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초기 기도확보만 잘했어도 살릴 수 있었을 것 아쉽다"
소아응급장비 없다며 전원조치한 A병원 "권역만 됐어도" 보도자료 내 빈축

최근 인천 서구에서 2살배기 여아가 기도폐쇄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어린이집에서 장난감 포도알을 삼켰는데, 초기 응급처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병원을 찾아헤매다 숨졌다.

이 사연을 본 전문가들은 아주 기본적인 응급처치 교육과 대응만 있었어도 소중한 생명을 구했을 것이라며 석연찮은 반응을 보였다.

본지 확인 결과, 실제 사고가 일어난 지난 19일 어린이집 원장은 아이가 장난감을 삼킨 사실을 확인하고 119에 신고한 채 인근 내과의원으로 아이를 업고 뛰었다.

해당 병원에서는 약 20여분 간 이물질 제거 등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마침 도착한 119에서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했다.

기도확보에 실패한 119 대원은 인근에 위치한 A종합병원에 전화해 상황을 설명하고 처치를 요청했다. 그러나 해당 병원은 “소아 내시경 장비가 필요한 심각한 상태라고 판단해 권역응급의료센터로 가라”고 했다.

결국, 4km 거리에 불과한 A병원을 두고 구급차는 11km나 떨어져 있는 B상급종합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119 신고가 접수된 지 1시간 가량 지나 심정지 상태였고, 의료진은 심폐소생술과 이물질 제거 후 15분 만에 리듬을 돌려놨지만 이미 뇌사상태가 됐다.

환자는 이후 8일간 에크모 시술 등 처치를 받았지만 투병하다 결국 지난 27일 오전 숨졌다.

하지만 의료진들은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아닌 가까운 응급실로 가서 응급처치를 받기만 해도 되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C소아과 전문의는 “환자를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상기도에 이물질이 들어가면 소아내시경을 해야 할 때도 있다. 하기도에 이물질이 꽉 끼면 기관지경을 하는데 기관지경을 보유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전문의가 없는 경우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이미 기도확보를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전문의는 “목에 이물질이 끼어서 응급실에 오는 경우는 그렇게 흔하지도 않다. 전공의시절 4년 동안 한명정도 봤었다. 그마저도 땅콩같은 음식물이라 쉽게 뺄 수 있었다”면서 “초기에 하임리히 요법 등을 해도 충분히 제거할 수 있는데 시간이 중요할 때에 멀리까지 갈 필요가 있었나 싶다”고 덧붙였다.

A병원에서 소아 내시경 장비가 없고 소아응급 전문의가 없다며 치료를 사실상 거부한 것을 두고도 비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B병원에서는 이 아이의 이물질 제거에 내시경이나 기관지경 등 어떠한 장비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D응급의학과 전문의는 “기도폐쇄는 꼭 소아전문의가 있어야만 할수 있는 처치가 아니다. 응급의학과 의사라면 누구든지 처치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더욱이 A병원은 이 여아가 사망한 것이 서구에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없기 때문이라며 최근 보도자료까지 배포해 구설에 오르고 있다.

A병원은 “여아가 관내 대학병원이 있으면서도 먼 남동구까지 간 이유는 이 대학의 응급실이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아닌 지역응급의료센터이기 때문”이라며 “권역은 소아응급전담의가 기본인력에 포함돼 24시간 상주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도폐쇄 질식으로 인한 뇌사상태를 방지하기 위한 골든타임은 4~6분 이내로 짧다”면서도 “서구에도 모든 응급의료에 대처할 수 있는 권역응급의료센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권역응급의료센터가 되면 연간 지원액이 상당하다. 이를 통해 필요한 시설과 장비, 의료진을 갖추면 이미 확보된 인프라와 더해져 이러한 사건을 막을 수 있다”면서 “지난해에도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권역 지정을 해달라고 신청했지만 안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C 소아과 전문의는 “정말 부도덕하다. 권역이 아니어서 환자 치료를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러려면 그만한 능력을 갖췄는데도 환자가 이송되지 않아 못했다고 해야하는데 앞뒤가 바뀐 것 같다”고 지적했다.

E 응급의학과 전문의도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를 보다가 치료를 거부한 것이 아니고 유선상에서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거부할 수도 있어 잘잘못을 따지기에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권역이 아니거나 소아응급전문의가 없어서 그런거라고 지정해달라고 하는건 억지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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