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이성일 교수 "병의원에도 유니버셜 디자인 접목 필요"…HiPex 2017서 발표

“고령화로 노인들은 더욱 늘어나겠죠? 그런데 병원에서 노인들이 자녀 등의 도움 없이 혼자 접수를 하고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나요?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혼자 병의원을 다닐 수 있는 환경인가요?”

아픈 이들이, 불편한 이들이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곳이 바로 의료기관이다. 이는 의료기관의 존재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성균관대학교 시스템경영공학과 이성일 교수는 이러한 점에 의문을 던진다.

많은 의료기관들이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몸이 불편한 노약자, 장애인을 돕고 있지만 모든 의료기관이 이러한 시스템을 갖춘 건 아닐 뿐더러 되레 스스로 접수부터 진료까지 해야 하는 곳이 더 많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상일 교수는 의료기관에도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의 접목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유니버셜 디자인은 미국의 건축학자인 로널드 메이스(Ronald Mace)가 주창한 개념으로, 장애, 연령, 종교, 인종 등에 관계없이 모두를 위한 보편적 디자인을 일컫는다. 예컨대 노인이나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통로를 마련하는 게 아닌 모두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1년여 전쯤 서울시에서 한 프로젝트 자문요청을 받았습니다. 장애여성이 출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을 극복해달라는 것이었지요. 그 말을 들으며 (서울시의 자문요청으로) 그동안 내가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구나라는 걸 깨달았죠. 장애인들이 관련 전문병원보다 일반병원을 찾을 텐데, 휠체어 말고 다른 방법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걸 말이죠. 같은 문제는 고령자에게도 일어날수 있구요.”

이후 이 교수는 병원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학생들을 병원으로 보내 함께 고민하기도 했다. 그 결과 장애인이나 고령자가 누구의 도움 없이 병원에 왔을 때 진료를 받고 나올 수 있기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단다. 그래서 더욱 유니버셜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지금 당장 병원을 (노인, 장애인 등이 편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으로) 완전히 바꿀 수는 없지요. 빅데이터 문제와 같아요. 조금씩 바꿔 나가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더욱 유니버셜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이 교수는 유니버셜 디자인을 관점의 변화라고 표현했다. 만일 문을 만든다면 ‘다수’가 보다 편하게 왕래하게 만들 것이다. 190cm 정도의 사람이 지나가도 될 정도고, 폭은 두명이 서로 비껴 지날 정도의 크기면 ‘다수’가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유니버셜 디자인은 여기서 ‘다수’의 개념을 좀 더 넓게 잡는다는 것이다. 즉, 노인과 장애인을 위해 큰 틀을 바꾸는 게 아닌, 좀 더 개방적으로 ‘틀’에 더 많은 사람이 들어오도록 고민하는 것이 유니버셜 디자인이다.

한 병원에서 러시아 환자들을 위해 원내 표지판에 러시아어를 표기했다면, 이것 역시 틀을 넓힌 유니버셜 디자인이라고 했다.

하지만 작은 변화라도 투자는 필수적이다. 표지판에 외국어를 추가하는 게 작은 일일지라도, 동네병원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개인병원에서 새로운 시설을 설치하는 등 투자하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투자 대비 환자 증가를 담보할 수도 없을 거고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지만 선 순화에 따른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령화에 따라 노인은 어느 지역, 동네에서나 존재하고, 그들을 치료할 것이고, 그들은 동네병원을 더 자주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교수는 공공의료기관들에서 유니버셜 디자인 도입을 통한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고도 했다.

“선진국에서 접근성 확대는 공공에서 시작합니다. 접근성 확대는 곧 공공성 확대인 만큼 국가의 세금으로 지원해 자연스럽게 민간에 전파되도록 하자는 거지요. 특히 우리나라는 공공의료기관인 보건소가 환자의 접근성이 떨어지지요. 이런 보건소의 열악한 환경부터 바꿔 고령자나 장애인들의 사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애를 장애로 여기지 않고 노인들이 배려를 받아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지 않도록 하는 유니버셜 디자인에 대해서는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명지병원에서 열리는 ‘HiPex 2017 컨퍼런스(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17)’에서 ‘고령 사회와 Universal UX’란 주제발표를 통해 더 자세히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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