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수술 중 의료진 과실로 악결과 발생…기왕증 등 고려해 50% 책임제한"

의료사고가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했다는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이 의사에게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환자 A씨 유족이 B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병원 과실을 인정한 1심 판결을 유지하며 1억4,664만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좌측 안면 근육경련 증상으로 B병원에 내원한 A씨는 자기공명혈관촬영술 결과 우측 원위부 내경동맥의 비파열성 뇌동맥류가 소견을 보였다.

이에 의료진은 추가 검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우측 후교통동맥에 4.4mm×3.7mm 크기의 뇌동맥류와 우측 중대뇌동맥의 수평분절에 작은 동맥류성 병변을 발견, 치료를 위해 혈관 내 코일색전술과 개두술에 의한 뇌동맥류 결찰술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코일색전술을 받던 A씨에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뇌에 갑작스러운 출혈이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가족들에게 설명한 의료진은 긴급 개두술을 진행했지만 뇌부종과 출혈이 심해 계획된 뇌동맥류 결찰술을 진행하기 어려웠고 뇌부종을 완화하기 위한 감압적 두개골 절제술만 시행했다.

이후 의료진은 A씨 상태를 집중관찰하면서 혼수치료, 뇌부종 억제제, 수액치료 등을 시행했으나 A씨는 뇌부종과 혈압저하 및 저산소증 증상이 점차 악화돼 결국 사망했다.

이에 유족들은 “의료진이 고혈압, 당뇨 등이 있는 A씨에 대해 신중하게 수술 여부 및 방법을 결정했어야 함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았고, 수술 과정에서도 혈관 파열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게을리 해 악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또 “의료진이 코일색전술에 대한 장점만 설명했을 뿐 위험성과 부작용 등을 설명하지 않아 A씨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3억8,397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B병원은 “의료진은 A씨 상태와 기왕증을 고려해 수술 방법을 결정했으며 이에 대한 설명도 A씨와 가족들에게 충실이 이행했다”면서 A씨 가족들이 지불하지 않은 병원비 666만원 지불하라고 반소했다.

1심 법원은 의료진 과실을 인정해 유족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법원은 “의료진이 코일색전술을 선택한 점에 대해서는 과실도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코일색전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동맥류 내부로 삽입된 코일이나 미세도관 또는 미세와이어로 동맥류 기시부를 자극, 혈관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코일 등을 조심스럽게 조작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해태해 혈관을 손상시킨 잘못이 있고, 이로 인한 뇌출혈로 A씨가 사망했다”며 “유족들에게 1억6,698만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양측은 항소했지만, 2심 법원도 비슷한 판단을 내렸다.

법원은 "기저질환으로 고혈압이 있다 하더라도 코일색전술을 선택함에 있어 장애 요인이 되지 않고, 비파열성 동맥류가 자연적으로 파열될 확률은 매년 1% 미만에 불과하다"며 "자연적 원인으로 동맥류가 파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뇌동맥류와 그 인접부위는 정상적인 혈관보다 약한 부위이고, A씨에게 발생한 후교통동맥류는 다른 동맥류 보다 잘 파열되는 부위인 점을 감안하면 코일을 동맥류 내에 삽입하는 과정에서 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기는 하나 의사의 술기 습득 과정과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가항력적인 부작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뇌동맥류 파열이 불가항력적이라는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의료진에게 있다"며 "뇌동맥류 및 인접 부위가 극히 얇게 늘어나 있는 상태에서 아주 적은 정도의 자극에도 파열될 수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동맥류 내부로 삽입된 코일 등이 펼쳐지면서 동맥류와 기시부를 자극하는 것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고 A씨의 고혈압과 당뇨 등이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병원의 책임범위를 50%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B병원은 유족들에게 1억4,664만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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