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P 최윤섭 대표파트너 "정부 역할 최소화하고 민간에서 할 수 있게 풀어야 성공"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전문가들이 뭉쳤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연구소장, 의사이자 IT융합 전문가인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 맥킨지 컨설턴트 출신 김치원 서울와이즈요양병원장(내과 전문의)은 지난해 6월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igital Healthcare Partners)’를 설립했다.

DHP는 국내 최초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만 대상으로 하는 엑셀러레이터(스타트업을 발굴해 컨설팅, 마케팅 등을 지원하는 업체)다. DHP는 올해 5월에는 소아청소년과·피부과·안과·내분비내과·가정의학과 전문의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출신 인허가 전문가, 변호사, 인공지능·UX(User Experience) 전문가, 회계사 등 11명을 파트너로 영입했다. 새로 영입한 파트너들도 관련 분야에서 유명한 전문가들이다. DHP는 혁신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시리즈A 투자(정식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투자) 이전 초기 스타트업에 의학자문, 의료계 네트워크, 임상 검증, 투자 유치 등과 관련된 엑셀러레이팅을 제공한다.

전문성을 더 강화하기 위해 최근에는 어드바이저(Advisor)로 변리사, 벤처캐피탈리스트 등을 추가로 영입했다. 특히 엑셀러레이팅하는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도 돕기 위해 미국 유전자 정보 분석 스타트업 ‘카운실(Counsyl)’에서 Medical Director로 있는 강현석 박사가 어드바이저로 합류했다.

엑셀러레이팅하는 스타트업도 늘고 있다. DHP는 지난해 12월부터 유전 정보 분석으로 희귀질환을 진단하는 쓰리빌리언(3billion)에 투자, 육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당뇨 관리 애플리케이션 ‘닥터다이어리(Dr. diary)’를 엑셀러레이팅하기로 결정했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기술을 활용해 의사가 백내장 수술을 연습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simulator)를 만드는 스타트업도 엑셀러레이팅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최윤섭 대표파트너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 연결하고 투자’하는 게 DHP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일반 스타트업과 달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병원과 환자, 보험사, 정부 등 수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이 분야에 특화된 엑셀러레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마다 본업이 있는 각 분야 전문가 14명이 뭉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 대표를 만나 DHP가 그리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 들었다.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 최윤섭 대표파트너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국내 최초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만 대상으로 한 엑셀러레이터를 설립한 이유와 DHP가 추구하는 바에 대해 이야기했다.

-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라는 개념을 낯설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DHP가 하는 일이 무엇인가.

엑셀러레이터는 초기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투자하는 기업이다. DHP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과) 연결하고 투자하는 역할을 한다. 혁신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과 예비 창업팀을 발굴해서 아이템 검증, 임상 연구, 인허가 관련 자문 등을 지원한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병원 등 의료계와 협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스타트업 경영자는 의료계와 연결고리가 없는 경우가 많다. DHP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발굴한 스타트업에 투자도 한다. 지분 투자한 스타트업을 성장시켜 그 가치가 올라가면 재무적인 수익도 얻을 수 있다.

미국에는 ‘Rock Health’, ‘Healthbox’ 등 의료에 특화된 엑셀러레이터가 있지만 한국에는 없었다. 의료, 그 중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에 특화된 엑셀러레이터는 국내에서 DHP가 최초다.

- 육성할 스타트업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

기본적으로 두 단계를 거쳐서 선정한다. 혁신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발굴해서 육성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DHP Office Hour를 개최한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예비 창업팀이나 스타트업을 초청해서 비공개로 한 시간 정도 무료 자문을 하면서 해당 업체를 파악한다. 이를 통해 1차로 지원할 만한 대상이 선정되면 사업성 등을 평가하는 투자 심사를 거치고 투표를 한다. 파트너 14명 중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 육성할 스타트업으로 선정한다. 쓰리빌리언과 닥터다이어리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자료 제공 : Digital Healthcare Partners (DHP)

-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 외에 DHP가 다른 엑셀러레이터와 차별화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엑셀러레이팅할 스타트업이 결정되면 장기간 멘토링한다. 기존 엑셀러레이터들은 4~6개월 정도만 육성하지만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6개월 만에 성과가 나오기 힘들다. 그래서 DHP는 6개월 동안 전담 파트너 2명이 세부적인 사항까지 꼼꼼하게 자문한다. 예를 들어 당뇨 관리 애플리케이션인 닥터다이어리의 경우 내분비내과 전문의인 김태호 파트너(서울의료원 내분비내과장)과 모바일닥터 대표이사인 신재원 파트너(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자문을 맡는다.

전담 파트너가 자문을 한 지 6개월이 되면 벤처캐피탈리스트도 모이는 데모 데이(투자자를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행사)를 갖는다. 그 이후에도 스타트업 대표가 요청하면 파트너들의 자문을 받을 수 있다.

- 최근에 변리사, 벤처캐피탈리스트 등이 어드바이저로 합류했다(명유진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강현석 카운실(Counsyl) Medical Director, 엄정한 BLT특허사무소 대표변리사, 허진호 세마트랜스링크 캐피털 대표, 정재호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 이사).

말 그대로 조언자 역할을 한다. 특히 국내 스타트업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카운실에서 Medical Director로 있는 강현석 박사를 어드바이저로 영입했다. 국내에는 규제가 많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미국이나 중국 등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해야 한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 강 박사는 미국 실리콘 밸리에 있는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조언을 할 수 있다.

- 국내에는 규제가 많다고 했는데.

헬스케어 분야는 특히 규제가 심하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협의체에 들어가 이야기 나누다 보면 답답할 때가 많다. 정부의 역할은 최소화하고 민간에서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줬으면 한다.

최 대표는 파트너 14명으로 구성된 현재 DHP 규모를 당분간 유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DHP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다. 스타트업의 가치를 올려서 재무적 수익도 올릴 수 있지만 그게 최우선 목표는 아니라고 했다. 최 대표를 비롯해 DHP 파트너 14명은 사회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 DHP가 추구하는 게 무엇인가.

한국에서 혁신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나왔으면 한다. 의료나 헬스케어는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혁신적이면서도 사회적인 가치도 고민하는 스타트업을 만드는 게 첫 번째 목표다.

혁신적인 스타트업은 생태계가 조성돼 있지 않으면 성장하기 힘들다. 국내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트타업 생태계가 없다. 많은 이해 관계자들이 있지만 그들이 어떻게 상생할 수 있을지 모른다. DHP가 모든 생태계를 다 만들 수는 없지만 몇몇 스타트업을 통해 기반은 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두 가지 목표보다 재무적 수익이 우선일 수 없다. DHP에 합류한 파트너들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회사 이름에 ‘파트너스’를 붙이고 서로 파트너라고 부르는 이유도 자율적이면서도 존중하는 분위기로 운영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영광이다.

- 그렇다면 외부 투자는 받지 않을 생각인가.

지금도 펀드를 맡기겠다는 사람이 꽤 있지만 고사했다. 자금을 운영하는 전문가가 아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DHP 펀드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싶다. 또 생태계 조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DHP가 추구하는 가치가 훼손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고사했다.

- DHP의 단기 목표는 무엇인가.

파트너들이 모은 자금으로 만든 펀드로 7개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다. 이미 2개 스타트업에 투자 결정을 했다. 내년 중반까지는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해서 펀드를 다 소진하는 게 현재 목표다. 또 하나는 우리가 발굴한 7개 스타트업이 후속 투자를 잘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Digital Healthcare Partners (DHP) 구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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