고려사항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초기 임상시험에서 가임기 여성의 참여를 고려할 경우에는 건강한 여성 시험대상자에게 생식독성의 잠재력이 있는 약물 노출 시의 유익성 및 위험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돼 있다. 여성뿐만 아니라 태아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상시험 전에 환자에게 태아독성에 관련된 위험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비임상시험에서 생식발생독성시험이 완료됐다면 그 결과도 시험대상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만약 그런 자료가 없다면 태아에게 미치는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서 명백히 언급하도록 돼 있다.

또한 가임기 여성의 임상시험 참가 여부는 유익성 대비 위험성 평가를 통해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돼 있다. 임상시험 중 임신을 방지하기 위해 가임여성에게 피임법을 사용하지만 의도치 않은 임신이 발생하는 경우 해당 여성은 임상시험에서 제외된다. 이런 경우 중도탈락이기 때문에 임상시험 최종 참여자 목록에서도 제외된다.

1상과 같은 초기 임상에서는 치료 평가가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에 피임약을 복용하거나 호르몬요법을 받는 여성환자는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약물이 상호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태아를 고려한 조항도 있다. 임상시험관리기준에 따르면 임상시험 계획서는 임상시험약의 태아 노출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명시하도록 돼 있다. 이는 여성과 남성 모두 포함되지만 제한은 여성이 훨씬 많다.

여성의 경우 임신 테스트가 필요한 경우에는 임상시험 참여 전에 시행해야 한다. 월경 후에 임상시험을 시작해야 하고 임상시험 전에 임신을 한 경우에는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못하게 돼 있다.

임산부와 수유부의 임상시험 참여 역시 제한된다. 여성과 태아에게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 때문이다. 때문에 임산부 및 수유기 여성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연구는 대부분 약물이 시판된 이후에 이뤄진다. 다만, 태아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한 암환자와 같은 경우는 예외다.

여성의 참여를 특별히 제한하는 것은 아니지만 안전성과 윤리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제외되는 조건 혹은 변수가 남성에 비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FDA 및 ICH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는데 제도적으로 여성은 참여하면 안된다는 조항은 없다. 오히려 임상시험 참여 시 성별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도록 돼 있다"며 "다만 선정기준에 제외기준이 있는데 가임기 여성이 포함돼 있다보니 임상시험 참여대상에 들어가기 쉽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도적인 배제가 아니라 임상적 특이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적합하지 않아 빠지는 경우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보면 남성의 비율이 약간 높다. 다만 질환별로 차이는 있다. 예를 들어 비뇨기계는 남자의 참여가 높고, 근골격계 질환은 여성의 참여가 높은 식이다.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라고 했다.

해외서도 여성의 임상시험 참여 독려하기도

그렇다면 여성의 임상시험 참여율이 올라가야 한다는 여가부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미국에서도 지난 2014년 여성의 임상시험 참여율을 높여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약물 개발 과정에서 여성의 참여율이 저조하다보니 실제 시판되기 전에 발견되지 않았던 부작용과 복용 용량에 대한 문제가 여성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면제인 앰비언(Ambien)의 경우, FDA는 2013년에 여성의 복용량을 남성의 절반으로 줄이도록 했다.

연구결과, 여성이 해당 약물을 대사하는 속도가 훨씬 느리다는 것이 밝혀졌다.

임상시험 시 여성이 참여하게 되면 각종 약물과의 상호작용을 고려해야하고, 이런 변수에 대한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임상시험이 보다 까다로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또 임상시험 과정에서 여성의 참여가 저조하기 때문에 사전에 부작용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적절한 용량을 정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도 발생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후에 성별 연구를 하거나 하위분석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의 임상시험 참여율 논란은 소아를 비롯해 아시아, 흑인, 멕시칸 등 서로 다른 인종의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 관계자는 “여성과 소아의 임상시험참여율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특히 OECD 국가의 경우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임상시험 참여가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배제되는 인종이나 소아, 여성의 참여율을 높이는 게 세계적 이슈”라고 전했다.

여성이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여가부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다만 공개되지 않은 연구보고서의 일부를 인용하면서 설명이 부족하다보니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는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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