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치매 국가책임제' 등 정책 뒷받침되며 토종 치매치료제 개발에도 관심 증폭

문재인 정부가 ‘치매 국가책임제’ 공약 이행에 속도를 내면서 제약산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정부는 치매안심센터 전국 설치 및 인력 확충, 전국 공립요양병원 치매전문병동 확충 등 의료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에 제약사들도 고무되는 모습이다.

치매 치료제는 한 해 수조원의 R&D 투자비용을 쏟아붓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들조차 실패를 거듭할만큼 개발이 어려운 분야 중 하나다.

하지만 이는 뒤집어 말하면 아직까지 획기적인 치매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든 개발에 성공하면 세계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기에 정부가 정책적 뒷받침을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치료제 개발에 동기부여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R&D 명가 다국적사도 어려운 치매 신약 개발
치매치료제 개발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치매환자도 늘고 있는데다 아직까지 개발에 성공한 획기적인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전 세계 치매인구는 2050년에 1억3,145만명에 달하고, 한국도 2050년에는 치매환자가 271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치매 환자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연세대 약학대학 정진현·안용순 교수팀에 따르면, 한국은 치매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2020년 18조9,000억원으로 늘어나고 2030년에는 38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치매환자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개발에 성공한 새로운 기전의 치매치료제는 부족한 현실이다.

치매 중에서도 가장 많은 발병률을 보이는 게 알츠하이머 치매와 혈관성 치매다. 현재 나와 있는 치매치료제나 개발 중인 신약 역시 알츠하이머 치료제에 집중돼 있다. 발병 원인으로는 아세틸콜린합성감소, 베타아밀로이드(Beta Amyloid) 침착, 타우(Tau) 과잉산화로 인산 신경세포 손상 등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개발된 치료제는 아리셉트(성분명 도네페질), 엑셀론(성분명 리바스티그민), 라자딘(성분명 갈란타민), 나멘다(성분명 메만틴) 등이 있다. 하지만 현재 나와 있는 치매치료제는 인지기능개선 등 증상완화만 가능하고 근본적인 치료는 불가능하다. 많은 제약사가 치매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전 세계 제약사는 새로운 기전의 신약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성공이 쉽진 않다. 노바티스, 로슈, 화이자, 일라이릴리 등 다국적 제약사들도 치매치료제 개발에 수조원의 돈을 쏟아 붓고 있지만 개발에 실패하고 있다.

최근에 가장 주목받았던 일라이릴리의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후보물질인 솔라네주맙 역시 3상 임상시험 결과, 만족할만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경증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3상 임상시험인 ‘EXPEDITION3’ 연구 결과, 1차 평가변수인 알츠하이머 인지기능평가척도(ADAS-Cog14)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발에 들인 비용만 11조원이 넘었지만 일라이릴리는 결국 지난 2016년 개발 실패를 선언했다.

그러나 여전히 주요 다국적사인 머크, 로슈, 일라이 릴리, 바이오젠,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애브비. 노바티스, 사노피, GSK 등은 지속적으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도 치매치료제 개발에 집중 투자
국내 제약사도 치매치료제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기존 치매치료제의 제형을 달리하거나 개선된 약을 개발하는 전략과 새로운 기전의 신약을 개발하는 데 쓰는 중이다.

현재 치매치료 후보물질을 개발 중인 대표적인 제약사로는 SK케미칼(SK PC B70M, 천연물신약), 광동제약(KD-501, 천연물신약), 퓨리메드(PM012, 천연물 신약), 대화제약(DHP 1401), 메디포스트(Neurostem, 줄기세포치료제), 일동제약(ID1201, 천연물신약), 메디프론(RAGE 길항제), 제일약품(Dehydroevodiamine/JGK-263), 동아쏘시오홀딩스(DA 9803, 천연물신약), 보령제약(BNT002), 차바이오텍(DB-AC-02), 젬백스엔카엘(GV1001), 환인제약(INM176)등이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학계 및 연구기관에서도 치매치료 후보물질을 개발해 기술이전 및 투자유치를 하는 등 치매치료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낸 곳은 없다.

현재 치매 치료에 가장 투자를 많이 하는 곳은 동아쏘시오그룹이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지난 2013년 국내 제약사 최초로 민간주도의 치매연구센터를 개설했다. 치매치료제 개발을 위해 연구기관, 전문가들을 모아 치매치료제 개발의 허브역할을 하겠다는 게 설립 이유다.

연구센터 설립과 함께 치매치료제 개발에 착수했으며 현재 개발 중인 품목은 뇌신경성장인자 감소 억제제와 타우 단백질 과인산화 억제제다. 이 중 천연물 소재를 기반으로 한 DA9803은 베타아밀로이드의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메디프론은 지난 2010년 다국적제약사 로슈에 개발 중인 RAGE 길항제를 마일스톤 2억 9,000만달러에 기술수출하며 주목받았다. 또한 2011년에는 대웅제약과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억제제를 공동개발키로 하며 치매치료제 분야에서 강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후보물질은 아직 전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며 계약금도 아직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웅제약과 함께 개발키로 했던 ‘DWP09031’은 대웅제약이 개발에서 손을 뗀 상태다. 다만 지난 5월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알츠하이머 진단키트를 허가받으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중이다.

대화제약이 개발 중인 치매치료제 DHP1401은 2016년에 보건복지부 개발과제로 선정되면서 개발에 탄력을 받고 있다. 대화제약은 2018년 12월까지 건국대병원에서 경증 내지 중등증의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DHP1401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2상 시험을 진행한다. 동물모델연구에서 치매유발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 생성이 현저하게 억제됐으며, 신경세포 보호 효과와 동시에 기억력이 회복된 것을 확인했다.

이 외에도 많은 제약사들이 치매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제약사들의 치매치료제 개발은 전임상, 1상 혹은 2상 단계에 머무르고 있어 상용화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미 임상시험을 끝낸 약물 중에는 몇 년이 지나도록 상용화되지 않아 사실상 개발에 성공한 약물은 없는 상황이다.

정부 지원으로 치매신약 개발 탄력받을까
정부는 최근 치매치료제 개발을 위한 지원을 시작했다.

우선 치매치료 연구에 필요한 연구자원을 공개한다.

질병관리본부와 국립보건연구원은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치매 연구용 인체자원을 외부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공개되는 자원은 인구학적 특성, 환경요인 및 질환력, 임상척도검사정보 등 56개 변수를 포함한 역학정보와 질환별 특이유전자 정보, 혈청 및 혈장, DNA 등 인체유래물 등이다. 이같은 연구자원이 공개되면 치매치료제 연구개발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치매치료제 개발을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 제약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치매치료제 개발은 다국적 제약사들도 쉽게 성공하지 못하는 어려운 분야다. 다국적 제약사보다 R&D 투자 규모나 인력이 부족한 국내 제약업계로선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다면 보다 빨리, 성공적인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올라가게 된다. 다만 신약 개발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단기성과를 내길 바라거나 중간에 지원이 끊기지 않을까 우려되는 점은 있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드라이브를 거는 치매 국가책임제의 일환으로 R&D투자지원을 비롯해 제약업계에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르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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