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 위반이라는 감사결과 표명만으로는 명예훼손 아냐…겸직도 불신임사유 해당 안돼”

법원이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가 진행한 김세헌 감사 불신임 결의를 무효라고 판결한 가운데 그 판단 배경이 대의원회 결정의 실체적 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즉, 대의원회가 문제삼은 김 감사의 행위가 불신임사유에 해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9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김 감사가 의협을 상대로 제기한 대의원총회 불신임 결의 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 “대의원총회가 진행한 불신임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주문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지난해 9월 3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이동욱 대의원 등 대의원 95명이 서명한 김 감사 불신임안을 상정해 무기명 투표를 진행, 재적 대의원 167명 중 106명 찬성으로 해당 안건을 통과시켰다.(반대 57명, 무효 4명)

김 감사의 불신임 사유는 ▲추무진 집행부 회무·회계 부실·졸속·편향 감사 ▲대의원회 운영 규정 개정 과정 문제 제기 시 ‘정관 위반’이라는 단정적인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해 대의원총회의 위상 실추 ▲의협·대한개원의협의회·경기도의사회·수원시의사회 등 4개 단체 감사 직무 중복 및 편향 감사 등이다.

이에 김 감사는 지난해 10월 13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대의원총회 불신임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과 무효확인 소송을 함께 청구했다.

김 감사는 대의원총회 불신임 결의에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감사는 “의협 정관에 감사에 대한 불신임안의 발의요건과 의결정족수가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은 점을 비춰보면 감사에 대한 불신임은 불가능하며 설령 불신임결의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선출직이자 신분을 보장받는 감사를 임명직 임원보다 완화된 요건으로 불신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운영위원회는 정기대의원총회가 아닌 임시대의원총회에 안건을 제출할 수 없거나 제출할 수 있더라도 상임이사회를 경유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아니했다”고 지적했다.

실체적 하자와 관련해선 “불신임 사유인 부실·졸속·편향 감사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설령 부실감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감사단 중 한 명인 나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특히 “의협, 대한개원의협의회, 경기도의사회, 수원시의사회 등 4개 단체의 감사를 중복으로 맡고 있다고 하더라도, 의협 정관이나 산하단체 회칙 등에 감사직 중복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며 “이 또한 불신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원은 불신임 결의에 절차적 하자는 부정했지만 실체적 요건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 이를 무효로 확인했다.

법원은 “감사의 불신임에 대한 발의요건 및 의결정족수에 관해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있다거나 감사의 신분 및 독립성이 보장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법인과 감사의 법률관계는 신뢰를 기초로 한 위임 유사의 관계로 볼 수 있는 점에 비춰봤을 때 감사에 대한 불신임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의결정족수에 관해 특별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일반규정인 ‘재적대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대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면서 ”이 사건 불신임 결의는 재적대의원 241명 중 167명 출석, 출석대의원 중 106명 찬성으로 의결돼 의결정족수가 충족됐으므로 의결정족수에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실체적 하자와 관련해선 “감사 대상 및 범위와 관련해 대의원회가 제외된다고 해석하기 어렵고, 의협이 감사단에게 대의원회 운영 및 운영위원회 규정 등에 관한 수시감사를 요청한 점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규정 등의 사항이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는 감사결과를 표명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의협 또는 의협 대의원회 등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현저히 저하시켰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김 감사가 의협 및 산하 단체 등 4개 단체의 감사를 맡고 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의협 정관에 감사의 겸직을 금지하는 명문 규정이 없는 이상 이를 정관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이러한 사실을 종합했을 때 김 감사의 사례가 불신임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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