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승 현두륜 변호사 “의사에게 덤터기 씌우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사업, 개선돼야”

“왜 의약품 부작용 책임을 의사들만 져야 합니까?”

최근 의료전문지 법원출입기자단을 만난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는 현행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사업의 개선 필요성을 주장했다.

현 변호사는 “의약품 부작용과 관련해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사업이 실시되고 있지만 제한적 규정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실제 구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며 오히려 의사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전가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판결한 한 사건을 설명했다.

이 사건은 A씨가 약국에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일반약을 구입하면서 시작됐다.

약 복용 후 가려움증을 동반한 발진 증상이 생긴 A씨는 B병원 응급실을 방문했고, 의료진은 A씨가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발진증상 및 감기 증상에 관한 조치를 하며 동일한 성분의 약물을 다시 처방했다.

이로 인해 발진 등이 더욱 심해진 A씨는 같은 날 저녁 C병원을 방문했고, 그곳에서 아세트아미노펜으로 인한 스티브존슨 증후군과 독성표피괴사용해증을 진단받았다.

이후 A씨는 양쪽 눈을 모두 실명했다.

이에 A씨는 제약회사, 약을 판매한 약사, B병원 의료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제약회사와 약사의 과실은 부정한 반면, B병원 의료진에게 문진을 제대로 하지 않고 동일한 성분의 약물을 반복 처방한 과실 등을 인정해 4억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현 변호사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현행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 변호사에 따르면 현행 약사법 제86조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사업을 규정하고 있고 제86조의3에 제2항에서 그 예외사항을 정해놓고 있다.

이 중 제86조의3 제2항 제4호는 ‘질병, 장애 또는 사망이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의료사고로 인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의약품 부작용 사고와 의료사고가 중첩되면 피해자인 환자가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자연스럽게 제약회사, 약사, 의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청구하게 된다.

하지만 제약회사의 경우 일반적으로 제조상 과실이 인정되지 않아 책임을 면하고, 약사들도 복약지도를 했다는 명목으로 책임을 벗게 된다는 게 현 변호사 지적이다.

결국 의사만 소송당사자로 남게 되고, 피해자의 손해를 전적으로 배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신청 대상이다.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 제8조 제1항은 ‘의약품의 부작용으로 인하여 질병에 걸리거나 장애가 발생한 사람 및 의약품의 부작용으로 인하여 사망한 사람의 유족은 관련 법에 따라 피해구제급여 지급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의약품 부작용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환자와 그 유족만을 신청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의사가 환자에게 의약품 부작용 피해를 배상하더라도, 의사는 경제적 손실을 보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현 변호사는 “의약품 부작용 사고에는 의료과실이 일부 포함될 수 있지만 대부분이 의약품 부작용 때문에 발생한다”면서 “하지만 제약회사와 약사는 빠져버리고 의사만 의약품 부작용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는데 이는 자기 책임보다 더 큰 부담을 지우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변호사는 "그런데도 의사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를 신청조차 할 수 없다”면서 “결국 의사가 의약품 부작용의 모든 책임을 덤터기 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사업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의료사고가 있다고 하더라고 의약품 부작용이 주된 원인이라면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사업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진료비, 사망일시보상금이나 장애일시보상금, 장례비 등으로 한정된 의약품 피해 구제 급여를 확대해 환자가 어느 정도 합당하게 피해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환자나 그 유족만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신청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의료사고로 인해 손해배상 책임을 진 의사들의 경우에도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의사들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지 말고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사업에서 일정 부분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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