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오셨나요?”

“청년의사 이민주입니다.”

“청년의사 기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지난 25일 대한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가 열리던 행사장 입구에서 본지와 한의협 홍보실은 이런 말로 실랑이를 벌였다.

최근 김필건 회장은 수가협상 결과와 2차 상대가치 개편으로 인하된 수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사퇴서를 제출하지 않자, 이번 임총에서는 김필건 회장의 사퇴 권고안 상정될 예정이었다.

이날 김 회장이 정확한 사퇴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경우 탄핵 긴급동의안이 상정될 가능성도 있었던 만큼 관련 언론사들의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일찍부터 행사장에는 언론사 서너곳이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청년의사’의 자리는 없었다. 입구에서부터 막아서서는 청년의사 기자라는 명함을 건네는 순간부터 다짜고짜 들어갈 수 없다고만 했다. 당연히 회의 자료도 주지 않았다.

왜 한의협은 언론을 통제하는가. 한의협은 무엇을 감추고 싶었는가?

이날 총회에서는 김 회장의 거취를 놓고 회원들 간의 날선 공방이 이어질 것이 뻔했다. 상대가치 개편이 한의사에게 불리하게 진행될 동안 협회는 어떤 노력을 했냐는 지적부터, 사퇴 이야기를 꺼내놓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거짓말쟁이’ 회장에 대한 비난도 나오지 않을 리 없었다.

또 이외에도 집행부가 공금을 회의 없이 유용한 것에 대한 감사 보고와 대책 논의도 예정돼 있어 총회는 그야말로 ‘한의협 치부 대잔치’가 예고돼 있었다.

아마도 이런 상황을 청년의사 기자에게 감추고 싶었나보다.

한의협은 청년의사가 한방의학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수년간 기자 출입을 정지시켰다.

이날 역시 부끄러운 회의 진행과정이 청년의사를 통해 낱낱이 드러날까 우려(?)해서인지, 공개된 행사에서 취재 온 기자까지 매체를 가려가며 받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러한 태도는 향후에도 그 어떤 언론에서든 한의협 또는 한방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쓰면 출입을 정지시키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언론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은 보장돼야 한다. 이는 총회에 참석하지 못한 한의협의 일반 회원들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함과 동시에 보건의료분야 독자들에게도 필요한 활동이다.

행사장 입구에서부터 철저하게 신분을 확인하며 입에 맞는 이들을 골라 참석시키는데 집중할게 아니라, 원활한 회의 진행과 회원들의 반발을 잠재울 대안 마련에 더 집중해야하는 것이 아니었는지 묻고 싶다.

비난과 비판은 구별돼야 한다.

비판과 반성, 노력이 없다면 그 어떤 조직도 발전할 수 없다. 새 정부는 국가전략산업으로 한의약 산업 육성 지원을 포함하는 등 발전에 힘을 쏟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에 기초에는 신뢰를 바탕으로 내분을 해결하고, 투명하고 열린 귀를 통해 발전을 꾀하는 진취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게 꽁꽁 숨긴 채 8시간이나 걸려 진행한 임총에서도 참석하는 대의원수가 부족해 회장 사퇴 권고안이 무산됐다는 것은 아직 내부 화합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의 반증은 아닐까.

한의협은 발전을 위해 대의원 독려는 물론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려는 열린 마음부터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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