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혈류감염 그리고 환자 안전 좌담회 ①…혈류감염 예방 현실적 대안은?
중환자의학회 홍상범 총무이사 “감염률 0%라고 환자가 안전한 건 아니다”

전국병원감염감시체계(KONIS)에 따르면, 혈류감염은 2013년 이후 의료 관련 감염 중 가장 높은(43%)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의료 관련 감염, 그 중에서도 중환자실은 특히 요주의 대상이다. 중환자실 내 감염 시 환자의 입원기간이 늘어남은 물론, 사망률까지 높아질 수 있다. 자연히 인적, 경제적 손실을 동반하고, 항생제 내성균 확산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중환자실 감염률을 낮출 수 있을까.

이에 본지는 대한중환자의학회 홍상범 총무이사(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장철호(강남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학술위원, 병원중환자간호사회 이순행 회장(서울아산병원 PI팀장), 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 김은진 홍보이사(서울대병원 감염관리센터 감염관리팀장) 등 전문가들을 초청해 중환자실 감염, 그 중에서도 혈류 감염 예방 및 관리에 대해 좌담회를 개최했다. 그 첫번째 순서가 중환자의학회 홍상범 총무이사의 ‘혈류감염 예방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라는 주제발표다.

서울아산병원 홍상범 호흡기내과 교수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중환자실 2차 적정성평가가 진행 중(2017년 5~7월,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 대상)이다.

이번 평가(1차 적정성평가와는 달리)에는 ‘감염 관련 번들(bundle) 수행여부’가 모니터링지표에 추가됐다.

‘감염 관련 번들(bundle)’은 ▲중심도관 삽입 또는 교체시 Bundle ▲인공호흡기 관련 폐렴 예방 Bundle ▲요로카테터 삽입 또는 교체시 Bundle ▲Sepsis Bundle 등으로 구성됐다. 이 Bundle은 중환자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적정성평가에선 의료기관에서 Bundle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선 파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래프1

그래도 중환자실 병원 감염률은 해마다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그래프1 참고).

하지만 혈류감염(Blood Stream infection, BSI)은 다른 감염들보다 감소폭이 적다. 미국, 일본 등과 비교했을 때도 미국, 독일, 일본에서는 인공호흡기관련 폐렴(ventilator-associated pneumonia, VAP)의 감염률이 높은 반면, 한국은 카테터 관련 혈류감염률(CABSI)이 가장 높고, 비율도 가장 크다(그래프2 참고).

그래프2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중환자실 감염 중에서도 중심정맥카테터 혈류감염(central line-associated blood stream infection) 관리는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각국은 일찍부터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 왔다.

하지만 한두 가지 정책으로 중심정맥관(Central Venous Line, 이하 C-line) 등의 감염률을 0%로 만든다고 환자 안전이 100%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감염률은 감염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정부에서 감염률에 따라 보험급여를 제한한다면, 감염률 0% 병원들이 속출할 것이다. 병원들 입장에선 (C-line 감염 등에 대해)기록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외부에선 해당 병원의 C-line 감염률을 알 도리가 없다. 정부가 무리하게 C-line 감염을 잡겠다고 나설 경우, 음성적 범죄를 늘리는 꼴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어떻게 하면 감염률을 낮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중환자실 감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중환자실에서 발생한 BSI 환자의 사망률(mortality)은 12~15%로 높다. 그만큼 감염 관리가 까다롭다는 뜻이며, 첫 환자(신환)부터 철저한 감염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혈류 감염에는 ▲혈관의 유형(peripheral vs. central) ▲피부에서 혈관까지의 경로(tunneled vs. ontunneled) ▲Site of insertion(subclavian, femoral, jugular) ▲얼마나 오래 두는가 ▲얼마나 조작을 많이 하는가 ▲‘정의’를 어떻게 하는가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중 ‘얼마나 조작을 많이 하는가’와 같은 경우, 환자의 후기 감염 발생에 특히 영향을 미친다.

그림1

예컨대 WHO에선(그림1 처럼) 수액을 놓을 때, 피를 닦을 때 등 다양한 단계에서 손씻기(hand washing)를 권고한다. 하지만 국내 턱없이 부족한 중환자실 간호 인력 하에서 중환자실에 입원한 수많은 환자 모두에게 이 권고대로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국제 가이드라인에선, ‘Central venous catheter’(중심정맥 카테터)가 정말 필요한 환자인지에 대한 판단을 우선 고려토록 하고,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되면 즉시 제거할 것을 권한다. 이 항목 또한 주관적이다. 누가 어떤 판단 하에 중심정맥 카테터의 필요 유무를 결정하느냐이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중환자 의학 수준과 맞물린다. 단순히 중환자 정책에서 관련 번들(bundle) 하나 추가했다고 (혈류 감염 등이) 해결되지 않는다.

"감염 관리도 결국은 사람이 한다"
중환자실 내 감염 방지(Maximal sterile barrier)를 위해 모자·마스크·살균 가운·살균 장갑·커튼 등을 하면 카데터 관련 균혈증 등이 줄어듦은 분명한 만큼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와 함께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 의사, 간호사 등에 대한 ‘교육’이다. 교육은 한두 번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해야 감염을 관리할 수 있다.

수술 부위 감염을 일으키는 병원균의 주요 출처이기기도 한 피부를 어떻게 소독하느냐도 감염 관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란셋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chlorhexidine-alcohol’가 ‘iodine-alcohol’을 쓸 때보다 감염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프3

여기서 재차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카테터 부위 등의 드레싱 역시 사람이 한다는 것이다. 즉 의사, 간호사 등 관련 인력이 감염률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들에 대한 교육과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밖에 안티바이오틱 코팅 카테터(Antibiotic coating of catheter)의 사용도 감염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류 감염 예방을 위한 제언

그렇다면 C-line 등 혈류감염 예방을 위해선 어떤 대책과 준비가 필요할까.
먼저 2006년 NEJM에 발표된 연구(An Intervention to Decrease Catheter-Related Bloodstream Infections in the ICU)를 살펴보자.

연구에선 무균기술 번들(Aseptic technique Bundle)로 ▲maximal sterile barrier precations ▲hand washing ▲chlorhexidine for skin cleaning ▲avoidance of femoral vein ▲removal of unnecessary catheters 등의 5가지 항목들만 제대로 지켜도 감염이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프4 참고)

그래프4

정부의 중환자실 적정성평가에서도 이 중 4가지를 차용, 병원들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 항목들이 국내에 적용된다고 미국에서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미국과 한국의 엄청난 중환자실 간호 인력 숫자의 차이 때문이다. 이후 토론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하겠지만,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수가 등을) 결정할 경우 병원 현장의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

이밖에 혈류 감염 등을 낮추기 위해 ▲Chlorhexidine sponge/gel dressing(제품명 테가덤CHG 드레싱) ▲Sutureless device ▲Silver impregnated catheter with a low electrical current 등의 향상된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 중 아산병원에선 ‘Chlorhexidine gel dressing’을 사용하고 있다. ‘Chlorhexidine gel dressing’을 사용할 경우 감염률을 낮춘다는 연구가 나와 있기도 하다.

2014년 미국의료역학회(SHEA), 미국감염학회(IDSA)의 개정된 지침 내용을 보면, 카테터 관련 혈류감염 예방을 위해 생후 2개월 이상 환자에게는 기존의 스폰지 드레싱의 사용에서 클로르헥시딘이 포함된 드레싱을 사용토록 했다. 미국정맥주사간호사회(INS)도 클로르헥시딘 포함 드레싱 사용을 권고하는 것으로 2016년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그래프5

미국 CDC(질병관리본부) 혈류 감염 가이드라인의 권고도 위에서 언급한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중환자실 관련 인력의 교육을 철저히 하고, 교육을 받은 전문 인력들이 꾸준히 감염 관리를 하게끔 권고하고 있다.

아산병원도 2012년 이후 C-line 감염 관리, 즉 혈류 감염 관리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펼쳐 왔다. 2012년 C-line 패키지를 도입하고, 2013년에는 C-line 소독횟수 근거 등을 마련했으며, 2014년에는 C-line 번들 적용범위를 확대했다. 이후 2015년에는 정맥주사팀 C-line 드레싱 전담팀을 운영하고, 지난해에는 클로르헥시딘이 함유된 테가덤을 도입했다. 이런 활동들에 힘입어 감염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표2 참고)

표2

하지만 작은 규모의 병원들이 모두 아산병원과 같이 투자를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정부의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 중에서도 인력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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