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주종천 교수 “기기, 원리‧근본 실현하는 도구일 뿐”…혈맥약침 재판서 주장
중앙의대 이무열 교수 “행정고시 합격자에 법조인 자격 주는 격”

혈맥약침과 관련한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참여한 한의대 교수가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한의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사용했다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의료기기는 의사나 한의사의 진단을 위한 도구일 뿐이며, 이를 사용하는 것이 의학과 한의학을 구분하는 기준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522호 법정에서는 의료법 위반 및 사기죄로 기소된 S한방병원 A원장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검찰과 A원장 측은 각각 의학계와 한의학계 인사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혈맥약침과 산삼약침에 관련한 입장을 들었다.

A원장 측 증인으로 출석한 원광대 전주한방병원 주종천 교수는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기기가 유사하거나 동일할지라도 질환의 진단, 치료 및 평가가 한의학적 원리로 시행되면 이를 한방의료행위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 교수는 “원리 또는 개념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단되고 평가되느냐가 근본이고 기기는 그것을 실현시키는 도구일 뿐”이라며 “도구가 같다는 것이 의료법에 있어 의학과 한의학을 구분하는 기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현행 의료법상 한의사가 약물을 주입하기 위해 써야하는 기기가 규정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의료인인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특별한 제한도 없다”고도 했다.

이에 “주사기로 한방약제를 환자에 주입하는 것은 한방의료행위로 봐야한다”면서 “주입되는 약제, 진단명, 투입되는 경로가 한의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하고 가장 중요한 시행자 또한 한의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한방의료행위”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산삼약침이나 혈맥치료와 관련해 특별히 보고된 부작용은 없으며, 암치료에 유의한 결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산삼약침이나 혈맥치료와 관련해 환자에게 영구적 손상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연구는 학회 등에 보고된 적이 없다”며 “케이스 수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오히려 폐암 환자에게 한방단독치료를 한 경우 종양 퇴축이나 수치 감소가 나타난 연구가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산삼약침이나 혈맥약침 이외에 한방에서 시행하는 항암치료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주 교수는 “산삼약침 이외에 (항암치료로) 옻나무 추출물을 복용한 후 환자 삶의 질 또는 종양의 크기가 바람직한 쪽으로 좋아진다는 연구가 가장 많이 나와있다"며 “동충하초 추출물을 약침으로 맞거나 복용하면 암 크기가 줄어들어 좋아지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주 교수 증언을 적극 배척했다.

검찰은 빠른 치료효과를 가진 정맥주사의 의학적 원리를 사용해 한의계가 혈맥약침을 개발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2004년 발표된 한의계 논문을 제시하며 “그 당시 한의사들은 의료법상 정맥에 주사제를 주입하는 행위가 의료행위기 때문에 한의사들이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었는데 어떤 사정 변경을 이유로 갑자기 한의사들이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일반 주사제가 여러 단계의 검증과 임상시험을 거쳐야하는 것과 달리 산삼약침 등은 공적기관인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검증을 거치지 않는다며 약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문제 삼았다.

아울러 말기 암환자에게 산삼약침을 투여했을 때 특별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사기가 임박한 암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을 투여한 후 부작용이 없다는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대상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검찰 쪽 증인으로 출석한 중앙의대 생리학교실 이무열 교수는 혈맥약침이 정맥주사와 동일한 원리라고 강조하며, 한의사들이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맥주사와 혈맥약침, 특히 산삼약침은 그 의학적 원리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한의학계에서 정맥주사의 방식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주사제에 관해서는 의료계에서도 근육주사와 정맥주사를 명백하게 구분하고 있고 정맥주사제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해 의대나 전공의 과정에서도 엄격한 교육을 진행한다”면서 “하지만 한의대에서 이 같은 교육이 얼마나 이뤄지는지 모르겠다. 한의사들이 의학적 기반 지식을 한의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개인적으로 크게 우려된다”고 했다.

또 산삼약침 등의 효과를 연구한 논문에 대해 “의학적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 교수는 “의학논문과 한의학논문이 동일하다 보기 어렵지만 실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외부 기준을 충족시키는 논문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의학적 관점에서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비유를 통해 한의사들에 혈맥약침을 허용해서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교수는 “사법시험이나 로스쿨 시험을 통과한 사람은 모두 법조인이 되지만 의사와 한의사는 다른 문제”라며 “한의사에게 혈맥주사를 허용하는 것은 행정고시를 통과한 사람에게 법조인 자격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말이 안 된다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서로 영역에 대해 혼란스러운 것은 같은 의료인이라는 영역에 의사와 한의사가 묶여 있기 때문”이라며 “의료에 대한 개념과 한방의료에 대한 개념을 잘 정리해 다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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