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랑 동우회 윤구현 대표

지난 4월 분만 중 태아가 사망한 사건의 1심에서 금고형이 선고된 사건을 계기로 신상대가치점수의 위험도가 주목 받고 있다. 지난 4월 29일 열린 산부인과의사 궐기대회에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분만위험수가가 너무 낮아 10배 이상 인상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전단지를 배포했고, 며칠 전 계간 의료정책포험에도 이에 대한 자세한 글이 실렸다.

윤구현 간사랑동우회 대표
윤구현 간사랑동우회 대표

의료수가는 상대가치점수에 종별 환산지수를 곱하고 일정 비율의 종별 가산을 더해 정해진다. 상대가치점수는 의료행위 간 가치를 상대적으로 비교하여 점수로 표현한 것이고 환산지수는 매년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2017년 의원의 환산지수는 79.0이고 병원은 72.3이다. 종별가산율은 의원 15%, 병원 20%, 종합병원 25%, 상급종합병원 30%이다.

상대가치점수는 2001년 처음 도입됐다. 이때는 행위별 총점만 고시됐는데 2008년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신상대가치점수부터는 상대가치점수를 의사 업무량, 진료비용(인건비, 재료비, 장비비, 간접비용 등), 위험도 상대가치 등으로 구분했다. 이때 새로 도입된 것이 위험도 상대가치 점수이다. 위험도상대가치점수는 의료사고 빈도나 관련 비용 조사를 기초로 결정된다.

정상분만의 환산지수는 2898.33이고 이중 11.5%인 333.54가 위험도 점수이다. 의원에서 분만을 하면 수가는 26만3,318원이고 이중 30,302원을 의료사고를 대비한 위험도로 받는다. 일반적으로 고시되는 상대가치점수는 총점만 공개되고 의사업무량, 진료비용, 위험도를 구분해서 고시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의료인들은 자신이 받는 진료 수입 중 의료사고를 대비한 금액이 얼마인지, 아니 그런 내용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2005년부터 2010년 간의 산부인과 의료소송 인용금액과 통계청의 분만사고를 기초로 분만 건당 30만원의 위험도 수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위험도점수는 필요의 1/10에 불과하며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료사고의 빈도와 그에 따른 비용이 가장 중요한 곳 중 하나가 바로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이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기관이며 공제조합의 이사장은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이 당연직으로 맡고 있다. 의료배상공제조합은 진료과별로 공제료(보험의 보험료와 같다)를 정해놓고 있는데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 의원은 분만을 하지 않는 산부인과 의원에 비해 의사 1인당 약 625만원의 공제료를 더 부담해야 한다. 자기부담금이 가장 작고(500만원) 보상한도액이 가장 큰 경우(3억원)일 때이다. 연간 약 208건을 분만하면 위험도수가로 공제료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208건이 많은 수일까? 보건복지부는 연간 250건 이하로 분만하는 곳은 분만산부인과 운영이 불가능한 의료취약지로 구분하고 있다. 올 초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의사 1인이 월 분만 20건을 하면 적자로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계산했다. 분만실을 운영할 수 있는 정도라면 위험도수가로 공제료를 내고도 남는다는 뜻이다. 의료정책연구소의 주장대로 분만 건당 30만원이 필요한데 3만원 밖에 주지 않는다면 곧 의료배상공제조합이 도산하거나 분만에 따른 공제료로 연간 7,500만원을 책정할 것이다.

2013년부터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보상기금의 재원 부담을 누가 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오랫동안 있어왔고, 그 결과 분만 의료기관이 30%를 부담하고 국가가 70%를 부담하고 있다. 의료기관의 부담은 분만 건당 1,161원이다. 산부인과 의사들과 대한의사협회는 오랫동안 의사의 과실이 없는 불가항력 배상 기금의 일부를 의사에게 전가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을 해왔다.

필자는 2년 전 이 지면에서 의약품부작용피해구제사업은 재원을 100% 제약회사가 부담하고 있으니 의사의 기금 부담이 예외적인 것은 아니라는 지적을 했다. 운전을 하다 보면 일정 비율의 사고는 있을 수밖에 없고 이는 운수사업자도 마찬가지이다. 불가항력 교통사고의 배상금은 운수회사가 부담하고 있고 당연히 비용이 요금에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요금은 정부가 정한다.

의료계의 주장대로 참으로 이상한 제도이다. 의사의 과실에 따른 배상은 대부분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료로 내주면서 의사의 과실이 없는 불가항력 의료사고는 의사가 30%를 부담한다. 과실 유무에 따라 기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의사의 과실을 반영한 위험도 수가 3만302원을 받지 않겠으니 불가항력의료사고 기금 부담금 1,161원을 정부가 부담하라고 하면 되겠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