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김정회 연구원 “조화 이루지 못하면 제도 안착 힘들어”

오는 8월 시행을 앞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법)과 관련해 무분별한 제도 확대보다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등 현행 우리 의료체계를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정회 정책연구원은 지난 29일 서울의대 학생회관에서 열린 ‘한국형 호스피스·완화의료 모형 개발 및 구축방안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할지라도 우리 의료체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안착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제도적으로 앞서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과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일본과 대만의 경우는 가정 간호서비스와 그에 대한 급여가 존재한 상태에서 가정 호스피스가 도입돼 안정적으로 체계 내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호스피스·완화의료 도입은 여전히 의료전달체계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스피스·완화의료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와 적절히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면서 “만약 현재 의료체계를 무시하고 무분별하게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정착시킨다면 서로에게 악영향을 끼칠 뿐”이라고 조언했다.

또 건강보험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이용하지 못하는 가입자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우리가 독일이나 일본처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이용하는 대다수가 암환자인 상황에서 이를 이용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이용하지 않은 사람들의 임종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면서 “보건의료체계 내에서 다른 서비스와의 형평성 및 균형 등도 함께 고려해야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성장할 수 있으며 국민들의 만족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더 많은 영역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를 확장하겠지만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건복지부 권준욱 공공보건정책관은 “호스피스·완화의료도 자연스럽게 의료의 한 영역으로 확장될 것”이라며 “지금은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 기관에 가거나 이를 전담하는 의료인이나 자원봉사자를 만나야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예방 접종처럼 서비스를 원하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확대한다는 것이 복지부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8월에 시작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암과 3가지 만성질환만을 대상으로 해 당분간은 절름발이로 운영될 것”이라며 “학계와 시민단체들을 대상으로 추진단을 구성해 현재 노출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정책관은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정착하기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지난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과 2008년 김 할머니 사건으로 여기까지 왔다. 빠른 정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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