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계획·진행사항·결과 등 공유 요구 봇물

"임상시험 결과조작·은폐, 데이터 공개로 막자."

임상연구의 투명성과 결과의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 임상연구 계획과 진행사항, 결과 등의 데이터를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7일 국회에선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바른정당 박인숙 의원 주최로 ‘임상연구 수행의 투명성 확보 및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날 전문가들은 임상연구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는 데에 의견을 모으고 이를 제도화하는 방안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김현철 교수는 '임상연구 정보등록의 제도와 정책' 발표를 통해 "미국과 스위스, 남아공, 브라질 등은 임상연구 등록을 법률로 의무화하고 있고, 일본과 호주, 캐나다는 법령이나 지침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기구에서도 임상연구 사전등록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08년 서울에서 개최된 세계의사협회 회의에서 개정된 헬싱키선언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이 회의에선 임상연구에 대한 사전등록의 중요성이 다뤄졌다.

국제의학학술지편집자위원회(ICMJE)에서는 2005년 7월부터 임상시험 결과를 회원학술지에 발표하는 경우 첫 피험자 모집 전 등록시스템에 임상연구를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했다.

ICMJE는 2018년 7월 1일부턴 임상시험 결과가 포함된 논문을 제출하려면 반드시 데이터 공유에 관한 진술을 하도록 했다. 여기에는 구체적인 범위와 계획을 밝혀야 하고 2019년 1월1일부턴 임상시험 등록 때에 데이터 공유 계획을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국제 임상시험 등록플랫폼인 ICTRP를 운영하는 등 개별국가, 국제기구 모두 연구의 윤리성 확보 등을 위해 임상연구 사전등록을 의무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서도 2010년부터 질병관리본부 임상연구정보서비스(CRIS)가 운영되고 있다. 현재 등록된 임상연구는 약 2,300건이지만,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만큼 실제 국내에서 수행되는 임상연구에 대한 정보 및 결과 등록은 미흡한 실정이다.

토론회를 주최한 질병관리본부에서도 임상연구 등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질본 임상연구지원TF 박현영 과장은 "ICMJE에서 논문을 받아주는 조건은 질본 임상연구정보서비스인 CRIS도 인정이 되고 있다"면서 "국제 수준에 맞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임상연구의 성공, 실패를 떠나 해당 연구가 임상근거로 활용되는 것까지 고려하는 것은 연구자들이 가져야 할 의무사항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도 임상연구 정보등록에 대해서 공감하고 임상시험에 대한 관리의 폭을 넓혀가겠다고 했다.

식약처 임상제도과 이남희 과장은 "최근 식약처도 홈페이지에 임상시험 정보 베너를 설치해 임상연구가 승인되는 정보로 쉽게 갈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개편했다"면서 "앞으로는 임상진행 상황도 공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반응보고나 결과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도 확대해 공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선 법적인 부분이 필요하다"고 했다.

법제화 방안으로는 약사법 또는 생명윤리법을 개정하거나 개별 법령을 제정하는 방식이 제기됐다. 반면 법령이나 지침 등으로 이를 규정하고 있는 국가들이 있는 만큼 한국에서도 반드시 법제화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도 나왔다.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황의수 과장은 "법률은 최소화해서 가는게 나을 것 같다. 질본에서도 시스템이 있고 식약처에서도 등록 시스템 등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법을 만들어야 한다면 기존 법을 개정하기 보단 새로운 법률을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봤다.

그러면서 "법률에 구체적으로 연구의 투명성을 높이는 등의 목적을 담아 국민들에게 명확히 알리는 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세부적인 부분에선 무엇을 언제까지 어떻게 등록할지에 대해 첨예한 대립이 있을 수도 있다. 법률 제정시에는 이런 세부적인 부분들도 분명히 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박인숙 의원은 법제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연구부정 사건들을 방지하기 위해선 연구자의 윤리의식 뿐만 아니라 연구논문이나 임상시험 결과 등을 제3의 연구자가 추후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현재 (글로벌) 의학계에선 연구논문이나 임상시험 결과를 통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고자하는 근거중심의학이 주류 흐름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학술지에 게재되지 않는 임상연구도 문헌고찰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당 정보의 공유에 대한 요구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환자단체에서도 임상연구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임상연구는 관심있는 영역이었지만 (환자단체에서) 가장 목소리를 내기 힘든 부분이기도 했다"면서 "환자들은 임상에 대한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임상 진행된 일부 환자들에게만 전달되는데, 이를 임상시험 정보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환자들은 그간 신약 등과 관련해선 허가를 받고 빨리 급여가 적용되는 것만 관심이 많았지만, 임상시험 등록은 환자들의 알권리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