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사회협력국

얼마 전 졸업했던 고등학교를 찾아갔을 때 선생님께서 서울대를 가려는 학생들이 보이지 않고 다들 의대만 가려 한다고 얘기하셨던 것이 생각난다. 작년 서울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서울대 합격생 중 등록 포기를 한 학생이 공대가 128명, 자연대가 48명에 달한다. 또한 2017학년도 수시 지원 경쟁률을 살펴보면 의대의 경우 경쟁률이 34.91대 1이었는데 이는 2016학년도 경쟁률 34.33대 1에 비해 소폭 상승한 것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의대 정원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이 상승했다고 했다. 이처럼 해가 지나면 지날수록 최상위권의 의대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사회의 크나큰 문제 중 하나가 아닐 수 없다.

의대 쏠림 현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점으로는 이공계열에서의 우수한 인재 부족과 그에 따른 불균형적인 국가 발전 초래, 의대 입시에 실패한 우수한 재수생의 증가, 의료계의 현실을 알게 된 후 의대 진학을 후회하는 학생의 증가 등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학생들(또는 학부모)에게 의대 진학이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왔을까?
첫째, 청년 실업률이 2016년도 기준으로 거의 10%이고 대졸 신입사원 초봉 평균이 약 3,000만원이라는 한숨 나오는 현실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엘리트층이자 과거처럼 부를 축적하기 힘들다 해도 다른 직종에 비해 안정된 수입이 있다는 점에서 의사라는 직종은 될 수만 있다면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지이다.

둘째, 대학 이전 교육기관에서의 진로 교육에 대한 국가적 지원의 부재이다. 고 3때 담임선생님과의 면담은 매우 실망스러웠는데 가고 싶은 학과가 아닌 대학을 먼저 물었던 것 때문이다. 현대는 과거보다 직업의 흥망이 예측 불가능하고 유동적이게 되었는데도 학교 진로상담은 무엇이 적성에 맞는지, 어떤 학과에 흥미가 있는지가 아닌, 어떤 이름값 있는 학교에 갈 것인지 신경을 더 쓰는 구시대에 머물러 있다. 그런 진로상담은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깊은 고민을 도와주지 못하고 결국은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보지 않아도 대충은 앞길이 정해져 있는 의대로의 진학을 부추기게 된다.

책임지지 않는 미디어도 의대 열풍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의사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눠진다. 바로 난치병에 걸린 환자를 수술하여 완치시키고 자부심을 느끼는 의사와 고급차를 몰고 다니는 등 부유한 부자다.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은, 그런 매체에서의 의사는 영화나 드라마 속 인물로 다뤄지기 때문에 환자들에 대한 책임감이나 의사의 재력 등을 바탕으로만 의사의 이미지가 제시되고 의대 생활의 고충, 또는 종합병원에서의 전공의들의 현실적인 고충과 그들에 대한 과소평가된 대우는 보여주지 않음을 뜻한다. 의사들의 권리에 대한 투쟁은 사회적으로 부정적으로 보이는지 의사판 ‘송곳’과 같은 드라마는 기대도 못한다. 이렇게 의사라는 직종이 몸과 마음이 지치는, 만족도 45%의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에서 비친 모습 때문에 청소년들은 막연히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것이 과한 쏠림으로 이어진 것이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의대 쏠림 현상을 해결해야 할까? 우선 우리 사회를 먹고 살만한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꼭 의사나 검사와 같은 전문직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직업을 선택하고 설령 그것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이 아닐지라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초중고 교육기간동안 수능과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것 이외에 진로 교육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 대다수의 우리나라 학생들은 고등학교 까지는 대학입시를 위해 내신과 수능공부에 열을 올리다가 대학 진학 후 전공을 이미 선택하고 나서야 자신의 진로를 생각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 확실한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의사의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고, 의사의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의사들이 단순히 사회에서 잘 먹고사는 집단이라고 인식되어서는 안 되며 의사들이 의사가 되기까지, 그리고 의사가 되어서 어떤 노력을 하며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하는지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할 것이다.

지난 5월 9일 대선이 있었다. 의료계가 정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단순히 선망의 대상이나 특혜의 대상이 되지는 않도록, 바른 사회를 향해 이끌어 나가도록 새로운 대통령에게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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