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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곁을 지킨 간호사들간호봉사단 20여명의 2개월간 현장이야기..."우리의 봉사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 이민주 기자
  • 승인 2017.07.04 13:08
  • 최종 수정 2017.12.31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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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삼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어서, 간호사가 된 것이 다행이라 생각 했습니다.”

지난 4월 18일 세월호 미수습자 9명에 대한 수색 작업이 시작됐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발생 1,098일 만의 일이다. 두 달여의 수습 작업에도 아직 5구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여전히 모든 시신이 수습되는 날까지 함께 현장을 지키겠다고 한다.

모든 시신이 수습되는 날까지 함께 할 수는 없지만 미수습자 수색 작업이 한창이던 지난 5월부터 6월말까지 두달간 유가족 곁에서 함께 한 이들이 있다. 세월호 미수습 유가족의 간호를 맡았던 대한간호협회 중앙간호봉사단이다.

서울, 광주, 홍성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도, 직장도, 거처도 다른 이들 간호사 20여명은 같은 마음으로 매일 적게는 12시간, 많게는 24시간 단위로 번갈아가며 유가족 곁을 지켰다.

특히 서울백병원 송기준 간호사와 성애병원 강은영 간호사는 봉사하는 날이면 매번 4시간을 걸려 목포항으로 향했다. 왕복 8~9시간이 걸리는 거리지만 성애병원 강은영 간호사는 “몇번 왔다갔다했더니 이제는 목포가 가깝게 느껴진다”며 “유가족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 시간쯤은 문제될 거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봉사에 참여했던 인천한림병원 안지은 간호사는 “벌써 삼년 전의 일인데도 당시의 참혹했던 현장을 잊을 수가 없다”며 “지금까지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한 가족들의 심정을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어, 그저 곁에서 그들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미수습 유가족 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봉사단이 2008년부터 수없이 해왔던 그 어떤 봉사활동과 마음가짐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100여명의 봉사단은 아동, 장애인, 독거노인, 이주노동자,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간호봉사를 해왔지만, 이번에는 세월호 참사라는 가슴시린 아픔을 돌봐야 하고 가족들에게 누가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성애병원 강은영 간호사는 “목포항에 가까워지면 저 멀리 세월호가 보이는데, 그때부터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난다. 하지만 봉사를 마치고 돌아갈 때는 내가 간호사라서 이런 봉사를 할 수 있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냐는 물음에 안지은 간호사는 “아무 일이 없기를 바라고 간 봉사며, 실제로 아무런 사건·사고도 발생하지 않아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이들은 유가족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현장수습본부 안에서 보내고 있다며, 아직도 타인에게 마음을 열 준비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봉사단은 유가족을 진료하는 대신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묵묵히 현장을 지켜왔다.

충남도청에서 근무한다는 김옥선 간호사는 “현장에 있는 미수습 유가족들은 묵묵히 시신의 수습만을 기다리고 있고 밖으로 거의 나오지도 않는다”면서 “그들이 도움의 손을 뻗을 때 언제라도 그 손을 잡을 수 있도록 봉사팀 건물의 문은 항상 열어두며 불도 끄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유가족들의 심정을 직접 듣는 게 오히려 자신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계기가 된다는 이들도 있다.

김옥선 간호사는 “봉사기간 중 유가족 한분이 다가와 ‘고생이 많으시다’는 짧은 말을 건네셨는데, 그 말에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을 만큼 놀랐다”며 “자신들을 추스르는 것도 힘들 유가족이 처음으로 건네준 그 한마디 말에 모든 것을 보상받은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휴직중인 민소라 간호사도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는 미수습자 가족 중 한분이 찾아오셔서 ‘세월호 선채 수색이 거의 다 끝났지만 아직까지 가족을 찾지 못해 너무 불안하고 걱정이 된다’고 말을 건네셨다. ‘가슴이 내려앉아버린 느낌이 들어 밥도 넘어가지 않는다’는 유가족분의 심경고백을 들었을 때 정말 마음이 찢어지는 듯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유가족 외에도 세월호 수색 작업자들을 진료하기도 했다.

강은영 간호사는 “목을 가누기 힘든 좁은 곳에서 시신 수습을 위해 일하시는 작업자분이 목통증을 호소하며 진료소로 오셔서 치료해드렸다. ‘아프지만 미수습 가족을 생각하며 열심히 일한다’는 작업자 분의 말씀에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한 달 치 봉사신청자가 꽉차있을 만큼 이들의 열정은 대단했지만, 현장수습본부의 요청으로 이들의 봉사는 아쉽게 6월 30일 마무리됐다.

민소라 간호사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나서인지,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진 것 같다. 이곳을 찾는 이들도 눈에 띄게 줄어 마음이 아프다"며 "아직 현장에는 유가족과 작업자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세월호 봉사는 끝이 났지만, 이들의 발걸음은 또 다른 돌봄이 필요한 이들에게 향한다. 올해 8월 필리핀으로 봉사를 떠난다는 김옥선 간호사는 인터뷰를 말미에 봉사가 대단한 것은 아니며 그저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길 바랄뿐이라고 했다.

이민주 기자  minju9minju@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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