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채권의 현실적 이행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해 필요”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적용 대상인 MRI촬영을 비급여 항목이라고 속여 환자에 과다 진료비를 청구한 경우 환자와 계약을 맺은 보험사가 환자를 대신해 의료기관을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16일 대법원 제2부는 S보험사가 의사 A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A씨는 S보험사에 163만원을 반환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관절치료 전문병원을 운영하던 A씨는 2010년 10월 축구를 하다 무릎을 다쳐 이송돼 온 B씨에게 “MRI 촬영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속여 진료비 40만원을 청구했다.

A씨가 같은 방식으로 환자들을 속여 편취한 금액만 총 1,116만원에 달했다.

환자들은 자기 돈으로 진료비를 낸 뒤 S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고, S보험사는 환자들이 청구한대로 진료비를 지급했다.

이후 A씨가 환자들을 속인 사실을 확인한 S보험사는 A씨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S보험사가 환자들을 대신해 병원에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법상 부당이득 반환 법리를 적용하면 보험사는 환자에게, 환자들은 병원에 각각 부당이득 반환을 순차적으로 청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1, 2심 법원은 "보험사의 환자들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 채권은 환자들이 병원에 대해 갖는 부당이득 반환 채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보험사가 환자 수 십 명에게 일일이 반환 청구를 한다면 보험금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기에 환자들을 대신해 병원의 부당이득을 반환받는 것이 채권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와 S보험사 사이에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그러자 S보험사는 B씨를 대위해 A씨를 상대로 다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이번에는 대법원이 S보험사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S보험사의 채권행사가 환자들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부당한 간섭으로 보이지 않는 사정을 감안하면, 채권자대위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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