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대한진단검사의학회 송정한 이사장

"기계에서 나오는 진단검사 결과가 정답은 아니다."

지난달 개최된 대한진단검사의학회 학술대회에선 세계적인 석학들이 참여해 15개 심포지엄과 워크숍이 진행됐다.

특히 학술대회에 하루 앞서 열린 Pre-Congress 워크숍에선 진단검사의학 각 분야의 표준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이에 이 워크숍을 주관한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송정한 이사장을 만나 진단검사의학 분야에서 표준화의 필요성은 무엇인지 진단검사의학의 미래와 역할은 어떨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분당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장인 송정한 교수는 지난해 1월부터 진단검사의학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간 송 이사장은 학회 차원에서 검체검사 전문질관리료의 신설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다. 2차 상대가치 개편에는 검체검사의 질 향상을 위해 인증·평가를 거쳐 인센티브 등을 지급하는 질관리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와 협의가 원만히 이뤄져 연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송 이사장은 "가장 큰 일은 지나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완료되지 않은, 계속해서 노력해가야 할 학회의 임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로 '진단의학검사 표준화'다.

- 진단검사의학 분야에서 검사의 표준화를 강조한 이유는.

일반인들은 어떤 검사실이나 다 똑같은 검사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장비나 검사방법마다 결과들이 조금씩 다르게 나온다. 예를 들어 콜레스테롤은 200~240mg/dL을 기준으로 정상인지 고콜레스테롤인지를 본다. 글루코스(glucose)는 126mg/dL을 기준으로 당뇨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전세계적으로 같은 치료지침을 쓰고 있다.

검사기관마다 다른 결과가 나오면 안 되지 않나. 불필요한 치료를 하면 의료비가 낭비되고 해야하는 치료를 못하면 더 심한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검사결과를 참값에 맞춰가는 작업이 전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이를 표준화(standardization)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같은 치료지침을 쓰는 검사들은 표준화의 중요성이 강조돼 이전부터 표준화에 대한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이를 정확도 기반 신빙도 조사라고 하는데, 세계 참값과 각 기관의 결과값이 얼마나 가까운지를 보는 조사다. 검사 중 상당 부분은 어느 수치가 참값인지 정해져 있지 않다. 이런 검사들은 해당 검사기기를 만드는 회사들의 제품을 모두 비교 평가해서 평균값을 본다.

- 특히 표준화가 중요한 검사는.
콜레스테롤을 포함한 리피드(Lipid, 지질) 검사, 글루코스 검사 등이 있다. 당뇨병 치료나 모니터링에 가장 중요한 검사인 헤모글로빈 a1c나 만성콩팥병 관련 수치인 크레아틴(creatine)도 마찬가지다. 이같은 검사들은 표준화가 굉장히 중요하다. 당뇨나 고지혈증, 만성콩팥병 같은 만성질환들은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용 증가를 감안해서도 정확한 측정이 중요하다.

- 일각에선 규모가 큰 병원에서의 검사결과는 정확할 것으로 여긴다.
그래도 (병원간에 검사결과 값이) 조금 차이가 있다. 이를테면 분당서울대병원은 콜레스테롤 측정하는 장비가 서로 다른 회사제품으로 4개가 있는데 검사결과가 의외로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그 결과값을 (진단에) 바로 쓰지 않고 조금씩 conversion(변환)한다.

- 표준화 작업은 언제까지 계속되나.
완료되는 작업이 아니다. 계속 해야 하는 일이다. 새로운 검사방법이 나오고 새로운 장비가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국내 의료기기 업체가 외국에 수출을 하고자 하면, IFCC(국제 당화혈색소 표준)나 NGSP(미국 당화혈색소 측정 표준화 프로그램) 등의 인증여부를 요구하는 일이 많다. 이런 인증을 받고자 할 때 연락이 온다. 그럼 병원에서 물질을 만들어 해당 업체에 보내주고 질병관리본부 표준관리실에도 보낸다. 이후 IFCC에서 코디네이터를 보내서 두 결과보고서의 차이를 보는 식이다.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이런 식으로 인증이 계속해서 이뤄진다.

- 기기의 발달로 오는 또다른 변화를 꼽는다면.
진단검사의학회 올해 추계학술대회 주제가 파괴적인 기술로 인한 변화와 관련된 것이 될 것 같다. 진단검사의학과에 혁신을 가져오는 파괴적 기술로는 NGS(차세대 염기서열분석) 등이 언급되고 있다.

미국에선 수술시 보비(고온으로 달궈 조직절단, 혈전지혈 등을 하는 도구)로 인해 조직이 타면서 연기가 올라오면 그 연기를 질량분석기로 연결해 분석함으로써 진단하는 기기도 나와있다.

유방암 진단이라면 정상적인 유방조직에는 없지만 유방암조직에는 있는 수치의 질량을 찾아내 즉시 진단하는 방식이다. 아직 상업화는 아니고 연구용인 것으로 안다. 이런 기기들이 앞으로 세상을 바꿔갈 것 같다.

- 인공지능의 의사역할 대체 전망, 진단검사의학과의 경우는 어떻게 보는가.
진단검사의학과는 전문의가 많지 않다. 그 이유가 이미 다 디지털화돼있고 관련 알고리즘이 개발돼있기 때문이다. 진단검사의학과는 이미 AI시대에 살고 있다. 일부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겟지만, 개인적으로 큰 영향은 없을 거라고 본다.

- 진단검사의학회 이사장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검사의 질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 일반인을 비롯해 때로는 일부 의료진도 검사결과는 기계에서 나오는 것이고 정확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정확한 결과도 많다. 항상 질관리를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현재 실제로 많은 작업이 이뤄지고 있고 개선이 되고 있다. 그 노력의 중심에는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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