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2006년 이어 두번째 '차별' 판단…법 개정 권고 고민 깊어진 복지부

문재인 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 위상 강화에 나선 가운데, 보건소장에 의사를 우선 임명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인권위 판단이 지역보건법 개정으로 이어질지 의료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7일 인권위의 이같은 판단이 나왔을 때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보건복지부도 문재인 정부의 인권위 강화 정책 표명 후 고민이 깊어졌다.

인권위는 2006년에 이어 지난 5월 17일에도 보건소장에 의사를 우선 채용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관련 내용을 담은 지역보건법 개정을 복지부에 권고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인권위 권고를 검토할 수 있지만 추진 여부는 별개 문제”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복지부는 “지역보건법 시행령 개정이 쉬운 문제가 아니다. 국민 기대치와 눈높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인권위 위상 강화를 천명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문재인 정부 5년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8일 인권위 업무보고에서 인권위 위상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국정기획자문위 박범계 정치행정분과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권위 위상 제고 지시에 대해 “(인권위가) 정부부처, 국가기관에 대한 여러 권고안을 냈지만 권고안이 강제력, 구속력이 없어 수용 여부는 기관 자유였다”며 “수용 정도와 수용률 편차가 매우 심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힘 있는 기관이나 힘 없는 기관이나 차별적으로 취급하지 않고 고른 기준을 적용해 인권실태를 점검하고 개선하는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권위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권고를 내려도 해당 부서에서 수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는 인권위에 힘을 실어 이같은 현실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의 인권위 강화 방안이 나오기 불과 며칠 전 인권위가 보건소장 의사 우선 임명에 대한 차별 결정을 했기 때문에 복지부가 조만간 내놓을 답변이 인권위 위상 강화 실현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보건소장 의사 우선 임명에 대한 인권위의 차별 판단은 지난 2006년에 이은 두번째로 인권위의 관심이 큰 사안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복지부 건강정책과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지금은 고민 중이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인권위 강화 발표에 따라)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인권위 권고안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는 수십일 이상 남았지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검토와 추진 가능은 별개’라며 단호한 입장을 밝힌 것에서는 한발 물러선 것이다.

한편 인권위는 지난 17일 ‘의사면허 소지자를 보건소장에 우선 임용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없이 특정 직종을 우대하는 차별’이라는 판단을 내리며 복지부에 관련법 개정을 권고했다.

특히 복지부가 인권위 판단 전 ‘보건소의 경우 진료를 포함해 건강증진·질병 예방 등의 업무를 총괄하고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유행 시 예방·관리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보건의료 업무 전반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갖춘 의사가 보건소장의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법 개정을 요구하며 개정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