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북부 정신과 봉직의 무더기 기소 사건 최후 변론서 부당함·자괴감 호소

“지난 화요일 새벽 2시 당직을 서고 있는데, 술에 취해 칼로 자해를 하려한 조현병 환자가 119에 실려 병원에 왔다. 노모는 주치의인 저에게 환자를 입원시켜 달라고 했지만, ‘지금 서류를 떼 오지 않으시면 (입원 시)제가 범죄자가 된다’고 말했다. ‘환자가 이 지경인데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냐’는 노모 앞에서 그저 초라해질 수밖에 없었고, 자괴감마저 들었다.”

정신질환자의 입원 당일, 서류를 받지 않아 ‘정신보건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당한 봉직의 중 한명이 지난 15일 오전 10시 의정부 지방법원 제4호 법정에서 한 말이다.

이날 그를 포함한 18명의 정신의료기관 봉직의(1명 불참)와 2명의 원장은 환자를 위해 열심히 진료를 보는 의사였을 뿐인데, 한순간 범죄자 취급을 받고 8여개월을 보내느라 많이 지쳐보였다.

3차 변론에 출석한 이들은 지난해 9월 28일 의정부지방검찰청으로부터 보호의무자 동의로 강제 입원한 정신질환자들에게 비대면진료 입원, 퇴원명령 불이행, 관련 서류 미구비 입원 등의 이유로 기소됐다.

하지만 이들은 새벽과 공휴일처럼 관련 서류를 구비하기 힘든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이뤄진 입원이며, 수일 내 관련 서류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서류 미구비 등 행정적인 착오는 그 책임이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에게 있지 않아 기소대상도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기망, 공모 혐의까지...봉직의들 ‘인정 못해’

그러나 최종 변론을 앞둔 지난 15일 상황은 불리하게 흘러갔다. 지난 9일 재판부가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A병원장에게 정신보건법, 국민건강보험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그러자 검사측은 이를 인용, 이 봉직의들도 병원장과 공모해 불법 입원을 시켰다며 형법 제33조와 제30조를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졸지에 병원장은 사기죄, 봉직의는 공모죄까지 얹게 되자, 최후의 변론을 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흔들리기도 했다.

이들은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에게 서류구비라는 행정업무의 책임을 묻는 것도 부당하고, 갑자기 병원장과 공모해 불법으로 환자를 입원시켰다는 죄까지 씌우는 게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B봉직의는 “모든 병원에서 서류 확인은 행정부서가 담당하고 있다. 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서라도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고 입원 결정을 하는데 충실히 해야 한다. 불법을 모의했다는 말을 듣는다는 것 자체가 슬프다”라고 말했다.

C봉직의도 “법정에 출입하는 모든 사람들의 신원을 판사가 직접 확인할 수 없지 않느냐. 이것이 죄가 된다면 의사들은 보호자의 서류 확인에 더 매진해야 해서 진료에 집중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특히 서류미비 등 규정상의 미흡함이 있었다면 이는 사전에 계도가 필요한 사안이지 환자를 치료하는데 직접적인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D봉직의는 “환자의 치료에 대해서만 고민하다 죄인이 되니 당황스럽다. 미흡한 점이 있다면 홍보와 계도를 위한 기회가 필요할 것인데 갑자기 이런 일을 겪었다”면서 “진료와 행정은 분리돼 있는 일인데, 진료를 해야 할 이 시간에 법정에 선다는 게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기소 이유 없는 사례도 포함...구두 철회하기도

더욱이 부정수급을 목적으로 한 기망과 편취 혐의까지 덮어쓴 데에 하나같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만일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모든 의료기관에 파장이 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봉직의는 “(검찰이)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생각하고 기소한 것 아니냐. 과연 누가 그렇게 업무를 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다”라며 “문제가 있는 병원만 제재를 해야지 법을 너무 넓은 범위로까지 적용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번 변론에서는 기소 이유에 입원당시 서류를 다 구비한 사례, 재입원시 제출한 서류를 오인한 사례, 자의입원환자에 대한 서류 확인 등도 포함돼 있어 검사측이 이를 철회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F봉직의측 변호인은 “이모 환자는 이미 입원 전에 자료를 제출했는데 대상에 포함돼 기소자체가 잘못됐고 유 모 환자는 재입원을 한 경우로 재입원 서류를 나중에 제출한 경우인데 입원당시 자료가 없었던 것으로 기소됐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검찰도 이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철회했다.

한편, 재판부는 추가 변론이 필요한 병원장 및 봉직의 4명을 제외하고, 오는 7월 13일을 선고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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