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이용민 소장

지난 4월 인천지방법원은 분만 중 자궁 내 태아 사망의 책임을 물어 담당 의사에게 8개월의 금고형을 선고했다. 앞서 환자 보호자 측에서는 합의금 10억 원을 요구했고 이에 불응한 원장은 형사고소를 당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재판부는 환자 측에게 최대한 피해배상을 하라는 의미에서 원장에 대한 법정구속은 면하게 했다.

이에 항의해 산부인과 의사회가 주최한 서울역 집회에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유인물을 배포하여 현재 분만관련 위험도 상대가치점수가 극히 저평가 되어있고 10배 정도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료정책연구소 이용민 소장

이에 대해 지난 7월 18일 윤구현 간사랑동우회 대표는 시론을 통해 의료정책연구소의 주장대로 분만 건당 30만원이 필요한데 3만원 밖에 주지 않는다면 곧 의료배상공제조합이 도산하거나 분만에 따른 공제료로 연간 7,500만원을 책정해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의료배상보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의료배상 공제조합이 분만건당 3만원 이하의 보험료를 받고도 망하지 않는 까닭은 면책금이라고 말하는 본인부담금의 존재와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분만사고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자동차 보험의 예를 들면 교통사고 발생 시 자기부담금 정도에 따라 실익이 없을 시 사고 자체를 보험처리 않는 경우와 유사하다.

이같이 의료사고에서도 본인부담금 이하로 합의 가능 할 때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조용히 자체 해결하고 신고사건의 경우에도 배상금이 자기부담금 범위인 500만원에서 1,000만원 사이에서 충당되는 경우에는 공제회나 보험회사의 실 배상액은 미미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 2015년도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 중재 처리현황 자료를 보면 평균 합의성립 금액은 900여만원 정도이고 2016년도 의협 공제회 자료에 의하면 의료기관 평균배상 결정액은 800여만원으로 실제 배상금의 대부분을 의료기관이 부담하게 된다. 그러므로 공제회나 보험회사가 실제 환자에게 지급되는 금액보다 적은 액수의 보험료율을 책정하고도 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윤 대표는 의사의 과실에 따른 배상은 대부분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료로 내주면서 의사의 과실이 없는 불가항력 의료사고는 의사가 30%를 부담한다고 했다. 이어 과실 유무에 따라 기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의사의 과실을 반영한 위험도 수가 3만302원을 받지 않겠으니 불가항력 의료사고 기금 부담금 1,161원을 정부가 부담하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근거로 의약품부작용피해구제사업 재원을 100% 제약회사에서 부담하고 운수사업자도 불가항력 교통사고의 배상금을 부담하고 있으며 이는 이미 요금에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의약품부작용피해구제사업은 의사나 약사가 정당하게 약품을 사용했지만 해당약품 사용 후 나타나는 사망이나 중증장애 등에 대해 의약품 부작용 여부 등을 심사하여 보상하는 제도이다. 의약품 부작용은 본질적으로 과실을 따질 문제가 아니라 의약품 자체가 갖고 있는 부작용에 의한 결과이냐 아니냐 하는 인과관계를 따져야 할 문제이다.

의약품 부작용이라 판단되면 해댱약품 제조, 수입사는 약물자체의 결함에는 배상을 하고 치료과정상 부득이하게 나타나는 공지 된 부작용에 대해서도 보상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위험 부분은 당연히 약가에 포함되어야 하고 그 일부를 의약품부작용피해 구제사업 재정으로 사용하는 것으로서 의료행위에 따른 무과실사고 보상과는 그 개념이 다르다.

일본은 이미 2006년 이후 부터 산부인과 무과실 보상제도를 도입하고 관련 예산을 100% 국가 책임으로 운영하고 있고, 대만 또한 2016년부터 산과 무과실 보상비용을 정부가 100% 부담하는 법안을 마련하는 등 무과실의료사고 보상제도를 국가가 책임지고 운영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자연분만 수가 자체가 미국의 1/10, 일본의 1/5, OECD 평균의 약 1/2 정도로 매우 낮고 최근 분만사고 관련 법원 인용금액은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는 추세에서 저수가로 인한 부족한 배상 및 보상능력은 결국 환자와 의료기관에게 그 피해기 돌아갈 수밖에 없기에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정책연구소 주장의 요지이다.

불가항력 교통사고나 약화사고의 보상금을 운수회사나 제약사가 부담하며 이 부분은 요금이나 약값에 반영되어 있다는 윤 대표의 주장은 건강보험 수가에 위험도 수가도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는 의료정책연구소의 주장과 결코 다르지 않다. 또한 위험도 수가를 비롯한 우리나라 분만수가가 적정 수준의 1/10 인지 1/5 인지를 논쟁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환영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저수가인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까지 공급자에게 부담하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 무과실보상 분담금을 반대하려면 기존 위험수가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부분은 납득 할 수 없고 윤 대표가 예로 든 운수업계, 제약업계와는 달리 유독 의료계만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아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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