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내과醫 "개원가 검체검사 인하해 대형병원 손실 완충"…전면 재검토 촉구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2차 상대가치점수 개정에 대한 개원가 반발이 거세다.

일차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검진검사의 상대가치점수가 대폭 하락함에 따라 개원가가 더 어려워지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료계 의견 조회 없이 개편 작업을 진행했다면서 ‘밀실합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최성호 회장은 22일 “2차 상대가치 개편의 기본 방향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1차와는 달리 끝까지 극비에 부치며 작업이 진행되는 바람에 심평원 발표 후에 처음 그 내용을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심평원은 2차 상대가치 개편에 따라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 일부가 개정되는 만큼 7월 1일부터 5,307개 의료행위에 대한 상대가치점수를 개정한다.

수술, 처치, 기능검사, 검체검사, 영상검사 등 5개 의료행위는 유형 간 상대가치의 균형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보상수준이 높은 검체·영상검사 분야의 상대가치점수는 낮추고 나머지 분야의 상대가치점수는 상향조정 했다. 오는 7월 1일부터 2020년까지 4년에 걸쳐 25%씩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 회장은 “의원급 검체 및 영상검사의 원가보존율은 각각 107.5%, 56.2%에 그친 반면, 상급병원 186.32%, 178.73%, 종합병원은 179.45%, 172.30%에 달해 결국 일차 의료기관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초래하는 결과가 도출됐다”고 비판했다.

최 회장은 이어 “이번 상대가치점수 개편은 겨우 수지를 맞추는 개원가 검체검사를 대폭 인하해 원가대비 2배에 가까운 대형병원의 손실을 완충하는 비용으로 충당한 것”이라며 “이는 현 정부의 일차의료 활성화 정책에 역행하는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개원내과의사회 신창록 보험부회장도 “이번 상대가치 개편으로 검체검사에서 줄어드는 재정규모가 3,600억원 수준인데 그중 2,800억원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주로 검사하는 유형”이라며 “전체 1,200개가 넘는 항목 중에 의원급에서 하는 20개 항목에서 2,800억원을 가져간 것이다. 잘못된 개편이다”라고 지적했다.

신 부회장은 이어 “일차의료기관의 검체검사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이번 상대가치점수 개편으로 개원가의 검사실 운영은 거의 불가능해졌다”며 “이로 인해 수많은 임상병리사가 실직 위기를 맞게 됐다. 일자리 창출을 국정 과제로 삼은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역행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2차 상대가치점수 자료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제공)

신설된 검체검사 질 가산제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신 부회장은 “개원가와 대형병원을 묶어서 평가해 잘하는 쪽에게 질 관리료를 주겠다고 하는데 개원가는 대형병원을 절대 이길 수 없다”면서 “체급이 다른 선수들에게 권투 경기를 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이는 굉장히 공정하지 못한 것으로 무리하게 제도가 추진되면 일차의료기관이 고사하는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심평원이 상대가치점수 개편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의료계에 의견 조회나 자료 공개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개원내과의사회 박근태 총무이사는 “개편 작업을 진행하면서 심평원이 단 한 번도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심평원에 직접 찾아가 자료를 보여 달라고까지 했는데 거절당했다. 대한의사협회에도 자료 공개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 의협도 상대가치점수를 직접 확인한 후에야 뒷통수 맞았다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이어 “상대가치 개편 때마다 개원가 사정에 어두운 대학교수들이 상대가치위원으로 들어가면서 개원가가 반복적으로 희생되고 있다”며 “상대가치위원회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덧붙여 “상대가치점수가 낮아지면 내과 전공의 지원율도 함께 낮아질 것”이라며 “교수들도 이것은 간과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개원내과의사회는 정부에 이번 2차 상대가치 개편과 관련한 요구사항을 전달할 계획이다.

개원내과의사회는 “일방적인 개원가의 무차별한 희생을 강요하고, 일차의료 활성화에 역행하는 검체검사 유형의 개편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전면 재검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검체검사 질 가산 제도의 시행은 반드시 유보돼야 한다”며 “우리는 이번 상대가치 개편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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