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대 쿠도 토시히로 교수, “하반기 일본서 위암 치료 면역항암제 허가될 듯"
연세암병원 정민규 교수 "라무시루맙, 위암 환자 생명연장 및 치료옵션 확대"

위암은 한국인 만큼이나 일본인에게도 흔하고도 치명적인 암이다. 두 국가 모두 세계에서 위암 발생률이 높은 국가로 꼽힌다. 그렇다면 두 국가에서 위암 치료는 어떻게 이뤄질까. 차이가 있다면, 어떻게 다를까.

이러한 궁금증을 지난달 말 서울에서 열린 제24차 아시아태평양 암학회(APCC) 참석한 오사카대 종양학부 쿠도 토시히로(Toshihiro Kudo) 교수와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정민규 교수를 한 자리에서 만나 풀어봤다.

이날 쿠도 교수는 ‘진행성 위암의 항암화학요법: 두 번째 여명과 미래 전망(Chemotherapy for Advanced Gastric Cancer: The Second Dawn and Future Prospect)’, 정 교수는 ‘전이성 위암 치료에 있어 표적치료제의 현재와 미래’란 주제로 발표했다.

두 교수가 발표한 주제의 공통점은 가장 최근 출시된 위암 표적항암제인 릴리의 ‘사이람자’(성분명 라무시루맙)의 쓰임에 대해서였다.

오사카대 종양학부 쿠도 토시히로(Toshihiro Kudo) 교수(왼쪽)와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정민규 교수.

- 위암에서는 다른 암종 대비 표적치료제가 많이 개발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정민규 교수(이하 정) : 위암은 표적치료제가 개발된 지 10년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3상 임상시험을 통해 승인을 받은 치료제는 사이람자(성분명 라무시루맙)를 비롯해 3가지 밖에 없다. 1차에서는 HER양성 환자만을 위한 트라스투주맙, 2차에서는 라무시루맙, 3차에서는 중국에서 연구된 아파티닙이 그것이다. 위암의 특징 중 하나는 종양 이형성(Tumor heterogeneous)이다. 즉 한 가지 경로(Pathway)만으로는 암을 억제하기 어렵다. 때문에 효과적인 표적치료제 개발에 한계가 있었다. 현재 표적치료제가 가장 활발하게 개발된 암종은 폐암인데, EGFR처럼 한가지 경로 억제만으로도 큰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많은 표적치료제가 개발됐다. 또 폐암은 서양에서 가장 흔한 암으로 다른 암에 비해 연구도 많이 이뤄졌다.

쿠도 토시히로 교수(이하 쿠도) : 과거에는 트라스투주맙이 유일했고, 최근 사이람자가 등장해 처방 폭이 넓어졌다. 연구가 어렵다보니, 위암에 대한 전 세계적인 인식은 최근에서야 높아졌는데, 아시아가 이 같은 인식 향상을 주도하고 있다.

- 일본과 한국 위암 치료의 차이점을 꼽는다면?
: 조기 위암에서의 내시경적 치료, 보조항암요법은 비슷하다고 알고 있다. 일본에서 보조항암치료에는 S-1이 개발돼 표준치료요법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들었다. 국내에서는 위암 2, 3기에서 보조항암요법으로 S-1과 XEOLOX의 2가지를 사용하고 있다.

4기 위암 치료에서 일본과 한국의 치료는 유사하다. HER2 양성인 경우 허셉틴과 항암화학요법을 병용하고, HER2 음성은 5-플루오로우라실(5-FU), 플래티넘(백금) 계열 항암제 병합치료제가 사용되고 있다.

일본(의료기관들)과 함께 임상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일본의 결과가 서양은 물론 한국이나 중국 보다 더 좋게 나타난다. 이는 상대적으로 상태가 더 좋은 환자들을 등록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 일본인의 수명이 길고, 식습관이 좋은 것도 (임상시험 결과) 좋은 예후의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쿠도 : 일본은 진단시스템이 발달됐다. 위암을 국가의 질환으로 인식, 일본 의학계에서 위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런 점이 위암에 대한 일본의 장기 생존 데이터가 좋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 한국과 일본에서 위암 재발률에 차이가 있나.
: ACTS-GC와 Classic 연구를 비교하면 한국과 일본의 재발률은 거의 유사하다. 2기인 경우에는 재발률이 약 20%, 3기는 30% 정도다. 3기 후반이 되면 환자들 중 절반 정도가 재발한다. 재발한 위암은 전이성 또는 진행성 위암 환자와 유사하게 치료되며, HER2 양성인 위암인 경우 트라스투주맙과 플로오로피리미딘과 플라티넘의 3제 요법이, HER2음성인 경우는 플로오로피리미딘과 플라티넘의 2제 요법이 사용된다. 1차 요법에 실패하면, 2차 요법으로 사이람자와 파클리탁셀이 사용되고, 이밖에 파클리탁셀, 이리노테칸 등을 단독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쿠도 : ACTS-GC연구에 따르면, 일본에서 2기 재발률은 20% 정도인 반면 3기는 30~-60%에 달한다. 전반적으로 한국과 비슷하다. 다만, CLASSIC연구 결과가 보고된 후 플라티넘 계열 약물이 3기(B)에서 필수로 고려되고 있다. CLASSIC연구에서 (플라티넘 계열 약물 사용 후) 재발하지 않고 지속되는 기간이 ACTS-GC연구에서 보다 양호했기 때문이다.

- 최근 일본 위암학회(JGCA) 가이드라인이 개정됐다고 들었다. 주요 내용은.
쿠도 : 일본 위암학회 가이드라인 영문어판은 올해 초 출판됐으나 실제 개정은 작년 10월에 이뤄졌다. (개정판에는) 라무시루맙이 포함됐다. 라무시루맙과 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을 위암의 2차 치료에서 ‘Category 1’(권장처방), 즉 유일한 표준치료(Standard of Care)로 권고하고 있다. 참고로 기존의 2차 치료 요법인 이리노테칸, 파클리탁셀, 도세탁셀 각각의 단독요법은 category 2로 하향조정됐으며, 라무시루맙의 단독요법도 category 2에 함께 포함됐다.
일본에서 2차 치료에 사이람자와 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을 사용하는 환자 수가 60%에 이르렀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2차 치료가 필요한 전이·재발성 위암 환자의 80%에서 라무시루맙을 이용해 치료하고 있다. 폐색전증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라무시루맙을 처방하고 있다

- 각국의 라무시루맙 보험급여 현황은?
쿠도 : 일본 위암 환자들은 라무시루맙 치료 시 (약값의) 약 30%를 부담한다. 연령과 소득규모에 따라 부담비율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예를 들면 75세의 환자는 10%만 부담하는 식이다.

: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라무시루맙이 아직 보험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급여가 되면 암 환자들은 (약값의) 5%만 부담한다.

-( 정민규 교수가 쿠도 교수에게) 한국에서는 위장관 폐색이 있을 때 스텐트를 많이 삽입한다. 일본에서도 스텐트 삽입을 많이 하는지, 또한 스텐트 삽입 한 환자에서 라무시루맙을 쓴 경우 천공이 발생한 경우가 있나.
쿠도 : 의료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우리(오사카대병원) 기관에서는 스텐트삽입술을 많이 시행하고 있지 않다. 스텐트를 시술하는 전문의가 항암화학요법에 친숙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만약에 스텐트를 하게 되면 의료진이 라무시루맙과 같은 신생혈관 억제제 사용을 피해야 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으나, 아직까지 라무시루맙을 사용하고 나서 스텐트 삽입 환자에서 천공 발생사례를 듣지 못했다.

- 처방 경험에 비춰 라무시루맙 이상반응은?
: 라무시루맙과 파클리탁셀의 병용요법의 경우 백혈구 감소증이 파클리탁셀 단독보다 증가하고, 항혈관 억제제 관련 부작용인 단백뇨, 고혈압, 혈전증 등이 발생하지만, 중증의 이상반응은 흔하지 않고, 혈전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약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었다.

쿠도 : 담당 환자 중 고혈압, 단백뇨가 나타난 경우는 없었다. 혈전색전증은 라무시루맙 복용 시 약간의 증가 경향을 보였지만, 대부분의 암환자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보험급여를 결정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임상연구 결과, 라무시루맙의 전체생존율(OS), 무진행생존율(PFS) 연장효과가 적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 파클리탁셀 단독 치료 대비, 파클리탁셀에 라무시루맙을 추가해 치료한 결과 2.2개월의 전체 생존율 향상을 가져왔다. 위암에서 생존 기간 2개월 연장은 굉장히 의미 있는 숫자다. 현재 위암 1차 치료에서 OS 연장효과를 보인 표적치료제는 트라스투주맙이 유일하다. 트라스투주맙도 ToGA연구에서 1차 평가 변수에서 대조군 대비 2.7개월의 OS연장 효과를 나타냈다. 라무시루맙은 2차 치료제로서 효과를 나타냈고, 2차 치료제로서 2개월의 생존기간 향상은 고무적인 것이다.

또 ‘치료옵션의 확대’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라무시루맙 단독요법은 병용요법 대비 효과가 좋지 않지만, 기존 항암화학요법과는 비슷한 생명연장 효과를 보인다. 라무시루맙 단독요법은 다른 항암제보다 부작용도 적다.

예컨대 1차로 항암제를 사용한 후 신경병증(neuropathy)이 심하면 탁센 계열의 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는데, 이런 경우 라무시루맙 단독요법이 옵션이 될 수 있다. 환자 중 파클리탁셀과 라무시루맙 병합요법으로 치료 받다가 라무시루맙 단독 요법으로 변경해 2년의 생명연장효과를 본 사례도 있다.

쿠도 : 라무시루맙 2개월 생명연장 효과가 다소 적어 보일 수 있으나 이는 중앙값일 뿐이다. 훨씬 더 긴 생존 연장의 해택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 객관적 치료 반응률(Objective Response Rate)로 비교해도 사이람자 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은 파클리탁셀 단독요법 대비 약 2배의 효과를 보였다.

전이성·진행성 위암환자 생존기간이 짧다는 점을 고려할 때, 2차 치료에서 2개월 이상의 OS연장 결과는 ‘2개월에 불가하다’라고 표현할 수 없다. 일본에선 RAINBOW 임상결과가 나온 직후 바로 라무시루맙에 급여가 적용됐다.

-최근 면역항암제가 주목받고 있는데, 위암 분야에서 면역항암제 연구는?
: 올해 초 진행성 위암에서 3상 임상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 기대했던 것 보다 치료효과는 적었다. 하지만 위암에서도 면역치료제의 효과를 보였다. 또 면역치료제의 장점이 효과를 본 환자에서는 장기간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므로 새로운 치료제로서의 기대가 크다. 위암 분야의 현재 임상 연구 현황들을 보면 앞으로 다양한 단계에서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입증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쿠도 : 일본에서는 올 가을에는 진행성/전이성 위암에서도 면역항암제의 허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기존 치료제와의 병용 등 앞으로 더 연구돼야 할 부분들이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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