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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인구학자가 본 의사 부족 논란…“부족하지 않다”서울대 조영태 교수 “저출산·고령화로 의사들도 고령화, 정년이 없어졌다”
  • 송수연 기자
  • 승인 2017.06.09 06:00
  • 최종 수정 2017.06.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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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의사 인력이 부족한 국가일까? 최근 정부가 발표한 연구결과만 보면 답은 ‘그렇다’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4일 ‘2030년에 의사는 7,600명, 간호사는 15만8,000명, 약사는 1만명이 부족하다’는 연구결과(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7년 주요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전망’)를 발표했다.

하지만 의사와 간호사, 약사 수가 부족하다는 정부 발표에 관련 단체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추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보건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정부 발표만 나오면 반복되는 논란이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부정확한 추계로 소모적인 논쟁만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실에서 만난 조 교수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의사나 간호사 수는 부족하지 않다”며 복지부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의사도 고령화, 정년이 따로 없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난 5일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의사가 부족하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의사나 간호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한국이 그 어느 나라보다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사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의료인들 스스로 ‘박리다매’라고 할 만큼 보건의료체계가 저수가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한국 의료 현실도 보건의료인력 수급 추계에 반영돼야 한다는 게 조 교수의 지적이다. 단순히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해 의사 1인당 환자수가 많기 때문에 의사가 부족하다고 단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들 중 가장 많은 연령대가 40대와 50대일 것이다. 전체적으로도 그 세대가 가장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에 의과대학이 늘었다. 당연히 의대를 졸업하고 면허를 취득한 의사 수도 늘었다. 의사는 정년이 따로 없기 때문에 75~80세까지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의사들도 같이 고령화되고 있다. 대학병원에 있는 의사들도 퇴직한 후 은퇴하지 않고 개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전국 회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12월 기준 전체 의사의 50.2%가 40대(2만9,659명, 29.5%)와 50대(2만811명, 20.7%)다. 당시 35~39세인 의사가 1만6,806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40~5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더 높아졌을 것이다.

조 교수는 저서 <정해진 미래>에서 의사나 변호사를 ‘은퇴가 없는 노동시장’이라고 표현했다. 정년이 따로 없기 때문에 신규 세대가 진입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나이든 의사들은 경험이 많고 인공지능(AI)의 도움까지 받으면 젊은 의사들보다 오히려 유리한 위치에서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진료 현장에서 떠나는 의사들의 연령대는 높아지고 있지만 지금도 매년 3,000명의 신규 의사가 배출된다.

“50대가 80대가 되려면 앞으로 30년은 더 있어야 한다. 70세까지 환자를 진료한다고 해도 20년은 더 의료 현장에 있을 수 있다. 지금 10대에게 의사가 되라고 하는 건 이기기 힘든 경쟁에 뛰어들라는 말이다. 이미 기성세대가 많기 때문에 새로 의사가 된 사람은 페이닥터는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의사 수가 늘어나면 임금도 내려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 수를 늘리겠다는 건 정부가 나서서 의사 임금을 깎으라는 것과 같다.”

조 교수는 지난 4월 청년의사가 만든 영자지 <Korea Biomedical Review>와 인터뷰에서 젊은 세대의 미래를 변화시키려면 교육이 중요하다며 딸에게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직업 중 하나인 농업을 권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OECD와 비교, 의미 없다”

조 교수는 한 기관에서 나온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정부가 보건의료인력 수급관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는 상황이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보사연 연구결과를 고려해 신규 인력 배출 규모 증가, 유휴인력 재고용 추진 등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관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교수는 “OECD와 비교해서 한국의 의사나 간호사 수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그런 비교는 의미가 없다. OECD 평균보다 의료비가 적기 때문에 의사 1명당 진료하는 환자 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현재 우리나라 의료서비스의 수준과 질이 의사 대 환자 비율 때문에 좋은지 나쁜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한국 의료는 비용 대비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결정적으로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 나라에서 20년 뒤에는 건강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줄고 받아가는 사람이 더 많을 텐데 의사 수를 늘리면 그 수가를 어떻게 맞추려고 하는 것이냐”고도 했다.

조 교수는 “간호사 부족 문제는 의사보다 더 복잡하다. 간호사는 수가 부족한 게 아니다. 간호사는 수급 불균형이 문제다”라며 “간호사는 현재도 충분히 많이 배출되고 있지만 지방에서는 간호사를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인구 변동을 기반으로 예측을 다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는 보건의료 인력 수급 대책은 단순이 의사와 간호사 수를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보건의료 인력 수급 대책은) 의대 정원, 보험 수가는 물론 우리 아이를 의대에 보내야 하는지까지 연결되는 문제”라며 “책임감을 갖고 얘기해야 한다. 쉽게 얘기할 게 아니다”며 “인구변동과 지역 간 수급, 현장의 목소리, 건강보험 재정까지 고려해서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해 배출되는 인력을 늘리지 않는다고 해도 의사의 미래는 밝지 않다. 조 교수는 의료계 스스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중 하나가 해외 진출이다.

조 교수는 “저출산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가 힘들지만 한해 150만명이 태어나는 베트남과 같은 나라에는 필요한 인력”이라며 “국가가 나서서 의사가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면 된다. 하지만 정부가 먼저 나서서 하기는 힘들다. 의료계가 먼저 안을 마련해서 정부에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HiPex 2017 컨퍼런스(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17)’에서 조 교수가 강의하는 주제도 ‘정해진 미래, 정해질 미래’다.

송수연 기자  soo331@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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