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윤준 교수 "모든 연령 환자 부작용 고려한 처방" 강조

“앞으로 15~20년 후면 만성B형간염도 완치의 길이 열릴 겁니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윤준 교수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만성B형간염의 치료에 대해 이같이 자신했다.

김윤준 교수는 서울대병원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관련 신약들의 임상시험 등의 추이를 고려할 때 만성B형간염의 완치는 시간 문제라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만성B형간염치료 시 이러한 점을 고려한 처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즉, 환자들이 내성은 물론 뼈, 신장 등 관련 합병증을 최소화해야 후일 완치의 길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와 만성B형간염 치료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 만성B형간염은 과거 내성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최근에는 이를 개선한 치료제들이 자리를 잡으며 내성 이슈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 듯하다.

그렇다. 내성은 더 이상 큰 문제가 아니다. B형간염 치료제를 쓰면 간염의 진행을 막아 간경화 및 간암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때문에 40대 또는 그 이전부터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많은 가이드라인에서도 ‘엄밀한 의미에서 치료 적응증에 해당되지 않아도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다만 조기에 치료를 시작한다는 건 곧 그만큼 약물 노출 기간이 길어진다는 뜻이다. 50세 환자만 해도 (평균수명을 고려할 때) 20년 이상 노출이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한 치료전략이 필요하다.

- 국내 환자들 중에는 60~70대 고령환자도 적잖다. 이들에 대한 치료 접근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인가.

약제의 선택을 과거의 기준과 달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돌연변이 바이러스를 조절하지 못하면 간경화로 진행될 수 있기에 이 문제를 우선시 했지만, 현재는 돌연변이 바이러스 문제가 거의 해소돼 오랫동안 약제를 사용함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고려가 중요해졌다.

- 고령 환자들 중에는 동반질환을 보유한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우 치료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을 동반한 경우에는 심혈관계 질환이나 콩팥 기능 위험이 더 커지기 때문에 예의주시해야 한다. 노령 환자는 부작용에 취약한 계층이다.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꼭 고령에만 맞춰서도 안된다. 50세 이전 환자들 또한 길게는 수십년씩 약물에 노출된다. 즉, 전 연령에 걸쳐 부작용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15~20년 뒤 완치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완치제가 나올 때까지 환자들을 보호하는 게 의사들이 해야 할 일이다. 환자들이 콩팥, 뼈, 심장 등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끔 치료하면서 향후 완치제를 쓰게끔 해야 한다.

- 환자들이 내성이나 합병증 발생 없이 오랫동안 치료할 경우 완치의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현재의 치료로는 완치가 어렵다. 그러나 많은 완치제가 개발 중에 있고 현재 (서울대)병원에서도 10여개의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다.

물론 100% 장담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기대가 크다. 현재의 B형간염치료 연구 진행상황을 보면 15년전 C형간염 신약 개발 당시가 떠오른다. 이때 개발된 C형간염 신약들이 최근 등장하면서 완치 가능성을 크게 높였는데, B형간염도 비슷한 길을 밟고 있는 것 같다.

- 최근 길리어드에서 비리어드 보다 신장 및 골 안전성을 높였다는 ‘베믈리디’를 내놨다. 부작용 관리 측면에서 이 약제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나.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비리어드를 쓰고 있는 환자들은 모두 베믈리디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베믈리디는 이론적으로 (비리어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 독성 등의 발생 가능성을 낮췄다. 다만 (베믈리디가) LDL-C, 뇨당 수치를 높여 CVD(cardiovascular disease)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약물 상호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환자들이 약물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뼈와 신장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못잖게 혈관 보호도 중요하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때문에 (베믈리디 관련) 일부 연구에서 LDL-C 상승 등의 결과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결과를 짐작해서 결정을 내리는 것도 의학자로서 바람직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베믈리디는 비리어드 대비 뼈, 콩팥 보호 효과가 분명하다. 모든 환자에서 비리어드를 베믈리디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 이유다.

- 개인적이라고 전제했지만 ‘비리어드를 쓰는 환자는 베믈리디로 바꿔야 한다’고 단언한 점이 흥미롭다. 그 배경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유럽 가이드라인에선 60세 이상 또는 신장이나 골 문제가 있는 경우 비리어드나 바라크루드 중 하나를 쓰게끔 권고하고 있지만, 처음 약을 복용해야 하는 B형간염 환자에겐 베믈리디나 바라크루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처음 약을 먹어야 하는 젊은 환자들은 노령층 환자보다 더 장기간 약물을 사용해야 하고, 고령의 환자들은 동반질환 및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모두 장기적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 베믈리디와 바라크루드 두 약제 선택 시 고려할 점은.

바라크루드는 바이러스 변이 발생 가능성이 비리어드나 베믈리디 보다 조금 높다. 그러나 변이가 발생해도 비리어드로 전환하면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베믈리디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CVD에 대한 우려가 실제 임상에서 어떻게 나타날지가 관건이다.

또 바라크루드는 제픽스, 세비보, 레보비르 등의 약제에 노출된 환자에겐 바람직하지 않다. 단 몇 주라도 이들 약제에 노출된 환자들은 바이러스 변이 발생 가능성이 높다. 이런 환자들에겐 비리어드나 베믈리디가 유리하다. 다만 한 번도 제픽스 등에 노출되지 않는 환자가 바라크루드를 복용하면 바이러스 변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정리하면, 제픽스 등에 노출되지 않고 뼈나 신장에 대한 우려가 있는 환자에겐 바라크루드를,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베믈리디를 사용한다.

- 베믈리디의 약물상호 작용에 대한 우려는. 또 베믈리디가 LDL-C을 높인다는 우려는 스타틴 등으로 조절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일단 (베믈리디의) 약물상호작용에 대한 우려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의사로서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다. 또 모든 의사들은 약을 최소한 쓰는 걸 원칙으로 한다.

여기에 베믈리디는 특정 스타틴(아토르바스타틴)과 약물 상호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에 만일 스타틴을 써야 한다면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 마지막으로 B형간염 환자 등에게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먼저 B형간염 관리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덜 한 것 같다. 전공의 시절 B형간염 환자 입원실에 가면 복수로 인해 바닥에 피가 흥건한 모습이 일상적이었다. 하지만 신약 및 백신의 등장으로 이런 모습은 사라졌다.

획기적인 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B형간염을 간과해선 안된다. 바라크루드 등으로 간경화는 90%, 간암은 60%까지 예방이 가능해졌음에도 약을 제때 복용하지 않아 진행된 간암으로 내원하는 환자를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또 10여년 전부터 주장해 온 내용인데, 임산부들도 적극적으로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야 한다. 과거 태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임신 시 약물복용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바이러스 농도가 높다면 임신 3기에는 반드시 바이러스를 낮추게끔 항바이러스 약을 복용해야 한다.

그래야 자녀들에게 B형간염이 전염되는 걸 더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이는 현재의 세계적인 B형간염 치료 추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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