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차원 접근만으로는 성공 못해…의료와 복지 모두 고려해야”

문재인 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에 힘을 싣고 있는 가운데, 의사들은 도덕적 해이 견제, 보건과 복지 사이의 정책 균형, 치매 관련 종사자 교육 중시, 치매 연구 지원 확대 등을 주문하고 있다.

치매지원센터 전국 확대, 치매치료 본인부담금 경감 등에 공감하지만 세세한 부분까지 챙겨야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치매국가책임제, 도덕적 해이 방지책 필요

경희의대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치매국가책임제 시행 후 서비스 제공 평가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백 교수는 “치매국가책임제를 통해 치매지원센터를 확대하고 본인부담금을 줄여주는 정책은 긍정적이고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남은 문제는 서비스와 평가를 병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지금까지의 인식은 부모의 질병은 가족이 책임을 진다는 것인데, 이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것이 바로 치매국가책임제”라며 “하지만 치매를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국가에) 이득이 된다는 것에 동의가 있어야 한다. 자칫하면 (가족의 채임을) 국가에 떠넘기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도덕적 해이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제대로 된 평가체계가 있어야 한다"며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지를 보기 위해서도 이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치매지원센터 내 팀 활동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백 교수는 “정신보건센터를 해보면 팀을 중심으로 한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지금 치매지원센터를 확대하기만 해서는 의료서비스와 공공서비스가 따로 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치매학회 “치매정책, 보건과 복지 중 보건에 방점”

대한치매학회는 치매국가책임제의 경우 보건과 복지 중 보건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치매학회 안무영 회장(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은 “치매도 진단이나 치료가 중요하다"며 "따라서 이 분야에 대한 연구 지원은 국가적 차원에서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호진 홍보이사(한양대 구리병원 신경과)도 치매 관련 연구 지원 확대를 강조했다.

최 이사는 “치매연구지원 확대를 위한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며 "현재 치매 관련 국가 연구비의 경우 여러 부처에서 각자 사업영역을 통해 산발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장기적 연구과제보다 단기적 실적 달성에 매몰돼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이사는 “현 상황을 정비하지 않고 단순히 연구 예산만 확대하면 지출 대비 효과를 보기 힘들다"면서 "단순한 예산 확대가 아닌 연구시스템 인프라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최 이사는 “우리사회에 아직 ‘치매와의 전쟁’이라는 프레임이 있다. 치매가 사회에 부담이 되는 적이라는 말”이라며 “이런 인식이면 국가가 지속적으로 치매환자와 보호자를 지원해도 이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치매 환자 관리 투입되는 인력의 교육도 중요

치매관리센터 전국 확대 등을 통해 신규 채용되는 인력이 적게는 4,000명에서 많게는 7,000까지 예상되는 만큼 이들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10월 27일 후보 시절의 문 대통령이 방문해 치매국가책임제 구상을 밝힌 노원구 치매지원센터 이동우 센터장(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인력 교육이 중요하다. 치매지원센터 전국 확대로 4,000~7,000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은 물론 교육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교육도 처우 개선 중 하나다. 이들에 대한 집중교육이 필요한데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교육프로그램은 이미 다 있지만 단기간 집중적으로 해야하기 때문에 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초기 진단 후 지속적인 치료가 가능한 시스템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다수의 치매환자가 초기진단을 받은 후 치료를 잠깐 하다가 중단한다. 이런 환자들은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치매가 고혈압, 당뇨처럼 치료효과가 즉각 나오는 것이 아니다보니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고혈압, 당뇨는 진단하면 본인이 약을 잘 먹는데, 치매는 증상 자체가 기억력 장애이기 때문에 약을 받아놓고 잊거나 더 먹기도 한다"면서 "특히 가족이 없는 독거노인의 경우 초기치료에 어려움이 많다. 치매조기치료 시스템 구축을 위해 보통의 병원기능으로는 안된다. 병원에 사례관리 인력을 배치하는 등 처방 외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이 교수는 망상, 배회 등의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환자가 수많은 병원을 난민처럼 떠도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치매책임병동 확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치매국가책임제를 공약하며 ▲지역사회 치매지원센터 확대 ▲치매 조기발견 후 의료, 복지, 돌봄, 요양서비스 제공 연계 ▲치매안심병원 설립 및 치매책임병원 지정 ▲노인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 상한제 도입 ▲치매의료비 90% 건강보험 적용 등을 제시한 바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내부에 TF를 만들어 치매국가책임제의 세부 정책을 다듬고 있으며 이르면 이달말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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