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 독립 등 소방 우대 분위기 고조…소방전문병원 설립 신중론도 적지 않아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여러번 강조된 정책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7일 서울용산소방서를 직접 방문해 일선 소방관을 격려하는 등 처우 개선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 정책에 따른 소방전문병원 설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우수한 민간병원들이 많고 오히려 병상 규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특정 직종에 대한 병원을 설립하는 게 타당한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연세대 보건대학원이 ‘소방전문병원 건립 검토를 위한 기초조사’ 연구용역을 수행한 바 있고,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이 19대와 20대 국회에서 ‘소방공무원의 전문적 건강관리를 위한 소방병원 설치 및 운영의 법적 근거’를 담은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만큼 소방병원 설립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보인다.

소방공무원 치료, 현재는 어떻게 하고 있나

현재 우리나라에는 소방공무원을 위한 ‘소방전문치료센터’가 중앙과 지방에 마련돼 소방공무원들의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

국민안전처(7월 26일 국민안전처에서 소방청 독립 후 조직 정비 중)는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기본법에 따라 중앙 및 지역소방전문치료센터 67개소를 지정해 운영 중이다.

국민안전처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소방전문치료센터의 소방공무원 진료현황을 살펴본 결과, 연평균 1만5,000여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이 중 약 1만여명(67%)은 중앙소방전문치료센터로 지정된 경찰병원을 이용하고 있다.

경찰병원은 지난 2006년과 2007년 중앙소방전문치료센터로 지정받으면서 화상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국비 110억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지역소방전문치료센터의 경우 지역 내 종합병원급 의료기관과 업무협약을 맺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의 소방관들은 지방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당연히 국가지원은 없고 해당 병원과 지역소방본부가 업무협약을 맺어 진료비를 경감해주는 게 전부다.

그나마 국민안전처가 공개한 지역 소방전문치료센터 현황을 보면 가장 많은 센터를 운영 중인 곳은 인천으로 23곳이 지정돼 있을 뿐, 나머지 시도에서는 지정된 센터가 10곳을 넘지 않는다. 인천 외 가장 많은 지역은 강원도이며, 6곳이 센터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국민안전처 소방정책과 관계자는 “경찰병원이 국가예산을 지원받아 화상진료센터를 만들었는데 운영이 잘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 이용하는 소방관이 거의 없고, 화상의 경우 공상처리가 되기 때문에 경찰병원보다 더 나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 소방전문치료센터의 경우도 진료비 감면 정도기 때문에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라고 덧붙였다.

소방병원 설립 움직임, 2013년 이후 본격 시작

우리나라에 소방병원 설립 가능성이 가장 컸던 때는 지난 2013년이다. 당시 화상 등 소방공무원이 주로 걸리는 질환을 전문 치료하는 소방병원이 없어 소방공무원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이슈화되면서 은행권 노사가 움직였다.

은행권 노사는 2013년 9월 소방전문병원 설립을 위한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하고 노사가 각각 166억원씩 총 332억원을 마련해 지원하기로 했지만 2015년 계획을 백지화 했다.

기부계획을 밝힌 후 정부와의 협상과정에서 정부의 계속된 말바꾸기에 지쳤다는 것이 백지화 이유였다.

그 와중에도 소방병원 설립을 위한 준비는 진행됐다. 특히 2014년에는 연세대 보건대학원에서 ‘소방전문병원 건립 검토를 위한 기초조사’ 최종 보고서가 나와 소방병원의 대략적인 모델이 제시되기도 했다.

화상·PTSD 전문으로 한 300병상 종합병원이 모델

그렇다면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 구상하고 있는 소방전문병원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2014년에 나온 기초조사에 따르면 소방전문병원은 3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화상치료, 소방관련 직무 현장에서 발생한 외상환자에 대한 신속한 치료 등을 위해 ▲화상전문응급의료센터 ▲근골격계질환센터 ▲PTSD센터 ▲건강증진센터 등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또한 소방전문병원 설립 후보 지역으로는 ▲강원도 원주시 혁신도시 일원 ▲경기도 소방학교(경기도 용인시 소재) 일원 ▲경기도 오산시 신장동 일원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서 일원 등이 꼽혔다.

2015년 소방전문병원 설립을 시작한다는 전제로 총사업비는 960억원으로 추계됐다.

구체적으로는 ▲2015년에는 설계비 33억원과 기타 부대비용 13억원 ▲2016년에는 건물공사비 163억원과 감리비 8억원 등 187억원 ▲2017년에는 건물공사비 325억원과 감리비 16억원 등 374억원 ▲2018년에는 건물공사비 163억원, 의료장비 및 비품과 전산시스템 비용 125억원, 개원 전 운영비 2억원 등 349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민안전처 소방정책과 관계자는 “2014년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화상, PTSD 등 우리나라에 부족한 의료시설이 소방관이 잘 걸리는 질환과 겹친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소방전문병원 이야기가 나올 때면 항상 비교대상으로 나오는) 경찰병원의 진료과가 30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그렇게 많은 진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특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2014년 연구용역 결과를 중심으로 추진방향을 설정하고 있다"면서 "화상, PTSD 등의 질환을 전문화한 300병상 규모 종합병원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덧붙였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이 결정적 계기 될 듯

소방전문병원 설립을 위해 남은 과제는 ‘결정적 한방’, 그 중에서도 지금까지 소방전문병원 설립을 반대해왔던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명분이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반대하는 이유는 ‘소방공무원만을 위한 병원 건립은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인데, 소방공무원 특화는 맞지만 소방공무원만을 위한 병원은 아니다”라며 “경찰도 올 수 있고 지역사회 일반 환자도 진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병원이 한해 300억원 적자를 낸다고 이야기 하는데, 소방 관련 부처에서 매년 정신건강분야 연구사업 등 사용가능한 예산이 20억 정도 된다"면서 "이런 사업을 소방전문병원에 맞기면 이익 창출도 된다. 소방전문병원에서 소방 관련 연구를 맡으면 노하우도 쌓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관계자는 “기재부가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소방공무원 중 98%가 지방직 공무원인데, (이들을 위해) 국가재정을 투입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논의가 시작되고 처우개선이 중요하다는 논리가 힘을 받으면 기재부 반대 논리가 무색해질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醫, 소방관 처우개선엔 동의하면서도 병원 설립엔 신중

하지만 의료계도 소방관 처우개선에는 동의하지만 별도 병원 설립에 있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직까지 소방병원 설립 계획과 방향이 구체적으로 발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말을 아끼는 분위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병원을 별도를 세울 필요가 있느냐 판단하는 요인은 환자가 얼마나 생길지, 또 얼마나 전문화되고 특화된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느냐”라며 “이 두 가지에 대한 근거 명확해야 한다. 소방전문병원 설립은 이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병원계 한 관계자는 "이미 정부 부처 산하에 특수 병원들이 설립돼 있는 곳이 있다. 병원을 설립하기에 앞서 이런 병원들의 운영 실태를 꼼꼼히 살피는 게 중요하다"면서 "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 방법이 꼭 소방전문병원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솔직히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특히 "소방공무원들에게 가장 필요한 화상치료 등을 예로 들면 화상수가를 현실화해 많은 병원들에서도 화상치료가 가능하도록 환경을 개선해주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소방전문병원 설립은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소방관 국가직 전환과 처우개선을 어느 정도 실현시킬 수 있느냐에 달린 셈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난 7월 26일 소방청을 독립시킨 바 있다. 소방청 독립을 시작으로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을 위한 작업을 하나둘씩 추진하고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소방전문병원 설립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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