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저작권 침해 벌금형에도 숫자만 바꾼 기출문제집 출판 여전
국시원, 출판사 불법행위 단속활동 안하면서 의대협 승인 요청에는 ‘불가’

지난 2011년 의사국가고시를 치른 의대생들을 통해 문제를 복원하고, 숫자만 바꿔서 기출문제집으로 출판하는 경우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판결이 내려졌지만 출판사들의 의사국시 기출문제 저작권 침해 행위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를 관리해야 할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의 경우 출판사들의 이같은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재도 하지 않으면서 의대생들이 자체적으로 기출문제집을 만들어 배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허가할 수 없다고 밝혀 빈축을 사고 있다.

본지가 의사국시 기출문제집을 입수해 비교해본 결과, A출판사의 경우 원래 문제집에서 숫자를 바꾸고 답지의 순서만 바꾸는 식으로 예상문제집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기출문제에서는 ‘65세 여자가 걸으면 숨이 차서 병원에 왔다. 30년 전부터 버섯재배 막사에서 일하였고, 5일 전부터 호흡곤란과 마른 기침이 점차 심해졌다. (중략) 검사 결과가 다음과 같았다면 기전은?’이라는 문제에 대해 ‘58세 남자가 걸으면 숨이 차서 병원에 왔다. (중략)검사결과가 다음과 같을 때 이 질환의 기전은?’이라는 식이다. 검사결과 종류나 수치 예시도 사실상 동일하다. 다만 5가지 답 예시에서 순서만 바뀌었을 뿐이다.

2015년 의사국가고시 기출문제(좌), A출판사 문제집에 수록돼 있는 예상문제(우).

하지만 법원은 지난 2011년 출판사들의 ‘의사국시 기출문제집 제작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보여진다’며 3개 출판사에 1,000만원의 벌금형을 내린 바 있다.

특히 최종 판결문을 통해 ‘수험생들의 기억력을 되살리거나 인터넷 사이트를 참고하여 이를 복원하여 게재한 경우에도 저작물의 복제에 해당하며, 수정·보완을 거쳐 출제했다 하더라도 실제 국시 기출문제와 문제지에 수록된 것 사이의 실질적인 유사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당시 벌금형을 받았던 A출판사는 현재 당시 문제가 됐던 ‘KMLE 실전모의고사’라는 문제지는 판매하지 않고 있었지만, ‘A KMLE 예상문제풀이‘로 이름을 바꿔 문제지를 발간하고 있었으며 문제지에 수록된 문제들 대부분이 실제 국시 문제에서 ’숫자 바꾸기‘한 수준이었다.

B출판사의 경우 현재 발간 중인 ‘KMLE 임상종합평가 Vaccine 실전모의고사’의 경우 저자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Vaccine 5기 집필진으로 표기하고 있었는데, 본지가 출판사에 문의한 결과 이들은 국시를 치른 서울의대 학생들이었다.

이와 관련 의대생 C씨는 “매년 국시가 끝나고 나면 학생회를 통해 ‘책 만들 생각이 없냐’며 출판사에서 연락이 온다”면서 “A출판사는 학생에게 200만원을 주고 한 사람당 5~6문제를 복원하도록 한다”라고 설명했다.

의대생 D씨는 “한 파트당 6명 정도가 달라붙어 복원된 또는 입수된 시험자료를 가지고 숫자 바꾸기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출판사들의 의사국시 기출문제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해 국시원은 특별한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출판사에 ‘기출문제 저작권 보호에 대한 안내 공문’을 발송하는 것이 전부였다.

국시원 관계자는 “현재 국시원은 출판사들의 저작권 위반 문제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지만,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며 “올 하반기 국시 문제 공개 확대문제를 복지부와 논의할 예정인 만큼 그 때 이 문제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출판사들의 저작권 위반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국시원이 국시를 준비하는 의대생들이 자체적으로 기출문제집을 만들어 비용 부담을 줄여보겠다는 의대생들에게는 단호하게 출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가 기출문제지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목적으로 5개년 기출문제지 출판계획을 세워 국시원에 문의 결과 “출판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한 것.

저작권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저작권료를 내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국시원은 안된다는 답변만 되풀이 했다는 게 의대협의 설명이다.

의대협 한 관계자는 "기출문제지가 비싸 보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공부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책을 발간하고 배포하려고 했지만, 저작권료를 낸다는 제안에도 안된다는 말 뿐이었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국시원은 “기관의 특성상 저작권료를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저작권료 등 영리를 취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논의 또한 하반기 복지부와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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