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수의 시장조사로 본 세상

‘치매(癡呆)’가 한자어로 ‘어리석을 치(癡)’, ‘어리석을 매(呆)’를 사용하여 ‘어리석다’라는 의미라는 것을 알고 살짝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이를 알게 된 것은 2014년 치매 용어에 대한 전국민 인식 조사를 하기 위해 마련된 회의에서였다.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얼마 전 김철중 기자의 칼럼을 보고 당시 진행했던 조사가 생각났다.
치매 용어에 대한 전국민 인식 조사로 전국의 만 19세 이상 69세 이하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진행됐다.

치매라는 용어에 대한 평소 인식, 치매라는 용어에 거부감이 든다는 응답자에게 치매라는 용어에 거부감이 드는 이유를 확인하고, 치매 용어 변경에 대한 의견, 치매라는 의미를 설명해 주고 난 후 치매 용어 변경에 대한 의견, 그리고 대체 용어들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다.

치매 용어에 대한 평소 인식을 5점 척도로 평가한 결과는 ‘거부감이 든다 (39.6%)’는 응답이 ‘특별한 느낌이 없다 (24.2%)’의 비율과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35.6%)’의 비율보다 높게 나타났다. 치매 용어에 대해 거부감이 드는 이유는 ‘질환에 대한 두려움 (48.2%)’, ‘질환이 불치병이라는 느낌 (31.3%)’, ‘질환에 대한 편견 (7.6%)’ 순으로 나타났다.

치매 용어 변경에 대한 의견은 ‘유지하든지 바꾸든지 무방하다’는 응답의 비율이 52.3%로 ‘바꾸어야 한다(22.3%)’의 비율과 ‘유지해야 한다(22.8%)’의 비율보다 높게 나타났다. ‘치매’ 용어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로는 ‘현재 사용하는 언어가 대중에게 이미 알려져 있기 때문에 (27.6%)’, ‘질환명 변경으로 별다른 변화를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20.2%)’, ‘용어를 바꾸면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19.3%)’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치매라는 용어의 의미를 정확히 설명해 주고 다시 질문한 결과는 확실히 달랐다. 치매 용어의 의미를 알고 난 후 용어 변경에 대한 인식은 ‘바꾸어야 한다(53.1%)’는 응답의 비율이 ‘유지하든지 바꾸든지 무방하다(32.0%)’의 비율과 ‘유지해야 한다(14.5%)’의 비율보다 높게 나타났다.

당시 이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변경에 대한 의견도 많이 오갔고 대체용어들에 대한 평가도 했었는데 왜 아직까지 치매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듯 그 의미를 정확히 안다면 변경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기존에 사용해 오던 용어를 변경하면 혼란이 있을 수 있으니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하지 않으면 영원히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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