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김태백 장기요양상임이사, 고령인구 증가 따른 제도 개선 필요 역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 지 10년. 등급인정자 수는 도입 초기 대비 1.5배 늘어 52만명이 됐고, 장기요양기관수도 1만9398개소로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다가오는 초고령화사회와 저출산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수급 대상자를 확대하고,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새 정부가 치매 국가책임제 시행과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등을 약속함에 따라, 장기요양보험제도는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추진단장을 맡았고 최근 3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상임이사직을 수행한 김태백 상임이사에게 그간의 성과와 한계, 향후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 제도 설계 시절부터 실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안다. 10년이 지난 지금의 장기요양보험제도의 모습을 보면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2007년 4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안)이 통과되고 2008년 7월에 제도가 시행됐다. 전형적으로 빨리빨리 시행한 제도다. 준비기간도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장기요양기관 신청을 받고 업무지침과 규정을 만들고 인력배치, 전산개발 등을 하면서 제도가 정착됐다.

하지만 이제 그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로 비영리 법인인 장기요양기관들의 인프라 부족으로 모든 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함에 따라 서비스 질관리 문제 등 후유증이 나타났다.

지난 1차 장기요양기본계획도 이러한 질적 수준 향상에 주안을 두고 추진해왔다. 치매국가책임제 시행으로 장기요양보험제도 대상이 40만명 더 느는 등 장기요양의 영역은 더 확대될 것이다. 이는 좋은 기회임과 동시에 질적 향상을 정립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차 기본계획에는 그 내용을 담아 추진할 것이다.

- 제2차 장기요양 기본계획(2018년~2022년)에 담길 내용은.

제1차 기본계획(2013년~2017년)이 수급자 확대, 적정 장기요양기관 확충 등 인프라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면, 2차 계획은 수요자 중심으로 수립될 것이다.

특히 고령인구를 고려, 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신규 과제를 적극 발굴할 것이다. 크게는 수급권보장 확대, 이용자 중심 급여체계 구축, 미래 지향 공급체계 구축, 재정안정성 확보 및 수가합리화를 추진방향으로 설정했다.

구체적으로는 정부, 공단, 전문가가 참여해 영역별 분과를 구성해 신규과제를 발굴 제시하며, 논의된 과제에 대한 추진방안을 구체화해 11월 최종적인 기본계획을 수립할 것이다.

- 최근 정부는 사회서비스공단 설립과 치매국가책임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두고 장기요양보험에 대한 공단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장기요양의 영역이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어떠한 방법이든 더 확대될 것이다.

사회서비스공단은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는 않았다. 알기로는 보육, 장애인을 위주로 하되, 장기요양은 지자체가 시설을 직접 운영해 종사자도 직접 채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는 일정부분 사회서비스공단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공공 장기요양시설의 비율은 2% 수준으로 매우 열악하다. 사회서비스공단이 직접 시설을 건립해 운영한다면 질적 측면에서 긍정적일 것이다.

하지만 품질관리원을 만들어 품질개발, 관리, 평가를 한다는 내용은 신중히 접근해야한다. 장기요양대상자 중에는 의사표현을 못하고 거동이 불편한 분이 많다. 이를 2박3일간 2~3번 평가만으로, 3년간의 모든 서비스를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치매국가책임제가 도입되면 수급자 40만명이 더 늘어난다. 그러면 본인부담을 어떻게 낮출지 논의가 필요하다. 치매안심센터를 현 40개에서 250개로 확충할 계획도 있다. 그 외 치매 환자와 가족에 대한 서비스 질향상을 비롯해, 통합재가나 방문간호, 치매가족휴가제 등의 내실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다만 아직 발표할 단계는 아니다.

- 현장에서는 장기요양보험제도의 발전을 위해선 요양병원과 시설의 역할 구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요양병원과 시설간의 기능정립 문제는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 복지부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들었다. 장기요양시설 입소 어르신의 건강악화를 방지하고 외래진료 등으로 인한 의료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촉탁의 제도를 더 활성화 해 나갈 것이다.

또 요양병원의 입원기준 설정, 수가체계를 정비하고 노인주치의제 도입 등 의료전달체계의 개편과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서비스 제공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국민 인식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 요양시설 표본으로 만들겠다고 설립한 서울요양원의 현재는? 적정수가 산출이나 표준모델로 제시할 수준이 됐는지, 그간의 성과와 제2 서울요양원 설립 계획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현재도 서울요양원은 대기자가 900명일 정도로 시민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다만 직영 요양원에서 서비스 표준화를 산출하려면 5년은 필요하다.

서울요양원을 운영한 결과를 가지고, 적정수가라고 말할 순 없다. 서울요양원은 미래지향적인 시설로 만들어져서 일반 요양원과도 비교 대상이 아니다. 다만 계속 데이터를 축적해 분석은 하고 있다.

제2요양원 설립은 아직까지 희망사항이다. 2년전 주야간보호센터 설립을 추진했지만 기획재정부와 협의과정에서 유보됐다. 하지만 농어촌지역이나 중소도시에 시설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장기요양기관의 부정수급으로 인해 재정에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3년간 장기요양보험 부정수급액이 649억원에 달했고, 매년 적발금액도 늘고 있다. 장기요양기관의 공급과잉에 따른 과당경쟁이 원인이다. 공단은 지난 2015년부터 적정청구지원시스템을 도입해 부당청구 사전차단을 하고 있다. 급여비 지급전에 사전 차단한 금액이 12억7000만원이며, 현지조사에서도 29억7000만원을 적발하기도 했다.

그동안 현지조사나 현지확인을 강화해왔다면, 앞으로는 잘하는 기관에는 지원을 강화하고, 불법기관은 발본색원하는 투트랙으로 개선할 것이다.

- 지난 3년간 장기요양 관련 성과와 향후 개선할 점은.

장기요양보험은 지나 2014년 언론이 뽑은 최고 정부정책으로 선정됐고, 2016년과 2017년 연속 소비자가 뽑은 대한민국의 올해의 브랜드 대상도 받았다. 2016년에는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치매노인 보장성 확대 및 서비스 질 강화가 우수사례로 선정돼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등급대상자 확대, 요양보호사 배출, 시설 확대, 가족 부담 감소 등의 성과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도 적지않다. 경증치매환자에 대한 수혜범위 확대는 물론, 가족의 경제적 부담 완화, 치매관리 인프라 확충 등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특히 현 재가서비스는 공급자 중심의 단순 가사지원 위주의 방문요양에 편중돼 있는 만큼 외국처럼 수급자의 재가생활(aging in place)의 지원을 강화할 것이다.

그간 치매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요양원에 모실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추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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