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롱민 교수, 적정한 정부규제 등 뒷받침되면 한국도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First Mover'가능

이르면 10년 내에 현재 소모적인 의료시스템이 IT와 미래의료기술 활용을 통한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백롱민 연구부원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9일 서울 밀레니엄힐튼에서 개최한 '제 10회 의료기기의 날' 세미나에 '4차 산업혁명시대, 우리의료기기 산업의 미래'주제발표자로 나서 이같이 전망했다.

백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를 맞아 빠르면 10년 안에 현재 의료 패러다임이 완전히 뒤바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모바일 네트워크, 어플리케이션,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의 가속적인 발전에 따라 이를 활용하고 융합한 헬스케어서비스가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의료패러다임은 기존에 사후치료방식에서 예측이 가능한 예방 중심의 개인맞춤형 정밀의료 단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미 의료는 데이터 과학이 됐으며 헬스케어의 방향은 정제된 의미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분석해 미리 예측하고, 개인맞춤형, 정밀의학,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대중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 의료패러다임은 기술의학, 경험적 진단 및 치료, 장기 위치에 따른 질병분류, 획일적 치료, 병이 걸린 후 진단 및 치료로 정의했다.

여기서 질병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와 이를 기반으로 한 진단 및 치료, 분자 생물학적 원인에 따른 분류, 개인 맞춤형 치료, 상대적 질병 위험도 평가 및 예방, 조기 진단 및 조기 치료 등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에 따르면, 인구고령화 및 급증하는 의료비에 대비해 국민건강수준향상과 의료의 효율화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데이터 과학이 기본이다. 때문에 정제된 의미있는 데이터를 통한 정밀의학 분야가 더 발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 미국은 연간 2,500억원을 들여 정밀의료를 지원하고 있으며, 영국은 1,100억원, 중국 7,000억원, 프랑스 1,700억원, 일본 960억원 등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고도 전했다.

백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 의료구조는 지속가능한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의료 분야를 성장동력으로 만들고, 선순환적 시스템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우리나라도 정밀의료를 국가과제로 만들어서 비슷한 속도로 나가려 한다. 준비만 잘한다면 앞으로 2-3년, 빠르면 1-2년 안에 누구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다"고 헸다.

제약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도 예고했다.

백 교수는 "제약산업을 과거에 '10-10-10'이라고 불렀다. 10년 동안 10조원을 들여 연구하면 그 중 10%만 (신약으로)건진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주요 제약사 외에 신약개발에 덤비지 못했던 이유다"라고 했다.

그러나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이같은 패러다임은 바뀔 것이라는 게 백 교수의 설명이다.

백 교수는 "맞춤형치료가 발전하면서 정확한 타깃으로 개발하게 된다. 간암환자 80%를 해결하는 제품을 개발하는데 돈과 시간을 들였다면, 이제는 각 개인의 차이를 알기 때문에 그룹별로 치료제를 개발하게 될 것이다. 그룹별 개발은 비용도 줄이고, 많은 종류의 신약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환자와 의료진도 혜택을 보고 제약사도 혜택을 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적절한 규제만 뒷받침된다면 한국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될 기회가 있다는 게 백 교수의 예측이다.

특히 정밀의료의 성공을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데이터 확보, 개방적 데이터 플랫폼 구축, 유전체 분석 비용 절감, 일관된 정책지원, 적정수준의 규제, 검사정확도 향상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백 교수는 "10년 혹은 20년 안에 모두 건강하게 오래 살게 될 것이다. 앞으로 각 분야에서 할 게 많다. 정부의 적절한 규제를 통해 방향만 잘 잡고 나간다면 한국은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가 아닌 퍼스트 무버가 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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