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근로시간이 상근 여부 필수 조건 아냐”…병원 삭감처분 취소

상근 영양사 수를 허위 신고해 요양급여비를 부당하게 청구했다고 누명을 쓴 병원이 소송 끝에 억울함을 벗었다.

서울고등법원 제9행정부는 A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삭감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심평원의 요양급여비삭감처분을 취소한다"고 주문했다.

심평원은 2014년 8월경 A병원을 방문해 2011년 6월 1일부터 2014년 5월 31일까지를 조사대상 기간으로 한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심평원은 현지조사를 통해 A병원이 상근으로 신고한 영양사 B씨가 2013년 8월 1일부터 2014년 5월 31일까지 비상근으로 근무했고, 영양사 C씨 역시 2012년 2월 13부터 2014년 5월 31일까지 상근으로 신고됐으나 파견직원 및 비상근으로 근무했다고 파악했다.

심평원은 현지조사 결과를 근거로 입원환자 영양사·조리사 가산금 379만 원을 감액 조정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A병원은 “우리 병원은 영양사 2명을 고용해 영양사들이 휴일·휴가를 월간 근무표를 작성하게 해 매월 19일 내지 21, 주당 40시간 이상을 근무시켜왔다”면서 “하지만 심평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위법한 처분을 내렸다”고 항변했다.

1심 법원은 심평원의 손을 들어주며, A병원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상근이라 함은 날마다 일정한 시간에 출근해 정해진 시간 동안 근무하는 것을 가르키고, 시간적 근무나 일시적인 근무 또는 필요에 따라 근무조건이 변하는 탄력적인 근무 등과 대립되는 개념”이라 전제했다.

법원은 “입원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의 경우 매일 3끼의 식사가 규칙적으로 제공돼야 하므로 병원에 상근하는 영양사라 함은 적어도 주 5일 이상 출근해 근무하는 사람을 말하지만, B씨와 C씨는 주당 평균 4.5일 정도 출근해 약 35.6시간에 불과한 근무를 했다”면서 “이는 근로기준법상 통상적인 근무일과 근무시간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들은 상근 영양사가 아닌 시간제 영양사라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판결에 불복한 A병원은 항소했고, 항소법원은 원심을 파기하며 B씨와 C씨를 상근 영양사로 판단, 심평원의 처분을 취소했다.

법원은 "근로기준법이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규정하면서 변형된 근로시간제도를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점에 비춰 볼 때 상근이라는 용어를 '날마다 일정할 시간에 출근해 정해진 시간 동안 근무함 또는 그런 근무'라는 의미로만 한정할 수 없다"면서 "그렇게 되면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에 따라 근무하는 근로자를 상근로 볼 수 없게 돼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이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시간은 기준 근로시간에 관해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이지 근로시간(주 40시간)을 충족해야만 상근 근로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B씨와 C씨가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기간 동안의 근무조건은 정규직 영양사의 그것과 동일하고, 계약기간도 3개월 이상이었던 점에서 고려했을 때 심평원이 정한 '식사가산을 위한 영양사 인력산정기준'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A병원의 청구는 이유가 있고, 원심의 판단은 이와 달리 부당하다”며 “위법한 심평원의 처분을 취소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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