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사회서비스공단' 해부(상)...국민연금기금 활용하고, 운영은 지자체가
일자리 늘리고 표준서비스 제공 기대...건보 공단 규모 축소 불가피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공약인 일자리 창출.

보건의료 분야에도 예외는 아니다. 그 중 다소 낯선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이 등장해 또 다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사회서비스공단은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두 가지 사회적 과제에 대비, 보육과 요양을 지역사회가 맡아서 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는 현재 민간에 맡겨진 시장구조 하에서는 고용시장이 너무도 열악해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반증한다.

특히 장기요양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일괄 관리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계속돼 왔던 만큼, 이를 환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또한 사회서비스공단이 장기요양시설을 관리·운영하게 되면, 그만큼 공단의 몸집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전경

사회서비스공단, 왜 필요한가

65세 이상 노인 671만9,244명 중 7%인 46만7,752명이 이용하는 장기요양서비스, 이에 비해 장기요양기관은 1만8,002개소(재가요양기관 1만2,917개소, 시설 요양기관 5,085개소)가 있다(공단 통계연보 2015).

장기요양기관은 해마다 그 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 2014년과 비교해도 1년 새 재가 10.7%, 시설 4.4%가 늘었다.

기관이 늘수록 근무하는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수도 늘어난다. 지난 2015년을 기준으로 1년 새 요양보호사 10.6%, 사회복지사 23.2%, 간호사 1.3%, 간호조무사 10.4%가 늘어났다.

하지만 늘어나는 시설에 비해 서비스 질이나 고용안정은 더 멀어지고 있다. 대다수가 소규모의 민간 기관이기 때문에 사실상 관리감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일찌감치 이러한 장기요양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사회서비스공단’이라는 카드를 던졌다.

정책위원회에 따르면, 장기요양기관은 50인 미만의 소규모 시설이 전체 2/3이며, 이중에서도 2/3가 개인 영리사업자가 운영하는 시설로, 신설과 폐업을 반복하면서 관리 감독을 피하고 있다.

이에 서비스 질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서비스 제공인력의 전문성과 근로조건을 개선시킬 수 있도록 하는 방안으로 사회서비스공단의 개념이 등장했다.

정부가 그리고 있는 사회서비스공단의 대략적인 모습은 이렇다.

출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공청회 발표문

사회서비스는 지역단위에 기반한다는 것을 대전제로, 17개 광역자치단체에 사회서비스공단이 설치된다. 서울시가 공단을 만들면 명칭을 ‘서울시 사회서비스공단’ 라고 붙이고 그 지역의 노인요양시설(재가서비스기관 포함)과 공공보육시설을 서비스공단이 직영 운영한다.

서비스공단이 이러한 시설을 직접 운영하고 관리하게 되면, 요양보호사나 사회복지사 등의 근무 인력 역시 공단의 직원이 된다. 따라서 공단이 인력 채용도 직접하고 관리하면서 지역별 순환근무, 내부 승진 등이 가능해 고용이 안정화 될 것이라는 게 정책위원회의 생각이다.

특히 공단은 직영시설 외에 위탁된 공공시설과 민간시설의 서비스지원 업무까지 총괄적으로 맡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지역단위에서 서비스기관의 공공 운영뿐만 아니라, 공공과 민간의 사회서비스기관 운영에 서비스공단이 종합적 지원자 역할을 하게 된다.

이같은 지역사회 단위의 서비스공단을 만드는 것은 이미 시대적 흐름의 일부라는 점을 정책위원회는 강조하고 있다.

실제 서울과 부산, 경기도, 경북, 대전, 광주 등에서는 자체 복지재단을 만들어 사회복지서비스운영의 공영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공단은 기존의 복지재단의 기능 전환만으로 변화를 최소화 할 수 있고, 기초자치단체 내 공공재단 역시 공단 내 흡수 통합이 가능한 조건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은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서비스공단이 복지시설을 직영하면 일정규모의 국공립시설이 존재해야 하는데, 이 시설을 확충하는 데에는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하는 안이 제시되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이 채권을 매입하는 형식으로 정부에 자금을 공급하면, 정부는 이 기금을 시설 확충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기금도 국채투자를 하는 셈이므로 손실 가능성은 없다는 분석이다.

즉, 정부가 국민연금의 자금을 공공복지시설 확충에 투자하고, 늘어난 시설을 민간이 아닌 지자체에서 관리 운영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종사자에게는 불안정한 고용상태를 개선시켜주고, 서비스 기관은 과도한 경쟁에서 벗어날뿐 아니라 서비스공단이 제공하는 표준서비스양식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면 사회서비스기관의 표준운영으로 민간기관의 서비스 역량도 자연스럽게 상승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애초에 공단에게 주어진 업무...차라리 지자체에 주자

이는 사실상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했어야 하는 역할이다. 이에 이러한 계획이 나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 역시 공단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단은 노인장기요양보호법에 따라 장기요양보험제도를 관리운영하는 기관이다. 제도의 안정적인 도입과 정착을 이유로 건강보험과 독립적인 형태로 설계돼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공단은 관련 법에 명시된 대로 장기요양 인정(조사), 장기요양보험료 징수 및 산정, 인프라 관리, 급여기준 및 수가 산정 등 일련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가 도입된 2008년부터 5년간은 시설, 인력 등 인프라 확충에 집중한 나머지 서비스의 질과 보장성 강화 등에는 한계가 있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2년에도 지금의 서비스공단의 설립 이유인 요양기관 종사자 처우 개선을 통한 서비스 질 관리, 요양기관 관리체계 개선 등을 목표로 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기본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기본계획에는 시설장과 종사자,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간의 상반된 시각으로 제대로된 요양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언급됐으며, 소규모 시설이 난립해 과잉경쟁으로 인한 본인부담 면제 또는 대납, 불법 수급자 유치 등의 문제점도 직시됐다.

소규모 요양기관일수록 서비스 질이 낮고, 요양보호사 등의 보수 및 처우 등 근무여건이 열악해 시설에서는 요양보호사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에 다양한 재가서비스활성화, 서비스품질관리 강화, 요양기관 종사자 처우 개선, 전달체계 효율성 강화 등을 위한 구체적인 업무가 계획서에 담겨있기도 하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도 이같은 문제가 반복되자 정부가 나서서 지자체 중심의 서비스공단을 만들어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 한 관계자는 “여전히 장기요양보험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시설이 난립하고 있다. 민간의 서비스공급에 의존하는 제도적 특성이 있지만, 이러한 현실에서 공단이 부당청구를 막고 적절한 서비스 제공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장기요양은 건강보험과 달리 시설에서 수급자에게 재가급여 또는 시설급여를 제공하면 공단에 비용을 청구하고 이에 대한 심사도 공단이 직접 한다”면서 “부당수급액이 폭증하는 이유는 심사의 비전문성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관계자는 “공단의 주요업무 중 하나가 장기요양보험이다. 그런데 시설간의 역할 정립이나 서비스 질 개선 등의 업무를 하지 못한다면 그 권한을 지자체에 부여하는 서비스공단 설립도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공단의 역할을 점검하고, 일자리 창출 및 인력 관리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장기요양보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전반적인 구조와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비판들이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사회서비스공단이 현실화 될 경우, 공단의 업무도 재조정해 비대해진 조직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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