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내 신설된 의료감염관리과…이형민 과장 “체계적으로 접근하겠다”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는 병원 내 감염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감염관리는 메르스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기대했던 ‘큰 변화’는 없었다. 질병관리본부를 ‘처’로 승격해 독립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지만 본부장을 차관급으로 올리는 선에 머물렀다. 새 정부 들어서도 질병관리본부를 처로 승격하자는 논의가 진행됐지만 진전은 없었다.

그래도 긍정적인 변화는 있었다.

질병관리본부 내 의료관련감염 업무를 전담하는 새로운 부서가 생겼다. 지난 5월 신설된 ‘의료감염관리과’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11월 ‘의료감염관리 TF’를 구성해 의료관련감염 전담 부서 신설을 논의해왔다. 그동안 각 부서에 산재돼 있던 의료관련감염관리 업무를 통합해서 관리하는 부서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감염관리 전문가들은 ‘큰 변화’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신설된 의료감염관리과는 예방의학 전문의 출신인 이형민 과장이 이끈다. 이 과장은 TF 논의 단계부터 참여해 의료감염관리과 운영 방향 등에 대해 고민해 왔다. 지난 2011년부터 질병관리본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이 과장은 결핵, 역학조사 등 감염 관련 업무를 맡아왔다.

이 과장은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신설된 의료감염관리과의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하고 의료관련감염 현황 파악 등 체계를 수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의료감염관리과는 역학조사관 2명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구성됐다.

질병관리본부 이형민 의료감염관리과장은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흩어져 있던 의료관련감염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가 신설된 만큼 체계적으로 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논의가 시작된 지 6개월 만에 의료감염관리과가 신설됐다.

굉장히 빠른 편이다. 오래전부터 의료관련감염 전담 부서를 신설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메르스 사태가 과를 신설하는 계기가 됐다. 메르스 사태 이후 국가방역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하면서 감염 관리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감염 관리 업무를 전담할 부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래서 행정자치부나 기획재정부 등 부처 간 협의도 원만히 이뤄졌다.

- 그 전에는 질병관리본부 내 의료관련감염 업무를 어디서 담당했나.

과거에는 과별로 나뉘어 있었다. 의료관련감염 감시 업무는 감염병감시과에서, 의료기관 조사는 감염병관리과와 감염병감시과에서 나눠서 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23일 TF를 만들어 의료관련감염 업무를 한 데 모았고 올해 5월 8일자로 질병관리본부 조직개편이 이뤄지면서 과가 신설됐다.

- 의료감염관리과에서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

앞으로 1~2년 동안은 업무 범위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해 나가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질병관리본부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 의료관련감염 신고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의료관련감염 신고 자체를 어려워한다. 의료관련감염 발생 사실이 공개되면 소송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감시체계 구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에 3군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된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e, CRE)과 반코마이신 내성 황색포도상구균(Vancomyc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VRSA) 발생 시 의료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 외에도 법정 감염병은 아니지만 의료기관 내에서 발생한 의료관련감염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는 모두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다.

- 감염이 발생한 의료기관 명단을 공개하라는 요구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익명성을 보장해도 신고하기를 꺼려하는 의료기관들이 많다. 문화가 정착되기 전까지는 공개가 어렵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다른 나라들도 대부분 감시체계는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다.

감시 체계 외에도 환자 진료 후 전자의무기록에 상병코드를 입력할 때 감염 관련 코드가 따로 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입력하는 의료기관들이 많지 않다. 이 부분을 좀 더 활성화해서 의료기관들이 의료관련감염 신고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정확한 현황 파악도 중요하다. 아직까지는 표본감시나 자발적인 신고로 의료관련감염 현황을 파악해 왔다. 때문에 실제 규모보다 과소 추정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있다.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방법을 구현한 후 국공립병원을 중심으로 시범 운영한 뒤 점차 확대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 의료기관의 협조 없이는 의료관련감염 모니터링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의료관련감염을 모니터링 한다고 했지만 의료기관에서 자발적으로 알려주지 않는 이상 파악하기 힘들다. 그래도 감염관리실이 설치돼 있는 의료기관들은 적극적이어서 오히려 우리 쪽에 감염관리가 필요한 상황이 벌어졌다며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해오기도 한다. 병원 내에서 감염관리는 돈을 쓰는 조직이어서 환영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문제들은 제도적으로 보완해주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감염관리가 추가 비용을 쓰는 게 아닌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비용이 발생되는 걸 막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근거 자료를 생성해서 의료기관들을 설득해야 한다. 국내 상황에 맞는 근거 자료들을 만들어 나가겠다.

- 항생제 내성 관련 업무도 맡고 있나.

지난해 8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던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16~2020년)에 들어 있는 내용들 중 3분의 1을 의료감염관리과에서 담당한다. 이미 세워져 있는 사업들을 계획대로 추진하고 그 이후 대책도 보건복지부와 함께 수립할 예정이다.

- ‘CRE 아웃브레이크’를 겪는 병원들이 늘고 있다.

CRE는 지난 2011년부터 표본감시 대상이었다. 2011~2012년에는 표본감시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이 50곳 정도였지만 2016년에는 100여 곳, 2017년에는 200여 곳으로 늘었고, 6월부터는 3군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돼 모든 의료기관들이 의무적으로 CRE 발생을 신고해야 한다. 표본감시를 시작한 초기에는 국내에서 CRE 발생이 많지 않았지만 최근 2년 사이 크게 증가했다. 기관 당 평균 신고 수는 크게 늘지 않았다. 표본감시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이 늘면서 표면적으로 증가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아직 CRE 발생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3군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된 만큼 과거보다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 모든 의료기관들이 발생 신고를 의무적으로 하게 되면 현황 파악은 되겠지만 그 이후 대책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법정 감염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고가 들어오면 일차적으로 보건소에서 기본적인 사례 조사를 실시해서 전산으로 입력한다. 그 이후 집단 감염 가능성을 파악해서 그런 정황이 포착되면 질병관리본부에서 역학조사관이 나간다.

- 역학조사관 등 인력도 부족하지 않나.

CRE가 3군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된 6월 3일 이후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데 첫주 하루 신고건수가 20~30건 정도였고, 2,3주차에는 하루 평균 40~50건 정도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기존 표본감시 때보다 신고 건수가 늘고는 있지만 질병관리본부만 움직이는 게 아니고 보건소와 시도가 같이 대응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무리 없이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

3~6개월 더 지켜보고 표본감시 때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분석할 계획이다. 분석한 자료는 의료기관들과 공유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 관리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중에서도 항생제를 직접 분해하는 효소를 생성해 다른 균주에도 내성을 전달하는 카바페넴계열 항생제 분해 효소 생성 장내세균만 군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해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우선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용어가 CRE로 돼 있어서 그 중 일부만 한정해서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리고 CRE 신고가 들어오면 기본적인 사례조사는 다 하지만 시도 차원에서 대응하고 역학조사를 하는 건 CPE로 제한하고 있다. CPE 문제가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환자를 격리하는 건 CRE나 CPE 모두 마찬가지지만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나 조치는 CPE에 초점을 맞춰서 하라고 대응 지침도 올해 배포했다. 표본감시 때도 CPE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 요양병원이 감염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요양병원은 행위별수가가 아닌 정액제로 운영되고 있다. 환자 1인당 수가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별도 격리조치가 필요하다고 하면 요양병원 입장에서는 수익을 줄여야 한다. 그래서 격리조치 등 일부에 대해서는 행위별수가를 인정해주는 쪽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등과 논의하고 있다.

- 내년부터 감염관리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병상 기준이 200병상 이상에서 150병상 이상으로 확대되지만 요양병원은 해당되지 않는다.

병원과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은 감염관리실 설치 의무가 부여되지만 요양병원은 이들과 달리 별도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300병상이 넘어도 감염관리실을 설치할 의무가 없다. 요양병원에 감염관리실 의무를 부여하려면 비용적인 측면도 같이 가야 하는데 그런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밀어붙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요양병원은 대부분 다인실이고 간호 인력도 부족하다. 현재의 인적 구조로는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의 감염관리를 요구하기 어렵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발표할 때 CRE에 감염된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할 때 미리 알릴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메르스나 지카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지역에 다녀온 사람이 의료기관을 방문하면 위험 지역을 방문한 적 있다는 경고창이 뜨는 것처럼 내성균 감염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는 걸 미리 알려서 선제 대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도 일장일단이 있다. 내성균에 감염된 환자를 받지 않으려는 경향이 확산될 수 있다.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 현재 의료감염관리과 인원이 총 9명인데 너무 적지 않나.

미국 질병통제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나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은 의료관련감염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만 50명 정도이고 실험과 진단하는 부서까지 합치면 200명이 넘는다. 그 정도까지 바라는 건 무리다. 하지만 앞으로 더 확장하긴 해야 한다. 그게 우리 당면 과제이기도 하다.

- 의료관련감염을 전담하는 부서가 신설됐다는 소식에 기대하는 목소리가 많다.

5~6년 전부터 요구해 왔던 조직이 질병관리본부 안에 생겼다. 작년 11월부터 뿔뿔이 흩어져 있던 의료관련감염 업무를 TF를 구성해서 모았고 다른 과에 비하면 굉장히 빠르게 임시 조직이 정규 조직이 됐다. 그것만 보더라도 내부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이제는 구성원의 역량을 끌어올리고 업무 범위도 점차 확장해 나가야 한다.

또 의료관련감염은 의료기관을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영역이다. 따라서 관련 전문 학회나 단체를 동반자 관계로 생각한다. 추진하는 정책 방향이 잘못됐다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달라. 반영해서 수정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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